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세상, 그땐 있고 지금 없는 것

조회수 2019. 12. 9.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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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20세기가 끝나고 21세기로 넘어갈 때, 온 지구가 밀레니엄 변화로 몸살을 앓았다. 언론부터 앞 다투어 천년 단위의 앞자리가 달라지면 컴퓨터가 날짜를 인식 못해 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로부터 20년이나 지났고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의 기성세대는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서 살고 있고, 과거 어떤 조상들보다 변화가 극심한 사회에 살고 있다. 그들 중 어떤 사람은 20세기가 좋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지금이 더 좋다고 한다. 연령대 차이가 클수록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는 기준과 가치관의 차이가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지금,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하면 삶의 질은 후퇴할 수 있다.

글로벌 시대가 되었다

나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우리 사회는 글로벌화가 진행되었다. 대한민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절반을 넘고, 건설현장의 인부들 중 대부분은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과거에는 신기하게 쳐다봤던 다문화 가정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우리 국민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글로벌화되었다는 증거는 아주 많다. 특별한 사람이나 가던 해외유학이 이제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일처럼 인식되고 있다. 브라질 국채에 투자를 하고 달러 예금에 가입하는 일도 그냥 투자활동의 하나로 여긴다. 패키지여행 상품을 이용하면 유럽을 일주일 만에 돌아볼 수도 있다. 이처럼 글로벌한 사회에서 열린 마인드를 갖지 않고 어학에 소홀한다면 세계인의 대열에 끼지 못할 수 있다. 여러분이 부곡하와이를 안다면 기성세대라는 증거다. 경남 창녕군의 부곡온천지대에 설립되어 2017년 폐업되기 전까지 힘들었던 시절인 38년간 신혼부부 등 방문객이 연간 최대 300만명이나 될 정도로 온천과 물놀이의 휴양지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 지금은 구세대나 신세대 모두 진짜 하와이를 간다.

은퇴를 여러 번 해야 한다

필자는 20년 전부터 정년퇴직 대상자에게 은퇴를 준비하는 재무강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퇴직한 수강자분들 중 적지 않는 분들이 제2의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년퇴직 나이가 곧 기대수명이었지만, 지금은 현역 시절보다 길어질 수도 있는 노후기를 무직 상태로 보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따라서 비정규직 저임금과 무관하게 활동적인 노후를 보내기 위해 재취업을 하다 보니 청년실업률은 증가하지만 오히려 실버층의 취업률은 증가하고 있다. 물론 노후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돈벌이도 중요하지만 규칙적인 신체활동과 대외활동을 통한 사회성을 유지하는데 최고는 재취업이다. 만약 취업의 형태를 띠지 않고 싶다면 취미를 특기화하고 특기를 부업화한 후 무상으로 재능기부활동으로 진행해도 좋겠다.

부모보다 먼저 죽는 자식들이 생긴다

예전에는 부모보다 먼저 죽는 것이 가장 큰 불효 중 하나라고 했었다. 그러나 인류 최초로 100세 수명을 살아가는 지금에는 몸 관리를 잘한 90대 부모가 건강관리에 소홀한 70대 자식의 장례식을 치르는 일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육체적인 컨디션은 70세가 넘으면 주민등록상의 나이와 연관성이 별로 없음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즉 70세 체력의 100세 노인과 100세 체력의 70세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부모 부양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지금은 경제역량이 있는 은퇴 부모가 집도 없고 무직 상태인 자녀와 손자를 끼고 살아가는 경우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과거와 달라진 경제환경 변화 따라잡기

첫째, 양극화의 시대를 넘어 초양극화 시대가 되었다. 20세기와 21세기의 가계소득과 재산의 차이를 비교해 보자. 국민소득이 2천 달러였던 70년대에는 보편적으로 가장 한 명이 벌어서 여러 자녀들과 함께 먹고살았다. 그래서 엄마들을 집사람 또는 안사람이라고 불렀었고, 아빠들을 바깥양반이라고 불렀다. 이런 용어를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면 올드맨이다. 그러나 3만 달러 시대인 지금은 맞벌이를 하고 자녀가 1명이라도 녹록지 않은 경제 환경이 되었다. 버는 것보다 쓰려는 욕구가 더 강해진 탓이다. 서민층인 가계에서도 명품 가방은 하나쯤 가지고 있고, 해외여행도 더 이상 자랑거리가 아니다.

