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의 존 레논도 사랑한 아트카(Art Car)

조회수 2020. 1. 27. 0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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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히피 문화에서 태동한 아트카
작가의 개성과 생각을 자동차에 자유롭게 표현
BMW 아트카의 시작을 알린 3.0 CSL과 알렉산더 칼더(1975년)


1975년 시작된 BMW의 ‘아트카(Art Car) 프로젝트’는 자동차와 아트(예술)의 결합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75년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에 의해 탄생한 첫 번째 BMW 아트카 이후, 76년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 79년 앤디 워홀(Andy Warhol), 2010년 제프 쿤스(Jeff Koons) 등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BMW 아트카 프로젝트를 통해 자동차의 아름다움에 예술적 가치를 더했습니다. 최근엔 중국의 미디어 아티스트인 차오 페이(Cao Fei)에 의해 ‘디지털 아트카’라는 새로운 영역이 개척되기도 했습니다. 1975년부터 2017년까지 탄생한 BMW 아트카는 무려 18대에 이릅니다.

1975 BMW 3.0 CSL(알렉산더 칼더), 1976 BMW 3.0 CSL(프랭크 스텔라), 1977 BMW 320i 그룹5(로이 리히텐슈타인), 1979 BMW M1(앤디 워홀)
1982 BMW 635 CSi(에른스트 푹스), 1986 BMW 635 CSi(로버트 라우젠버그), 1989 BMW M3 그룹A(마이클 자가마라 넬슨), 1989 BMW M3 그룹A(켄 돈)
1990 BMW 535i(마타조 카야마), 1990 BMW 730i(세사르 만리케), 1991 BMW Z1(A.R. 펭크), 1991 BMW 525i(에스더 말란구)
1992 BMW M3 레이싱 프로토타입(산드로 키아), 1995 BMW 850 CSi(데이비드 호크니), 1999 BMW V12 LMR(제니 홀저), 2007 BMW H2R 프로젝트(올라퍼 엘리아슨)
2010 BMW M3 GT2(제프 쿤스), 2016 BMW M6 GTLM(존 발데사리), 2017 BMW M6 GT3(차오 페이)


자동차에 아트를 접목한다는 매력적인 발상은 BMW 이외의 여러 메이커들에도 영향을 주게 되었습니다. 페라리, 벤틀리 등 유럽 자동차 메이커는 물론 닛산 등 아시아 자동차 메이커에게도 확산되었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현대, 기아, 그리고 르노삼성 등의 자동차 메이커들도 신차 출시와 동시에 페인팅, 래핑 등 다양한 형태의 아트카를 공식·비공식적으로 제작해 발표하기도 했지요. 자동차 자체의 아름다운 라인과 스토리, 그리고 개발철학 위에 다시 한번 예술을 입힌 셈입니다.

페라리 599 GTB 피오라노 리미티드 에디션
벤틀리 컨티넨탈 GT V8 S


BMW를 통해 아트카라는 것이 세상에 널리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트카라는 것이 사실 BMW에 의해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닙니다. BMW가 첫 아트카를 만들기 훨씬 전인 1960년대 미국에서는 히피적인 요소를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에 그려 넣는 것이 유행했습니다. 지금도 해외에서는 멋진 그림이 그려진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히피 스타일의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


이때는 히피 문화로부터 영향을 받은 비틀즈의 존 레논을 비롯한 여러 뮤지션들이 자동차에 그림을 그려 넣어 자유로운 사상을 표현하기도 했죠. 당시 존 레논의 롤스로이스 팬텀 V는 아름다운 색채와 사이키델릭한 문양으로 화려한 자태를 뽐냈습니다.

화려함을 뽐낸 비틀즈 멤버 존 레논의 롤스로이스 팬텀 V


순수한 정통예술을 뜻하는 ‘파인 아트(Fine Art)’가 아닌, 보통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활로부터 형성되는 예술인 ‘포크 아트(Folk Art)’에 뿌리를 둔 아트카는 반드시 유명하고 인기 있는 아티스트의 손길만으로 탄생하는 것도 아닙니다. 전문적으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개인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동차라는 캔버스 위에 자유롭게 표현한다면 멋진 아트카가 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아트카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아트카를 만드는 재료나 기법도 다양하게 응용이 가능해서 페인팅이나 래핑 등 회화적 표현 이외에도 나무나 철, 천이나 종이 등 공예적인 요소나 소품으로 자동차의 내외장을 치장한 아트카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패션과 때로는 음악과 결합되며 문화적 컨버전스를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죠. 외국에선 이렇게 만들어진 다양한 작품들이 모이는 페스티벌도 개최되고 있으니 이제 아트카는 서브컬처 정도의 마이너 문화가 아닌 셈입니다. 단지 한두 차례 재미삼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이고 지속적으로 아트카 작품을 발표하면서 자동차 아티스트로서 전문적인 명성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아트카와 자동차 아티스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운송수단으로서의 자동차만 있었던 예전과 비교해 요즘은 자동차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자동차를 사용하고 즐기는 우리들의 의식이나 문화적인 수준도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이제는 개인의 개성과 생각을 자동차에 자유롭게 표현하는 아트카와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는 자동차 아티스트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트카는 자동차 메이커가 새로운 차의 판매를 프로모션하기 위한 수단으로 저명한 아티스트를 초빙해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메이커의 든든한 재정적인 지원 아래 신차라는 따끈따끈한 캔버스 위에 자신들의 생각과 철학을 예술로 표현하는 것도 아트카의 일부분이긴 합니다. 그러나 개인이나 소규모 그룹이 올드카 위에 그들의 예술혼을 불어넣는 것도 아트카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들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예술적인 감각이 발휘된 아트카들은 오히려 1960년대 히피 문화에서 태동한 아트카의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자동차와 예술을 접목한 아트카 장르가 이젠 한국에서도 날개를 펼고, 유망한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많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봅니다.


글 김주용 (인제스피디움 클래식카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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