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와 편법거래.. 부동산 '돈줄' 끊는다

조회수 2020. 2. 4. 15: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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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김병문 기자

정부가 부동산대책으로 내놓은 ‘대출규제’를 둘러싸고 소위 ‘갭투자’를 한 집주인이나 신규 구매를 염두에 뒀던 수요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12·16부동산대책으로 ‘전세 주고 전세 사는’ 무주택자나 1주택자도 대출규제에 직격탄을 맞은 셈이죠.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출규제를 풀어 달라’는 청원글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달간 ‘부동산 투자’나 ‘부동산 투기’를 키워드로 넣은 청원은 7000여건을 넘었죠.

대출규제를 둘러싼 쟁점은 부동산 ‘투자자’와 ‘투기꾼’의 구분입니다.

그동안 무주택자와 1주택자는 9억원 이상 고가주택 구입 시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전세대출, 신용대출 등이 허용됐으나 앞으론 공적보증은 물론 민간보증인 SGI서울보증까지 전세대출보증이 제한됩니다.

보증부 전세대출자가 고가주택을 매입하거나 다주택을 보유할 경우 전세대출이 회수됩니다.

전세대출을 통한 갭투자 수요를 막겠다는 취지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개인 단위로 적용해 신용대출을 더 조입니다.

사실상 ‘갭투자’하는 투기꾼과 투자자에 같은 규제가 적용되는 셈입니다.

◆실거주 입증, 자금출처 밝히면 ‘투자’

물론 다른 점도 있습니다.

시가 9억원이 넘는 1주택자도 가족과 떨어져 살 수밖에 없어 보유주택 외에 전셋집이 필요함을 문서로 증빙하면 실수요자로 인정됩니다.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가족과 떨어져야 하는 경우도 실수요로 인정됩니다.

가령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이 서울 소재 대형병원 근처에서 1년 이상 통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 진단서나 의사 소견서를 내면 전세대출을 추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

60세 이상 부모님을 모시기 위한(부모봉양) 전세주택이 필요한 경우나 학교 폭력에 따른 전학 역시 전세 거주 실수요로 인정됩니다.

다만 실거주 수요는 보유주택 소재 기초 지자체(시·군)를 벗어난 전세거주 수요만 인정합니다.

서울시나 광역시 내의 구(區)간 이동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서울 강북에 있는 주택에서 거주하면서 강남의 전세 주택을 얻는 경우는 실수요자로 보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오는 3월부터는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을 넘는 주택을 매입할 때 15종의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정부가 증여세 등 납세 대상자를 가려낼 수 있도록 자금조달계획서를 꼼꼼히 들여다보기 때문이죠.

최근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12·16대책의 후속조치인 이 개정안은 자금조달계획서 항목을 세분화해 부동산에 들어가는 자금을 살펴봅니다.

계획서에 조달한 자금을 어떻게 갚을지 구체적인 계획도 계좌이체, 보증금·대출 승계, 현금 지급 등으로 밝혀야 합니다.

만약 현금으로 집값을 치렀다면 왜 굳이 돈뭉치를 건냈는지 그 이유도 소명해야 합니다.

증여나 상속받은 돈으로 주택을 구입했으면 누구에게 받았는지 상세히 밝혀야 합니다.

부부 간 증여는 6억원까지 증여세를 면제하지만 직계존비속의 증여는 5000만원까지만 면제됩니다.

“주택 구매자금 조달 과정에서 증여세·상속세를 탈루하는 등 불법사례를 적발해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잡아낼 계획”

- 국토부 관계자

◆세금 안내고 불법증여… ‘투기꾼’ 잡는다

KB국민은행의 부동산시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시내 아파트의 중간 가격은 8억8000만원, 시세가 9억원을 넘는 아파트 비율은 37.1%입니다.

10채 중 4채 가량이 고가주택에 해당되는 셈이죠.

정부가 고가주택 보유자의 자금출처를 따지는 이유는 편법거래 근절하기 위해서인데요.

부동산 투기세력이 증여세를 낮추기 위해 분할증여 또는 차입 증명서류를 쓰지 않고 가족 간 금전거래하는 등 탈세 행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세금은 내지 않고 버젓이 매매거래 차익을 얻으려는 투기세력으로 인해 부동산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해서죠.

지난해 국토부가 서울시, 금융감독원과 합동조사를 벌인 결과 서울 아파트 거래 내역 조사 결과 편법·불법 증여, 대출 규정 위반 등으로 의심되는 거래는 2000건 넘게 적발됐습니다.

서울 서초구에선 만 18세 미성년자가 11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전세(보증금 5억원) 끼고 사면서 부모와 친족 4명으로부터 각 1억원씩 6억원을 분할 증여받아 매매대금을 치른 사례가 적발됐습니다.

조사팀은 부모가 6억원을 자식에게 증여하고도 증여세를 낮추기 위해 다른 친족을 통한 것으로 판단하고 국세청에 통보했습니다.

“부동산 투자와 투기는 모두 이익을 위한 행위지만 불법이 있으면 투기”

-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최근 부동산 카페에는 집값을 기준으로 삼은 계급용어까지 등장했습니다.

무주택자는 ‘노비’, 9억원 이하는 ‘상민’, 9억~15억원은 ‘중인’, 15억원 초과는 ‘양반’이라는 신조어인데요.

규제에서 영향을 덜 받는 부자들이 거리낌없이 부동산을 싹쓸이하는데 한편에선 청약조차 포기하는 계층도 늘었다는 얘기입니다.

서울 등 수도권의 아파트값을 기준으로 강남권은 양반, 지방 소도시는 노비 등으로 구분한 글도 찾을 수 있습니다.

참여정부 당시 버블세븐을 빗대 현 정부에선 ‘노블세븐’(강남 4구+마·용·성)이란 용어도 나왔죠.

“투기세력을 잡기 위한 부동산대책이 합법적인 투자와 실수요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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