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살 아파트가 아직도 서울에 있다고?!
재개발, 재건축이라는 이름 아래 오래된 아파트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서울시내 60년대 준공돼 아직 남아 있는 아파트는 13곳입니다. 종로의 동대문 아파트, 낙원상가아파트, 중구의 정동아파트, 진양상가아파트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가운데는 철거 예정인 곳도 있지만 아직 한결같이 누군가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는 곳도 있죠. 서구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1960~70년대 초반에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의 흔적을 찾아가 봤습니다.
국내 최초 아파트는 1937년 건립된 것으로 기록되고 있는 서대문구 충정아파트입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참전한 유엔군의 임시숙소로 쓰였고 이후 일반인에 의해 호텔로 운영되다 1975년 서울신탁은행이 호텔에서 '아파트'로 용도 변경하고 리모델링한 후 일반에 분양돼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의 '충정아파트'는 당시만 해도 4층 건물이었는데요. 리모델링 과정에서 무허가 건물을 올려 가건물인 5층에만 토지 지분이 없습니다. 그동안 재건축 추진이 어려웠던 이유기도 합니다. 사연이 많은 만큼 '충정아파트'는 내부도 특별합니다. 이 아파트는 건물 중앙이 비어 있는 중앙정원형 아파트로 한 층에 10가구씩 60가구가 중앙을 둘러싼 모양인데요. 호텔 구조로 설계돼 주택형이 26•49•59•66•82•99㎡(공급면적) 6개로 구성됐습니다. 구조도 원룸부터 쓰리룸까지 다양합니다.
영화 '숨바꼭질' 촬영지로 잘 알려진 동대문아파트는 1965년에 완공된 7층 짜리 중앙정원형 아파트입니다. 이 아파트는 대한주택공사가 지은 아파트로 50년 전만 해도 고급 아파트였고, 연예인들이 많이 살아 "연예인 아파트"라는 별명도 있었죠.
서울특별시에 현존하는 아파트 중에 2번째로 오래된 동대문아파트는 충정아파트와 함께 서울 속 미래유산 1000선으로 선정하려 하였으나 예산 부족으로 무산되고, 창신동 뉴타운으로 지정하려 하였으나, 이것 역시 무산되었는데요. 이후 서울특별시는 동대문아파트를 다시 미래유산 후보로 올려 미래유산 아파트로 선정하였죠.
선진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우리 정부와 기업이 외국인들을 우리나라로 초청했죠. 때문에 정부는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을 위해 전용 공동주택을 건설해야만 했죠. 이렇게 탄생한 첫 외인아파트가 1967년 용산구에 지어진 힐탑아파트입니다.
국내 아파트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됐고 집에서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자동식 전화가 설치되었습니다. 힐탑아파트는 2003년 리모델링 후 ‘힐탑트레저’라는 새 이름을 얻었는데요. 여전히 외국인 임대 수요가 많은 편입니다.
진양상가아파트는 60년대 건축된 아파트로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 구조입니다. 엘리베이터와 양변기, 중앙난방 시스템이 설치돼 명품 아파트로 명명됐습니다. 옥상에는 헬기 이착륙장도 만들어졌죠. 때문에 영화배우나 고위 관료 등이 초기 입주자였습니다. 이 아파트는 2012년에 개봉한 영화 '도둑들' 촬영지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1971년에 지어진 첫 민간인 고층 아파트이자 대단지 아파트이며, 여의도에 처음 지어진 아파트입니다. 당시 여의도에 건물을 짓겠다는 사람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아, 여의도가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서울시가 시범적으로 여의도에 고층 아파트 단지를 지어 보급해 여의도 인식을 변화시키는 계획을 만들어 1971년 완공되었는데요. 이 계획은 성공적이었고 여의도 시범아파트 덕분에 여의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해서 여의도가 발전하게 되었죠.
이 외에 종로구 낙원상가아파트, 중구 정동아파트와 성요셉아파트, 서대문구 서소문아파트, 강서구 등마루아파트 등도 오랫동안 서울의 역사를 함께 한 건축물입니다.
이들 아파트들은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곳들입니다. 아파트 역사가 서양에 비해 매우 짧은 우리나라. 짧은 기간 동안 큰 변화를 겪었는데요. 너무 낡았기 때문에 무조건 헐어야 하는 것이 최선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변화가 필요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이들 아파트들을 다녀보며 옛 우리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의 고단했던 삶을 추억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