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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차 공랭식 포르쉐의 엔진 살리기

조회수 2020. 6. 15. 0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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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마니아들의 드림카, 공랭식 포르쉐 복원기


포르쉐 911은 자동차 마니아들의 드림카 중 하나다. 클래식카 마니아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꿈은 공랭식 911. 요즘이야 효율 좋은 수냉식 엔진을 얹는 차들이 대다수이지만, 공랭식이야말로 1960년대 포르쉐의 정취를 그대로 담고 있는 엔진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제는 오래되었기에 섬세한 관리의 손길이 필요한 엔진이기도 하다.

오늘 소개하는 오영수 씨는 공랭식 포르쉐 911의 소유주다. 한국에서 ACP(공냉식 포르쉐 클럽)를 최초로 만든 멤버 중 한 명이고, 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며 랜드로버 등을 경험한 후, 현재는 한국에 돌아와 병원에 근무하고 있다. 그가 보내온 포르쉐 공랭식 엔진 오버홀 과정을 소개한다.


2007년, 오영수 씨는 꿈에 그리던 공랭식 포르쉐 964를 손에 넣었다. 964는 1989년부터 1994년까지 생산한 포르쉐 911의 코드명. 벤자민 딤슨(Benjamin Dimson)이 빚은 강건한 디자인과 기존 모델 대비 크게 향상된 주행성능, 네바퀴굴림 구동계 적용 등 여러 장점 덕분에 현역일 때는 물론 퇴역한 지금까지도 포르쉐 마니아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차다.


하지만 첫 선을 보인지 거의 30년이 되어간 2007년 오영수 씨가 인수할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공랭식 포르쉐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모자랐다. 그래서 그는 공랭식 포르쉐를 소유한 지인 두 명과 함께 포털사이트 다음(Daum)에 ACP(Air Cooled Porsche, 공랭식 포르쉐를 뜻한다)라는 동호회를 만들었다. 각자 공부한 정보, 정비할 때마다 얻은 지식들을 공유하는 포르쉐 마니아들의 정보 교류의 장이었다.


공랭식 포르쉐에 대한 애정으로 오영수 씨는 또 한 대의 964를 들였다. 하지만 포르쉐 두 대를 최고의 컨디션으로 유지하기란 상당히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따라서 그는 복원작업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두 대의 964 중 한 대를 떠나보냈다. 당시로선 상당히 섭섭한 일이었다고.


오영수 씨는 남은 964를 위해 엔진 오버홀(Overhaul)을 진행했다. 엔진을 완전히 분해해 곳곳의 상태를 확인, 수리하고 부품을 교체하는 작업이다. 자동차와 함께 끊임없이 움직이는 엔진은 아무리 잘 관리한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품이 마모되거나 연소 후 퇴적물이 쌓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버홀은 엔진 상태를 온전히 되돌리기 위한 최고의 선택. 하지만 좋은 정비사와 차주의 노력이 필수다. 오영수 씨는 오버홀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을 개인적으로 확인하고 진행하기로 했다. 엔진을 분해해 모든 상태를 체크하고 필요한 부품을 찾아 공수하는 힘들고 지루한 작업이 한동안 이어졌다. 그렇기에 완성이 주는 감동도 남달랐다고.


그는 본격적인 작업 착수에 앞서 각 실린더의 압력을 측정해 큰 기계적 이상이 있는지 확인에 나섰다. 전반적인 압력은 고르게 나왔다. 기계적인 큰 이상은 없는 것 같아 마음을 놓을 수 있었지만 오일 누유가 상당히 심한데 정확한 원인을 찾기 힘들었다. 본격적인 엔진 분해를 통해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포르쉐 911은 수평대향 엔진을 사용한다. 964의 공랭식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은 좌우 3개씩 6개의 실린더가 마주보고 작동하는 방식이다. 그 모습이 흡사 치고받는 권투선수 같아 복서(Boxer) 엔진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다른 차종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다. 이는 성능을 중시하는 911 특유의 성격 때문이다.


