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소형상용차 이야기

조회수 2020. 3. 30. 0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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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국내 첫 고유모델 1톤트럭 나와
봉고에 이어 지금은 포터가 부동의 시장 1위

국내 상용차, 특히 트럭의 역사는 한국전쟁 이후 군수물자로 도입된 차가 일반에게 불하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흔히 제무시라고 부르는 GMC 트럭이 대부분이었다. 국내 첫 자동차를 만든 국제자동차도 시발을 이용해 픽업트럭을 만들었는데 수제작에 가격도 비싸 제대로 판매되지는 못했다.

기아산업 K360 (1963년)


그러던 중 1963년 기아산업(당시 경성)이 마쓰다 K360 삼륜차를 조립생산으로 도입해 소하리 공장에서 만들었는데, 이 차가 사실상 국내 소형상용차의 효시다. 이 트럭은 적재량이 500kg으로 많지 않았는데 회전반경이 짧고 차폭이 1.2m 정도에 불과해 좁은 골목길도 무리 없이 다닐 수 있었다. K360은 쌀가마니와 연탄 등 생필품을 싣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기아산업 T-2000


1966년에는 좀 더 큰 엔진을 얹은 기아마스타 600이 출시되었다. 이후 기아는 600보다도 더 큰 T-2000을 내놓으면서 삼륜차 라인업을 완성했다. 이로써 기아는 자전거부터 시작해 혼다 모터사이클 조립에 이어 삼륜차 라인업을 완성하고, 71년 4톤 복사와 타이탄을 만들면서 사륜차 시장에도 진입했다.


600 같은 삼륜차는 좁은 공간에서의 기동성은 좋았지만 안전성이 떨어졌으며 실제 전복도 잦았다. 360과 600은 뒤집어져도 어른 두세 명이서 다시 세울 수 있을 정도였다고……. 반면 2톤 용량의 T-2000은 휠베이스가 길어 전복 위험이 비교적 적었다. 3륜 트럭들은 소형상용차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지만 도로와 차들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입지가 점차 줄어들었다(삼륜차는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없었다).


한편 1968년 신진자동차도 토요타 에이스를 들여와 잠깐 조립생산하기도 했다. 신진은 같은 해 토요타 랜드크루저 픽업을 생산해 국내 첫 양산 픽업트럭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는 새마을운동과 국토개발로 이러한 오프로드형 소형화물차의 수요가 많았다.

GM코리아의 새마을 트럭
현대 포니 픽업


지금은 소형상용차로 1톤트럭이 대표적이지만 이전에는 승용차를 바탕으로 한 픽업들이 많았다. 현대자동차의 첫 승용차인 코티나에도 픽업 버전이 있었고, 심지어 아시아자동차에서 조립생산한 피아트 124에도 픽업이 있었다. 신진의 후예인 GM코리아 역시 시보레 1700의 구동계에 국산 보디를 씌운 새마을 트럭을 내놓기도 했다. 기아산업 역시 브리사를 바탕으로 한 B-1000이라는 픽업을 내놓았다. 현대차는 포니 출시 이후 포니 픽업과 포니2 픽업을 내놓았고, GM코리아의 후신인 새한자동차는 제미니의 픽업 버전인 맥스를 선보였다.

현대 포니2 픽업


70년대 말 국내 픽업 시장은 현대 포니 픽업, 기아 B-1000, 새한 맥스 등이 3파전을 벌였으나 80년대 들어 기아 픽업은 단종되고 포니2 픽업과 대우 맥스의 양자구도로 바뀌었다. 말이 양자구도이지 포니2 픽업이 훨씬 많이 팔렸다. 그러나 승용차를 베이스로 한 픽업은 구동방식이 앞바퀴굴림으로 바뀌면서 자연스레 사라졌고, 승용 픽업이 사라진 소형상용차 시장의 빈 자리를 1톤트럭이 빠르게 채워나갔다. 1톤트럭은 적재함 크기가 승용 픽업에 비해 훨씬 넉넉하고 힘이 좋고 연료비가 싼 디젤 엔진에 뒷바퀴를 굴려 화물 운송에 유리했다.

현대 포터(HD-1000, 1977년)


현재 국내 1톤트럭 시장의 베스트셀러 모델은 현대 포터다. 그런데 이 포터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흔히 1986년에 등장한 포터를 1세대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포터는 1977년에 등장했다. HD-1000이라고도 부른 이 차는 포드 트랜짓의 섀시를 기반으로 개발한 프레임에 자체 디자인한 캡을 씌우고 영국 퍼킨스사와의 기술제휴로 생산한 디젤 엔진을 얹었다. 동급으로는 국내 첫 디젤 엔진을 얹은 차였다(신진 에이스는 휘발유 엔진을 얹었다). 국내 첫 고유모델 승용차가 현대 포니라면 두 번째 고유모델이자 화물차로는 첫 고유모델이었던 셈. 포터란 이름은 포니와 마찬가지로 공모를 통해 이름을 붙였다.

