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행복동화에 억지 감동 한 스푼

조회수 2019. 12. 4. 11: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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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라스트 크리스마스' 어설픈 행복동화에 억지 감동 한 스푼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 영화가 나왔다. 사랑과 낭만을 불러오는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영화의 좋은 소재다. 꾸준하고 다양하게 변주됐기 때문인지 크리스마스를 소재로한 명작도 많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1989), ‘나홀로 집에'(1990), ‘러브 액츄얼리'(2003) 등 관객은 진부한 소재라도 여전히 크리스마스 영화를 사랑한다. 문제는 많은 영화가 제작된 만큼 ‘망작’도 다양하다는 것이다. 행복한 연말, 관객들은 그런 영화를 피해 좋은 작품을 관람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영화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기대가 있었던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폴 페이그 감독 전작 ‘스파이'(2015)가 꽤나 유쾌한 코미디를 선사한 이유다. 그의 신작은 이번에도 재치있는 입담과 캐릭터가 돋보였다. 중간마다 터지는 웃음은 작품의 매력을 높였고, 주인공 케이트(에밀리아 클라크)와 톰(헨리 골딩)의 호흡 역시 신선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이 영화, 어쩐지 계속 보기에는 눈살이 찌푸려진다.

가수 지망생 케이트는 오늘도 오디션을 망쳤다. 그는 친구 집에서 전전하고, 마땅한 직업 없이 크리스마스 장식용품 가게에서 마지못해 일을 한다. 우울함이 반복되는 케이트의 일상에, 새로운 활력을 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남자 톰은 엉뚱하고 신비로운 매력으로 케이트에게 웃음을 되찾아준다. 케이트는 톰을 통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연대를 이루기도 한다.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작품 전반에 걸쳐 희망찬 성장 서사를 그린다. 낮은 자존감을 가진 주인공이 운명적 상대를 만나 상처를 극복하고, 삶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노래한다. 동시에 폴 페이그 감독의 유쾌한 연출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극의 흐름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영화는 그렇게 행복한 동화의 분위기를 풍기지만, 어딘지 모를 조잡함은 견디기 어려운 어색함만을 낳는다.

행복이 넘치는 영화는 최근 들어 만나기 힘든 것이었다. 단순한 플롯이나 동화 같은 설정이 관객에게 현실과 동떨어진 괴리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명작으로 남기 힘든 이유 중 하나다. 관객은 영화를 보며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기 쉽지만, 동시에 유치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진부한 성장 서사와 불편한 클리셰는, 농담과 재치만으론 극복하기 힘든 것이다. 폴 페이그 감독 역시 그런 부분을 고민한 지점이 보인다. 캐릭터 설정이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 작품들과 달리 다양하다. 동양인 남성과 백인 여성 커플이 주인공인 점, 레즈비언 커플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점이 그렇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매우 전통적인 서사와 설정을 따른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변주는 색다르다.

그럼에도 이번 작품은 기타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전처를 밟았다. 이 영화가 남긴 것은 따뜻함이나 영화적 신선함이 아닌, 조잡함이다. 관객의 감정을 고조시키기 위한 억지 설정은 이미 어설픈 영화의 구조적 완성도를 더욱 떨어뜨린다. 극적 반전은 감동이 아닌 황당함과 당혹감을 선사할 따름이다. 주인공의 성장 서사인지, 커플의 사랑 이야기인지 모를 극의 흐름은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며 답답함까지 유발한다.

행복한 동화 같은 영화가 필요하다. 무겁고 장황한 영화들의 난립은 관객들에게 정신적 피로와 부담감을 남긴다. 각박한 사회와 현실이 힘겨운 요즘, 관객들에겐 힐링이 필수다. 그런 이유에서 영화 ‘라스트 크리스마스’의 실패는 아쉽다. 따뜻하고 행복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개연성 없이 어설픈 판타지만 남았다.

개봉: 12월 5일/관람등급: 12세 관람가/출연: 에밀리아 클라크, 헨리 골딩/감독: 폴 페이그/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러닝타임: 103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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