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자동차, 순순히 사라질까?

조회수 2020. 5. 17. 12: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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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속도는 빨라지고 있지만, 향후 몇 년 간 내연기관의 움직임을 막을 수는 없을 것

몇 년 전부터 전기자동차에 관한 뉴스 특히 내연기관의 종식을 알리는 소식이 포털과 지상파 방송 등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전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은 2035년, 프랑스는 2040년까지 가솔린 및 디젤 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독일 연방 참의원은 2030년까지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의 판매 금지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이런 나라들 뿐만 아니라 스웨덴 대표 자동차 브랜드 볼보는 업계 최초로 내연기관 생산 중단을 선언하면서 2025년까지 10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이와 관련된 여러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은 ‘결국 엔진의 시대가 끝나고 모터의 시대가 왔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를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정치적 색채가 강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들이 내연기관의 생산이 중단될 것이라고 발표한 2040년 전후에는 총리와 대통령을 포함한 지금의 정치인 대부분이 은퇴할 것이다. 그로 인해 새로운 시장과 정치의 바람을 타고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볼보의 발언은 내연기관 즉 엔진의 생산 중단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올해 출시한 XC90 T8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처럼 48V 전원을 사용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엔진을 적용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현대 쏘나타 등이 풀 하이브리드 기술을 올려 도로에 달리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그다지 새로운 개념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여담이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이 48V 시스템을 사용하려는 것은 1950년부터 쓰인 12V 방식으로는 최근의 능동적 안전장비와 운전 보조 시스템 등을 감당할 수 없다는 요인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독일에서 203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것은 메르켈 총리가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 등 미래가 매우 불투명하다. 독일 자동차 메이커는 지금도 엄청난 자금과 수많은 연구진을 투입해 내연기관 개발을 하고 있다. 만약 2030년에 엔진 판매가 금지된다면, 신소재 등 여러 신규 개발 등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는 중이다. 물론 독일 자동차 관련 회사들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그런 가운데 주목할만한 것이 바로 중국과 미국의 규제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1위와 2위의 규모를 자랑하는 두 국가에서 앞으로 다른 나라 자동차 업체가 사업을 이어 나가려면 일정 수량 이상의 전기차를 팔아야 한다. 양국을 합치면 연간 4,000만 대가 넘는 거대 시장인 만큼 무시할 수 없다. 세계 자동차 업체가 잇따라 두 시장의 전기차 투입 계획을 공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하필이면 왜 전기차인가?’라는 의심을 해보자. 분명 전기차는 주행 단계에서 배출가스를 전혀 내뿜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전기 구동계는 무배출시스템(Zero-emission)이지만, 전기를 만드는 과정을 생각하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 또는 원자력으로 발전하는 경우 환경에 유해한 가스 배출은 크게 줄일 수 있지만, 2018년 국가지표체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 총생산량 중 석탄화력발전의 비율만 52% 정도에 이른다. 석유와 LNG 그리고 원자력을 포함한 것이 아니다. 이는 전기차의 배기관이 없는 것을 화력 발전소의 굴뚝이 대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과연 전기차가 이산화탄소(CO2) 저감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전기차와 환경문제 관계자들에게 자문한 적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쪽도 있었지만, 현재 화력 발전이 전기 생산의 중심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CO2 배출량은 증가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실제로는 어떨까? 독일의 싱크탱크인 IFO 경제연구소에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IFO는 디젤 엔진과 전기차인 테슬라 모델 3의 CO2 배출량을 비교했다. 우선 디젤 엔진의 주행 단계와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CO2 배출량은 141g/km로 최종 계산되었고, 테슬라 모델 3은 전기 소모량과 발전 에너지원에 따른 CO2 배출량 그리고 배터리 생산과 재활용에 배출되는 CO2까지 계산에 포함해 석탄 발전 기반으로 전기를 충전하면 232~257g/km, 가스 발전 기반으로 충전하면 156~181g/km의 최종 CO2가 배출된다는 것을 밝혔다. 이로써 디젤 엔진 대비 전기자동차가 11~28% 더 많은 CO2가 배출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출처: Tesla

그러나 화력 발전 중에서도 CO2 배출량이 가장 많은 석탄 발전이 중심인 중국에서는 또 다른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속도감 있게 건설하여 전력 공급량을 늘이고 있는 것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중국은 2008년부터 10년간 태양광 발전용량을 약 700배로 늘렸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50%에 달하는 석탄 발전량에 비하면 크게 만족할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중국 최고지도부는 첨단산업육성정책인 ‘중국 제도 2025’라는 프로젝트에서 재생에너지를 중점 분야로 정해놓고 있다. 또한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합한 발전 비율을 2018년의 10% 미만에서 2030년까지 30% 정도 높이겠다는 목표를 알리기도 했다. 

이렇게 중국 정부가 전기자동차 정책을 가속하고 있는 것은 지구 온난화 대책이라기보다는 심각해지는 대기 오염이라는 문제가 중국과 인접 국가의 삶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기차에 혜택을 주어 하이브리드 및 최신 엔진 기술이 없는 자국 자동차 산업의 육성에 활용하려는 목적도 있다.

출처: pxhere

인도 또한 2030년까지 자국 내에서 판매하는 자동차를 모두 전기차로 만들겠다고 공표했지만, 중국보다 석탄 화력 발전 의존도가 높고 1인당 국민 소득이 중국보다 낮은 만큼 전기차 비율을 단기간에 높이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보다 늦게 자동차 생산을 시작한 중국 뿐 아니라 인도 등 여러 나라에 자동차 산업 발전 기회를 주기 위한 '게임 체인지'가 목적이라면 전기차의 시장 변화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프랑스, 영국, 독일의 자세이다. 이 세 나라 가운데 프랑스는 원자력 발전 의존도가 가장 높고 영국과 독일은 특히 원자력 발전 비율이 높지도 않고 도시 지역의 대기 오염 문제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엔진 개발 능력도 있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도 유럽에서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의 충격이 컸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충격에서 벗어나려는 정치적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세계 각국의 환경과 경제 그리고 정치적 의도 등이 얼키고 설키면서 전기차 개발에 불던 순풍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는 대량 생산 모델인 모델 3을 내놓았고 현대는 2025년까지 11개의 전기차 전용 모델을 포함해 모두 44가지 전동화 모델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올해 초 밝히기도 했다. 물론 유럽 업체들도 새로운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전동화 차는 내연기관과 모터 그리고 배터리를 함께 사용하는 것인 만큼, 향후 몇 년 간 내연기관 자동차의 움직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 윤영준(자동차 칼럼니스트)


* 본 기고는 라라클래식 매거진의 의견 및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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