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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게임 앞에서 누구나 초보가 된다.

조회수 2019. 10. 23. 11: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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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다른 경기를 해야 하는 왕년의 전설들





당신은 회사에 속한 축구선수다.

잔디가 깔린 구장에서 회사가 주는 축구화를 신고 회사가 정해주는 골대에 공을 넣는 축구를 했다. 포지션도 회사가 정해 주었다. 코치의 지도도 받았다. 팀의 성적이 안 좋으면 감독이 바뀌기도 했다. 내가 좀 못하더라도 나를 팀이라는 이름안에 감출 수 있었다.




그러다 회사 밖으로 나왔다.

자갈과 깨진 유리조각이 굴러다니는 먼지나는 흙바닥에서 공을 차야 한다.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는 사람은 없고 당신의 돈을 빼먹으려는 사짜 코치만 있다. 어디가 골대인지도 잘 모르겠다. 회사 밖에서 신을 축구화를 준비하지 못해서 발이 까지고 상처가 난다. 경쟁자와 사기꾼들이 태클을 걸어와 넘어진다. 때로는 다리에 부상을 입고 정신적 충격까지 받아 이를 악문 재활의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그렇게 세상에서 눈물도 삼키며 구르고 깨지다 보면 점점 발에 굳은살도 박힌다. 태클거는 인간들을 어깨싸움으로 밀쳐 내는 방법도 알게 된다. 그리고 조금씩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그렇게 버텨내는 방법을 배우는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다. 중요한 것은 과정을 겪어내는 ‘물리적인 시간’이다. 이 시간은 건너뛸 수가 없다. 반드시 겪어야 한다. 이것은 마치 이제 막 태어난 동물이 스스로의 힘으로 걷기까지 견뎌야 하는 시간과 같다. 동물은 그 시간이 짧다. 하지만 사람은 그 시간은 수개월이 될 수도 혹은 수년이 될 수도 있다.







완전히 다른 경기를 해야 하는 왕년의 전설들  

‘뭉쳐야 찬다’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과거에 자신의 스포츠 분야에서 대한민국에서 혹은 전 세계에서 최고였던 스타들이 출연한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전문영역이 아닌 축구라는 완전히 다른 분야의 경기를 뛰어야 한다. 자신의 영역을 벗어난 그들은 모두 오합지졸이 된다. 축구라는 게임의 특징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안에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한 때 최고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던 그들은 제대로 뛰지도 못하는 병아리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경기가 바뀌니 전설은 그저 일반인이 되어버렸다.  




다시 직장인의 관점으로 돌아와 보자.


회사에서 했던 것과 같은 경기를 회사 밖에서 해야 한다면 차라리 낫다. 첫 회사에서는 축구를 하다가 두어 번 이직하면서 미식 축구도 좀 했었다. 그러다 보니 공을 차거나 가지고 달리는 것에는 좀 자신이 생겼다.


하지만 문제는 회사를 나와서는 수영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년동안 축구만 했는데 수영이라니…이런 젠장” 축구와 수영은 완전히 다르다. 축구는 단체 경기이고 수영은 혼자 하는 기록경기다. 회사가 주었던 옷과 신발의 혜택을 모두 벗고 수영복 달랑 하나만 입고 차가운 물속에 들어가야 한다. 호흡은 커녕 물에 뜨지도 못한다. 아예 사용하는 근육 부터가 다르다. 축구로 단련된 근육은 어쩌면 수영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다른 경기를 하려면 다른 전략을 갖고 다른 근육을 써야 한다. 다른 생각과 다른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당연히 두 가지를 갖추기 위한 준비의 시간은 필수다. 이것을 회사를 떠난 이후에 준비를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다. 평생을 어떤 소속안에 있다가 몸담을 곳도 없고 매월 월급이 나오지 않는다는 심리적인 불안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만약 준비 없이 회사를 떠났다면 그 이후의 물리적인 완충의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저 이 시간동안 여행하고 쉬면서 하고싶은 일을 하며 지내는 시간이 아니다. 위에 말한 것처럼 구르고 깨지며 상처 입으며 다른 필드에 대해 깨닫는 시간이다. 그리고 다시 뛸 경기를 정하고 그에 맞는 힘을 기르는 소중한 시간이다. 20년 동안 축구만 한 사람이 갑자기 3개월 만에 수영선수가 될 수는 없다. 수영에 익숙해지려면 최소 6개월, 길게는 수년의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버틸 수 있는 순간까지 버티다가 회사가 밀어내면 준비없이 사회로 나온다. 그리고 그 동안 모은 자산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을 한다. 그러다 보니 특정한 분야에만 사람들이 모인다. 그리고 한번, 두 번은 실패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실패에 나락으로 떨어져 예전보다 못한 경제적 상황에 처한다. 또다른 이는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해서 버텨낸다. 그리고 마침내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일을 시작하게 된다.

새로운 경기에 플레이어로 뛰려면 준비와 훈련이 필요하다. 한 분야에서 최고였던 사람에게도 물리적인 담금질의 시간은 필요하다. 내가 어떤 경기를 하고 싶은지, 그 분야에서 선수로 뛸 것인지 코치가 될 것인지 생각해 보자. 그리고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근육을 미리 단련시켜야 하는지 생각하자. 그리고 시대를 넘어서는 불멸의 정답이 그러하듯 몸을 움직여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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