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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side] 이벤트에 진심인 구단이 있다? 진심이 이벤트인 구단이 있다!

조회수 2021. 3. 19.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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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그라운드에 쌓였던 눈이 녹았다. 따스해진 날씨에 녹색 잔디는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눈을 녹이는 따뜻한 날씨만큼, 이날 챔피언스필드에서는 훈훈한 장면이 두 차례나 있었다. 2021시즌을 앞두고 KIA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 투수 다니엘 멩덴은 생일 케이크를 받았다. 이날이 바로 멩덴의 28번째 생일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타지에서 맞이하는 생일, 멩덴은 어린아이처럼 웃었다. 비록 “그냥 한 살 더 먹었구나라는 생각만 들었다”고는 했지만, 타지에서 홀로 생일을 맞는 외로움과 훈련의 피로를 씻어내기 충분한 깜짝 이벤트였다.

멩덴의 깜짝 생일 파티 이후에는 타이거즈 불멸의 에이스 중 한 명인 양현종에 대한 ‘환송연(?)이 있었다. 양현종은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 후 출국 전까지 광주에서 몸을 만들고 있었다. 다만 이날 환송연에는 주인공인 양현종도 없었고, KIA 선수들도 모두 퇴근한 뒤였다. 텅 빈 그라운드였지만, 챔피언스필드 전광판에는 양현종이 KIA 유니폼을 입고 환호하는 장면과 함께 ‘양현종 선수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합니다-KIA타이거즈 선수단·임직원 일동-’이라는 메시지가 새겨졌다. 양현종의 미국 출국 일정이 나온 뒤에 KIA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이벤트였다. 양현종은 다음날 기분 좋게 미국으로 떠나며 KIA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진심(眞心)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준다. 별 것 아닌 것 같이 보이지만, KIA의 이벤트는 이제 KIA만의 무기가 되고 있다. 진심 그 자체가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 2020시즌 트레이드 선수 환송식


KIA의 진심 이벤트가 화제가 된 건 지난해였다. 2020년 7월초 트레이드로 두산 베어스로 떠난 홍건희(29)는 이적 후 열흘 만에 처음으로 광주를 찾았다. 10년 간 팀에 몸담은 홍건희를 위해 KIA는 환송식을 열었다. 경기에 앞서 KIA와 두산 선수들이 양팀 더그아웃 앞에 도열한 가운데 기념 액자와 꽃다발 증정식이 열렸다.


전광판에 ‘굿바이 홍건희,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라는 응원 문구가 나왔고, 이어 홍건희가 KIA 시절 활약했던 영상이 상영됐다. 조계현 단장이 홍건희의 KIA 시절 유니폼으로 만든 기념 액자를, 윌리엄스 감독과 주장 양현종, 그리고 동기 박준표, 김호령, 문경찬, 이민우가 꽃다발을 건네며 홍건희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했다. 

8월에는 NC다이노스로 트레이드 된 문경찬과 박정수에 대한 환송식을 열었다. 역시 홍건희 때처럼 KIA는 꽃다발과 기념 액자를 전했다. 이전에는 이적한 선수가 친청을 방문했을 때, 관중들에게 모자를 벗어 인사하는 정도였다. KIA처럼 성대하게 환송식을 별도로 연 것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맷 윌리엄스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다른 팀에서 선수활동을 하는 선수에 대한 이런 행사가 드물다. 홍건희는 10년 넘게 KIA에서 뛴 선수이고, 팀에 많은 공헌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이미 KIA는 2019년 NC로 트레이드 된 외야수 이명기에 대한 환송식을 연 적이 있다. 최초의 이적 선수 환송식이었다. 홍건희와 문경찬, 박정수와 같은 경우는 KIA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선수들이다. 이명기는 2017년 역시 트레이드로 SK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건너온 선수다. KIA에는 2년 남짓 더 있었지만, 2017년 통합 우승의 주역이었다. KIA는 우승 멤버를 그냥 보낼 수 없었고, 이제 이적 선수에 대한 환송식은 타이거즈만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 전광판 활용, 브룩스 멩덴 환영, 양현종 환송


전광판을 활용한 이벤트도 환송식 못지 않게 ‘진심’을 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양현종 환송 메시지도 화제가 됐지만, 외국인 에이스 애런 브룩스와 그의 가족들이 입국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월 22일 오후 4시 25분 브룩스 가족 입국 시각에 맞춰 챔피언스필드 전광판에 사진을 띄워 브룩스 가족 입국을 환영했다. 브룩스의 큰 아들 웨스틴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포스터에 브룩스 가족의 얼굴을 담겨 있었다.


브룩스는 KIA구단과 동료들에게 두 번 감동을 받았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중 한 명으로 군림했던 2020년 9월, 미국에 있는 가족들의 교통사고 소식에 팀을 떠나야 했다. KIA선수단은 가장 많이 다친 웨스틴의 쾌유를 빌며, #WWMB36라는 문구를 모자에 새겼다. 이런 정성에 브룩스는 2021년에도 동료들과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자가격리가 해제 된 뒤 스프링캠프에 합류했을 때에도 KIA 투수조는 케이크를 준비하는 등 깜짝 이벤트를 열었다. 새 식구가 된 멩덴을 환영하는 의미도 있었다.


팀을 떠나는 양현종을 향한 전광판 메시지도 사소하지만, KIA의 진심을 엿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응원 문구이지만, 오랜 기간 타이거즈의 에이스로 활약한 양현종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하기를 바라는 진심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 '신뢰와 情' 토대 동반자 정신으로 진심 전해


사소한 것 같지만, KIA가 주도하는 진심 이벤트는 KBO리그의 문화를 바꾸고 있다. 윌리엄스 감독은 부임 후 타구단 사령탑에게 먼저 와인을 선물했고, 타구단 감독들도 윌리엄스 감독에게 선물을 전하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장면을 연출했다. 또 2020년을 끝으로 LG트윈스에 은퇴한 박용택(현 KBS N 해설위원)의 고별행사를 가장 먼저 실시한 구단도 KIA다.


이는 KBO리그 ‘최다 우승팀’이라는 명문 구단으로서의 책임감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신뢰와 정(情)을 바탕으로 리그 구성원들의 관계가 경쟁자이기보다는 ‘동반자’라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KIA 관계자는 “(이적 선수 환송식은) 그동안 팀을 위해 뛴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경쟁자 이전의 동반자로서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는 의미로 준비했다. 이번 시즌에는 팬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KIA팬들도 리그의 가치를 선도하는 KIA의 진심 이벤트에 긍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30년 넘게 KIA를 응원하고 있는 한 팬은 “선수 환송식이나 브룩스의 안타까운 일에 대한 선수들의 단합은 KIA 팬덤뿐 아니라 대중적인 공감대를 얻은 것 같다. 이벤트 기획력을 칭찬해 줄만도 하다”고 칭찬했다. KIA의 ‘진심’은 이렇게 KBO리그 전반에 울림을 주고 있다.

<글.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 사진.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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