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 남발이 불러온 대참사

조회수 2020. 1. 2. 18: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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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와 '백두산', CG만 남발한 영화들이 남긴 교훈

영화 ‘캣츠’가 개봉과 동시에 유례없는 혹평을 받고 있다. 특히 해외 언론에서는 현란한 수식어를 활용하면서 영화를 비판했다. 영국 가디언(the guardian)은 “냥전히 끔찍한 비애(a purr-fectly dreadful hairball of woe)”라고 평했으며, 미국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는 “모든것이 황량해 ‘28일후’라고 단언할 수 있지만, 좀비 대신 노래하는 쥐와 행군하는 바퀴벌레가 있었다(Everything is so barren you’d swear it was ‘28Days Later’, only instead of zombies, there are singing mice and marching cockroaches)”고 언급했다. 그 뿐 아니라, ‘캣츠’는 악몽, 흉물, 재앙이라는 표현까지 듣고 있다. 한때 2019년 대미를 장식할 기대작으로 불렸던 ‘캣츠’가 어떤 이유로 괴작이 된 것일까.


국내외를 막론하고 ‘캣츠’를 혐오스럽다고 여기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이 괴기스럽다는 것이다. 영화 속 고양이들은 고양이도, 사람도 아닌 기묘한 모습으로 등장해 사람과 닮을수록 혐오감을 만든다는 ‘불쾌한 골짜기’ 이론이 생각나게 한다. 고양이 분장을 한 배우들에 CG(컴퓨터 그래픽) 효과를 활용한 티는 역력하고 그 결과물은 한없이 참담하다. 듬성듬성 빠져있는 털에, 고양이라고는 도저히 인식되지 않는 실루엣은 관객들에게 반감을 샀다.

이에 더해 영화 ‘캣츠’는 서사가 없어 지루하다는 평을 받는다. 원작 뮤지컬이 화려한 분장과 퍼포먼스로 꾸준히 사랑을 받은 만큼, 영화 ‘캣츠’도 뮤지컬적 요소들을 작품 중심에 뒀다. 문제는 노래와 춤만이 계속해서 나열되고, 이야기는 충분한 설명이 없어 관객들이 몰입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서사가 부족한 원작을 영화로 만들고자 했다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거나 과감한 각색으로 신선함을 주는 것이 필요했다. 뮤지컬을 영화에 재현하겠다는 시도와 노력은 이해하지만, 영화가 가진 정체성을 버려서는 안됐다. 영화에는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


국내에도 관객들이 기대하던 바에 미치지 못한 채 CG만 남은 작품이 있다. 화려한 배우 캐스팅과, 압도적인 스케일로 중무장한 영화 ‘백두산’이다. ‘백두산’은 백두산 폭발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이병헌과 하정우, 마동석 등 자타공인 최고 배우들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신과함께’ 시리즈에서 CG 효과를 담당한 덱스터 스튜디오가 ‘백두산’에서도 CG를 담당했다는 소식은, 영화가 갖는 거대한 시각효과에 큰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백두산’이 가진 장점이 딱 거기까지라는 것이다. 배우들은 호연을 펼쳤고, 백두산 폭발은 신선했으며 강남대로 빌딩들이 무너지는 장면은 긴장감을 선사했지만 정작 영화가 가진 이야기는 진부함 그 자체다. 재난영화가 갖는 클리셰들은 영화에 당연하듯 등장한다. 급작스럽게 벌어지는 대형 재난, 위기에 대처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정부, 가족을 위해 사지로 겸허히 나아가는 아버지. ‘백두산’은 이미 지난 영화들이 그려냈던 철 지난 이야기들을 그대로 다시 차용해 지루함을 유발한다.


계속해서 등장하는 뜬금없는 유머는 영화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 조인창(하정우)과 리준평(이병헌)은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농담을 주고 받는데,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오긴 하지만 극중 흐름에는 전혀 맞지 않는 대화들뿐이다. 전형적인 캐릭터들 역시 극중 재미를 반감시킨다. 무작정 정의로운 캐릭터 전유경(전혜진)은 유치하며, 수동적이고 보호받기만 하는 최지영(배수지)은 굳이 등장할 필요가 없는 캐릭터다.


VFX(Visual effect)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이래 수 많은 명작이 탄생했고 ‘아바타’(2009)는 그 결정체를 보여준 영화였다. ‘아바타’에는 그 작품만이 가진 이야기가 있었고 그것이 ‘아바타’를 명작 반열에 올린 이유였다. ‘아바타’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화려한 CG를 선보인 ‘캣츠’와 ‘백두산’은 어떤가. 두 작품은 영화가 가져야 하는 필수적 요소인 ‘이야기’가 부재하다. ‘캣츠’는 뮤지컬 재현에 집착해 무대를 옮겨왔을 뿐이며, ‘백두산’은 좋은 배우들을 낭비한 채 현란한 영상만 보여준다. 두 작품 모두 2019년 연말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던 만큼, 특수효과만이 기억에 남는 결과물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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