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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토어, 세미 리스토어 그리고 레스토모드

조회수 2020. 8. 17. 15: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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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카, 클래식카를 원래의 상태로 복원하는 여러 방법

최근 수년간 클래식카를 즐기는 문화가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많은 올드카, 클래식카 마니아들이 상당수 늘어가고 있고, 보유하고 계신 클래식카의 절대적 숫자가 늘어나는 것는 물론이고 차종의 폭도 점차 넓어지고 있는 듯한데요.

올드카, 클래식카를 즐기는 문화의 저변이 넓어지면서 필연적으로 함께 발전하고 확대되는 것이 바로 오래된 자동차의 정비 문화입니다. 그중에서도 올드카, 클래식카를 원래의 상태로 복원하는 '리스토어(restore)'는 가장 큰 화두가 될 수 밖에 없는데요. 오늘은 리스토어와 세미 리스토어, 그리고 최근 화제가 되는 레스토모드(restomod)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리지널만이 최고야 - 리스토어

생산된 뒤 수십 년이 지난 자동차는 필연적으로 여러 부분이 망가지게 됩니다. 차체, 엔진, 전장, 내장 등 모든 부분이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열화되거나 파손되는 것은 당연하죠. 리스토어는 이런 모든 부분을 원래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말로는 복원이라고 합니다.


리스토어는 지금까지 자주 수행된 전통적 클래식카 복원 방식이기도 하고, 복원이라는 단어의 뜻 그대로 클래식카를 원래의 상태대로 깨끗하게 즐기는 가장 스탠더드한 방법의 하나입니다.

기능적 부분을 완전히 분해해 마모되거나 열화된 부분을 교체하고 수정해 원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은 오버홀(overhaul)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하고, 실내 내장 부분 중 시트나 도어 트림 등을 신품 수준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교체하는 것은 업홀스터리(upholstery)라는 단어를 쓰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리스토어라는 말이 유행하며, 많은 분이 오래된 차를 구매하신 직후부터 시도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이렇게 리스토어할 때 모든 것을 오리지널 상태로 복원한다는 원칙 만을 고수하여 작업을 진행하려 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여건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제대로 된 리스토어를 하려면 복원에만 수년이 걸리고 그 비용 또한 수억 원에 이르는 경우도 많기 때문인데요. 물론, 그런 인내의 시간 뒤에 오는 성취감과 원형 보존의 사명감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말입니다.


리스토어를 원론적 개념으로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망가진 부분을 복원하면서 그 자동차가 만들어진 당시의 재료와 부품, 기법을 사용해야 하는데요. 이 부분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실내에 적용된 가죽을 복원한다면 일반적 가죽이나 인조가죽으로 교체하는 대신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생산 당시의 재료와 가장 유사한 재료를 찾아내야 하고, 페인트 한 가지도 수많은 시험과 확인이 필요합니다. 또한, 구할 수 없는 부품은 만들어 쓰거나(리프로덕션) 재생하는 경우(리빌트)도 있는데요. 이런 일은 노하우가 없다면 불가능한 경우가 많죠. 


또한, 오리지널 차의 부품을 구하거나 리프로덕션 또는 리빌트하여 복원했다 하더라도, 지금의 교통환경이나 운행조건과 맞지 않아 내구성이 극단적으로 약화되거나 해당 부품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런 경우는 복원의 의미가 없어지기도 합니다. 필자가 직접 복원했던 클래식카 중 하나는 점화 관련 부품인 이그니션 코일의 내구성이 상당히 약해 순정 신품으로 교체한 후에도 불과 수백 킬로미터를 주행하고 나면 다시 고장이 나 버리곤 했습니다. 결국은 최신의 개선품으로 바꾸어야 했죠.

많은 분이 리스토어를 목표로 했다가 결국 차를 처분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바로 이런 리스토어의 특성과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해외 클래식카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리스토어를 시작했다가 부품, 기술, 장소, 비용 등 여러 이유로 포기하는 사례는 자주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현재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행해지는 리스토어도 알고 보면 일부분에는 원래의 재료와 기법이 아닌 최근의 재료와 기법이 적용되는 것이 사실인데요. 리스토어 본래의 의미를 지키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여 융통성을 두는 것일 뿐입니다. 이런 리스토어는 콩쿠르 컨디션 또는 뮤지엄 컨디션이라 불리는 결과를 만들게 되며, 일부 극소수 코어 마니아층을 제외하고는 박물관 전시나 보존, 판매업자의 세일즈 방법 중 하나로 활용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효율적이고 부담없게 - 세미 리스토어