둘째, 고금리에서 저금리 시대가 되었다. 우리나라도 과거에 개발도상국 시절이 있었다. 70~80년대의 GDP 성장률은 10%대를 넘었지만 지금은 2%대로 추락했다. 그때는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은행 적금으로만 관리해도 어느새 집도 사고 땅도 사서 부자가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생활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저금리로 인해 은행 예적금은 오히려 재무적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되었다. 한마디로 은행이자로 부자가 될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정년퇴직을 했는데 3억원의 금융자산이 있다고 하자. 지금의 금리로는 월 이자가 50만원에도 못 미친다. 보통사람은 쉽게 만져보지 못할 거액의 예금이지만 이자금액은 그야말로 용돈 수준이다. 이제는 매월 100만원씩 300개월을 까먹어야 기대수명까지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다.

셋째, 대한민국은 더 이상 땅이 모자라지 않게 되었다. 요즘 지방권의 읍면지역에 가보면 빈집들이 많고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규모가 큰 도시는 집이 모자라 저층주택을 고층아파트로 바꾸고 있다. 지금 50대 이상 세대들은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자”라는 인구 포스터를 기억한다. 그들이 태어날 당시 인구가 3천만명 정도였는데 주택도 부족했고 직업수도 적었다. 그러나 지금은 5천만명이 넘는데도 전국적으로 빈집이 속출하고 있고 해외동포도 700만명이 훨씬 넘는다. 과거에는 평면적인 토지개발 시스템 하에서 단독주택과 저층 건축물이 주류였지만, 지금은 신도시 개발과 지하철 관련 지하 공간 활용 및 아파트 위주의 고층 건물이 대세이므로 도시 안의 건물까지도 오히려 공실을 걱정하는 상황이 되었다.

넷째, 똘똘한 1 주택 시대가 되었다. 과거에 주택보급률이 100%에 한참 못 미쳤을 때 한 지붕 세 가족이 살았지만 지금은 1인 가구도 방 3칸짜리 아파트에 거주한다. 최근 발표된 전국 주택보급률이 103.3%이므로 전국적으로 수십만 채의 집이 남아돌고 있다. 그러나 교통이 편리하고 학군도 좋고 직장에서 가까운 입지의 신축 아파트는 여전히 부족하다. 당연히 고가일 수밖에 없으므로 일반주택 여러 채를 팔아서 똘똘한 1 주택으로 입성(?)하는 것이 새로운 주거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도 초양극화 시대가 계속된다면 그 중심에는 고가인 1 주택이 자리하게 될 것이다.

다섯째, 가구의 변화다. 과거에는 합계출산율이 1970년에 4.53명에서 최근에는 1명도 위협받고 있다. 1~2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4~5인 가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인구는 일정기간 증가하다가 서서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반하여 사회생활의 기본단위인 가구원 수가 슬림해지면서 경제 환경은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구 33평형으로 일컬어지는 국민주택규모는 방 3칸으로 아들들 딸들을 각각 1방씩 배정했지만 지금은 1인 가구가 대세를 이루고 있으므로 오피스텔 등 소형 주거시설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무자녀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강남 8 학군의 위상도 예전 같지 않으며 부모와 자녀가 손잡고 이용하던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스포츠 등의 상업시설도 온라인 상권과 홈쇼핑 등으로 공실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노인계층의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끝으로 상속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집 한 채 정도는 남겨서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부모의 도리라고 생각했었다. 심지어 딸들은 출가외인이라고 해서 상속지분에서 배제되어도 원망하지 못했다. 그래서 부모는 못 입고 못 먹어도 시골 땅을 죽을 때까지 손에 쥐고 있었고 자식에게 물려줄 용도로 집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상속 문화는 기대수명이 환갑 전후였고 정년퇴직이 보장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을 때 이야기다. 지금은 증여의 시대가 되었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부모가 보유자산을 살아서 자식에게 넘겨주는 사전증여가 문화로 정착 중이다. 사실 상속세는 배우자와 자녀가 있다면 10억 원까지는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상속을 한다면 100세 시대에는 자녀의 나이가 70대가 되어야 물려주는 격이므로 상속의 의미가 퇴색하게 된다. 집과 돈이 필요한 젊은 자녀에게 미리 주는 증여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기억하는 지난 수십 년간의 경제 환경 변화보다 앞으로 다가올 변화가 더 클 것임에는 틀림없다. AI, IoT, 로봇 등으로 표현되는 4차 산업이 지배할 미래 경제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2~3차 산업에 익숙한 우리도 언젠가 스마트폰을 통화하는 용도로만 이용하는 지금의 구식 세대 취급을 받을지도 모른다.



유평창 평생자산관리연구소장

※ 머니플러스 2019년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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