일반적인 엔진은 V6, V8 등 V자 형태로 실린더를 배치를 사용한다. 그런데 포르쉐 911 같이 작고 낮은 차체에서 V자형조차 엔진의 높이가 높다. 따라서 아예 실린더를 좌우로 눕혀 엔진의 높이를 낮춰야 했다. 이렇게 하면 엔진의 높이를 극단적으로 낮출 수 있어 911의 낮은 엔진룸에도 넣을 수 있다. 더불어 무게중심이 낮은 덕분에 움직임이 안정적이고 코너링에도 유리하다.


엔진을 뒤집어보니 오일 리턴 튜브 결합 부위가 드러났다. 밀폐를 담당하는 실의 경화도 엔진 오일 누유의 원인이 된다. 때문에 실과 튜브를 모두 교체했다. 커버를 열고 속을 들여다보니 제거해야 할 카본 찌꺼기들이 곳곳에 쌓여 있었다. 오버홀을 할 땐 엔진 세척 또한 중요하다. 찌든 때를 걷어내야 엔진의 컨디션을 원래대로 되찾을 수 있다.


엔진을 분해해보니 미처 예상치 못했던 문제점이 발견됐다. 캠샤프트 일부가 마모되고, 로커암의 마모 또한 발견됐다. 오영수 씨는 엔진오일 문제로 일어난 과도 마모로 진단했다. 교환주기를 놓치거나 오일온도 상승 시 파손이 일어날 수 있는 증상이다.


기존의 손상된 체인가이드, 각종 링, 실 등을 교환하면서 실린더 헤드도 바꿨다. 기존 실린더 헤드와 재생된 실린더 헤드 중 상태가 좋은 부품만 골라 썼다. 모든 부품을 깨끗이 세척하고 조립하면서 세월의 흔적을 지웠다. 오일 온도 센서, 가스켓, 흡기 메니폴더, 점화플러그 & 배선, 각종 오일 호스, 냉각 팬, 연료 호스 등 바꿀 수 있는 대부분의 부품을 바꿨다.


포르쉐 964는 엔진 오버홀을 통해 신품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돌아왔다. 다시 태어난 심장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 엔진을 올린 후 시동을 걸자 우렁차게 뿜어져 나오는, 약 2개월 반 만에 들은 공랭식의 짜랑짜랑한 엔진음은 감동 그 자체였다. 완성 후 2,000km를 달린 뒤 엔진을 다시 살펴본 결과, 이젠 어떤 오일 누유도 보이지 않았다.


엔진 오버홀과 더불어 하체 부품 및 곳곳의 소모품도 바꿨다. 새 엔진과 함께 잘 달릴 수 있도록 자동차의 전체적인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노화된 범퍼 스톱 등을 교체하고 얼라인먼트를 수정하니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우측 전륜의 캠버 및 토우가 정상범위에서 벗어나 주행 시 쏠림이 발생했고, 후륜도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다. 오영수 씨의 설명에 의하면 특히 공랭식 포르쉐에서 이러한 후륜 언밸런스를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수정하고 실내 및 외관 부품 또한 복원했다. 없어진 부품은 새로 찾고, 기존 부품은 교환하면서 새 차의 컨디션에 가깝게 바꾸는 일이었다. 복원의 의미는 새 차와 같은 상태로 되돌리는 데 있다. 개조보다는 자동차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며, 오리지널리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새 심장을 얹고 곳곳을 손본 덕에 964는 제 컨디션을 되찾았다. 오영수 씨가 오래도록 꿈꿔왔던, 현역 시절과 다를 바 없는 공랭식 포르쉐였다. 새 생명을 찾은 964가 앞으로 주인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가득 만들어가길 기대해본다.

글, 사진 오영수, 편집 오토티비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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