세미 리스토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차량의 A부터 Z까지의 모든 부분을 복원하는 개념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부분, 만족감이 큰 부분 중심으로 일부를 복원하는 것입니다. 다른 한 가지는 재료, 부품, 기법 등의 면에서 원래의 것을 사용하지 않고 약간의 변형을 허용하면서 실행하는 리스토어라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차체와 페인팅 또는 외부의 크롬부품들, 내장의 시트와 카펫, 엔진 및 브레이크 시스템 등 일부만 부분적으로 복원을 하거나, 크롬 도금이 망가진 부품에 페인트를 칠해 깨끗하게 하고 시트의 재질을 다른 것으로 바꾸거나 색상을 바꾸는 것 등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런 세미 리스토어는 리스토어 본래의 의미를 완전히 구현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유주의 취향이나 사용목적 등에 따라 제한적으로 복원 부위를 선택하여 실행할 수도 있고, 재료나 소재를 현재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변형하거나 교체하여 적용하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이 대폭 줄어들어 효율적이고 부담 없는 복원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소유주의 취향에 따라 만족감이 큰 부분만 집중적으로 복원하거나 일부를 변형하는 것이니 복원이 끝난 뒤의 성취감이 배가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세미 리스토어에도 부품의 변경이나 다른 모양으로의 개조 등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에어컨 없이 한여름에 운행을 해야 하거나 약한 브레이크 제동력으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일반적인 리스토어와 동일합니다. 원래의 타이어와 휠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펑크가 나거나 사고라도 나면 복구가 불가능해지기도 합니다.

사진은 최근 이런 세미 리스토어 방식으로 복원 중인 라라클래식의 폭스바겐 공랭식 비틀입니다. 차량 전체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루프나 보닛 등의 페인팅 손상만을 집중적으로 복원하고 있습니다. 실내 복원이나 엔진 등은 원론적 의미의 복원이 아닌 일반정비 정도만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경우, 세미 리스토어 방식에서는 조금 탈피해 원래 색이 아닌 투톤 도장을 적용하여 즐거움까지 추구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주고 있는데요. 넓은 의미에서는 아래 레스토모드의 범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클래식카에 변화와 미래를 담다 - 레스토모드

레스토모드는 최근 들어 주목받는 클래식카 복원 방법의 한 가지입니다. 이미 예전부터 튜닝이나 커스텀 등의 일반적인 단어로 클래식카나 보통 자동차를 개조하거나 개선하는 일은 여러 곳에서 행해졌습니다만, 최근 들어 클래식카를 기반으로 현대적인 부품을 사용하여 성능, 기능, 편리함을 더하고 디자인 부분에서도 현대적 요소를 더하여 개선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레스토모드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레스토모드는 리스토어(restore)와 모디퍼케이션(modification)의 합성어 입니다.


현재 이 분야에서는 미국의 싱어 포르쉐가 가장 유명한 업체 중 하나인데요. 포르쉐 964 등을 제공하면, 포르쉐 초기의 911 모델로 변경하여 완성하게 됩니다. 실내 여러 부분, 브레이크 및 엔진, 외장 부품까지도 모두 싱어 포르쉐의 독자적인 디자인과 부품으로 재생산하여 적용하게 되는데요. 초기 포르쉐 911의 모습에서 모티브는 가져오지만, 현대화된 새로운 부품들이 장착되어 멋진 모습을 연출합니다.


화석연료 엔진을 얹은 클래식카의 엔진을 제거하고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설치하는 EV 컨버전도 넓은 의미에서 레스토모드에 속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레스토모드에 의해 개선된 클래식카들은 성능, 기능, 편리함 뿐 아니라 디자인 등 여러 면에서 오리지널 모습의 차와는 비교할 수 없는 변화가 생깁니다. 


이런 클래식카를 보면서, 일부 클래식카 코어 마니아층 중에서는 클래식카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린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에게는 불편하고 사용하기 어려운 오리지널 클래식카보다는 사용하기 편리하고 멋스러움까지 더해진 레스토모드 클래식카들이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양한 클래식카 복원 및 즐기기, 당신의 선택은?

지금까지 클래식카를 복원하고 즐기는 여러 방법, 리스토어, 세미 리스토어, 그리고 레스토모드 등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클래식카 뿐 아니라 자동차를 즐기는 것 자체가 개인의 취향, 성격, 가치관은 물론이고 그 개인이 속한 사회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상황이 모두 결합되어 다양성을 갖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클래식카를 복원하며 즐기고 싶다면, 리스토어, 세미 리스토어, 레스토모드 중 어떤 방법을 선택하게 될까 궁금합니다.

글 김주용 (엔터테크 대표, 인제스피디움 클래식카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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