현대 포터 밴


1톤트럭을 기본으로 더블캡, 밴, 미니버스, 앰뷸런스의 네 가지 파생차종이 출시된 포터는 시장에서의 반응이 좋았다. 당시 3톤급 바이슨이라는 트럭과 함께 진정한 의미의 고유모델로 개발되었고 서울대를 비롯한 연구기관과 협업하여 꾸준히 품질을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3년 만에 단종되고 말았다. 자동차 산업 통폐합 조치로 현대와 대우는 승용차, 1~5톤의 상용 및 소형버스는 기아, 대형트럭과 버스, 특장차는 모든 회사 등으로 강제구조조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잘 나가던 1톤트럭을 포기해야 했고, 기아차는 승용차 생산을 중단하고 2륜차 부문도 넘겨야 했다.

기아 봉고 승합(1981년)


졸지에 승용차 사업을 포기하고 트럭만 만들어야 했던 기아는 1980년 봉고 트럭, 1981년 봉고 승합차를 내놓으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봉고는 1톤트럭 시장은 물론 기존에 없던 승합차 시장을 개척하며 시장을 휘어잡았다. 봉고 승합차는 이후 베스타, 프레지오로 진화했지만 1톤트럭은 지금까지도 봉고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현행 모델은 봉고3).

현대 포터(1986년)
출시 이후 큰 인기를 끈 포터


1986년 자동차산업 합리화 조치가 해제되자 1986년부터 기아는 프라이드를 시작으로 승용차 시장에 복귀했고, 현대 역시 1986년 미쓰비시 델리카를 들여오면서 포터와 그레이스로 1톤트럭과 승합차 시장에 재진입했다. 바로 이때 포터가 다시 출시되었다(물론 77년에 나온 차와는 전혀 다른 모델이다). 대우 역시 87년 닛산과 제휴해 바네트를 들여오면서 소형상용차 시장을 노크했다. 바네트 역시 트럭과 승합차인 코치가 있었으나 트럭은 기아 봉고와 현대 포터, 승합차는 기아 베스타와 현대 그레이스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포터 페이스리프트 모델(1993년)


봉고가 휘어잡고 있던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포터는 순식간에 소형상용차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시판 6개월 만에 시장점유율 30%를 기록했고, 89년에는 1.25톤 포터를 출시, 90년 4월에는 시판 40개월 만에 10만 대 판매라는 기록을 세웠다. 92년에는 소형상용차 시장의 47.6%를 점유했으며 같은 해 1톤트럭 최초로 파워 스티어링을 선택품목으로 마련했다. 94년 T-엔진을 얹으면서 시장점유율 53%, 95년 50만 대 돌파(같은 해 5월 기아 봉고 J2 출시), 96년 3월 뉴 포터 발표, 6월부터 LPG, 자동변속기 포터 시판 등 모델을 다양화하면서 1톤트럭 시장 부동의 1위로 올라섰다.

삼성 야무진


포터가 1위, 봉고가 2위를 차지하고 있던 1톤트럭 시장에 98년 삼성자동차가 SV110을 출시했다. 닛산 아틀라스를 도입해 만든 1.2톤트럭으로 99년 이름을 야무진으로 바꿨다. 삼성의 브랜드 파워와 신차효과 등으로 99년 상반기 히트상품으로 선정되는 등 시판 초기에는 관심을 끌었으나 국내 1톤트럭의 특성상 잦은 과적을 차가 버텨내지 못해 금방 외면받게 되었다.

현대 리베로(H-1은 수출명)


사실 포터와 봉고 같이 보닛이 없는 캡오버 스타일은 차체 크기 대비 적재함이 크고 회전반경이 짧아 좁은 공간에서의 기동력이 좋지만 충돌안전성에서는 취약하다. 그래서 세미 보닛을 갖춘 스타렉스 기반의 리베로가 나왔지만 적재함이 작아지고 차가 길어지면서 회전반경이 커져 기동성이 떨어졌다. 포터보다 한결 진화된 소형상용차였지만 결국 리베로도 포터와 봉고의 아성을 넘어서지 못하고 단종되었다.

현대 포터2(2004년~현재)


소형상용차는 사실 가격에 굉장히 민감한 차다. 차를 생업으로 삼는 소상공인이 주로 타는 차이기 때문이다. 현재 포터에서 가장 저렴한 일반캡 초장축 스타일 모델은 1,540만원부터 시작하고, 앞좌석 리클라이닝이 되는 슈퍼캡이나 더블캡에 웬만한 옵션을 다 넣어도 2,000만원 전후밖에 되지 않는다. 4륜구동 더블캡 장축 프리미엄에 PTO와 내비게이션을 포함해도 2,191만원. 가성비와 가격대 편의장비로 따지면 천하무적이라 할 만하다.

르노 마스터


포터는 현재 한 달에 8천~9천 대씩 꾸준히 팔리고 있다. 포터2와 기아 봉고3가 양분하고 있는 이 시장에 최근 르노가 마스터를 들여왔지만 가격 면에서는 기존 1톤트럭과의 경쟁이 쉽지 않다. 해외에서는 드문 캡오버 스타일이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지만 좁은 도로에서도 한 번에 유턴할 수 있는 기동성과 튼튼한 프레임, 꾸준히 개선된 동력계통과 각종 안전장비 등으로 한국의 1톤트럭은 흔들리지 않는 지위를 지켜나가고 있다.

구성 오토티비 편집팀 자료제공 현대자동차 사진 현대, 기아, 르노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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