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 씨, 너 몇 살이니?

조회수 2020. 1. 22. 18: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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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래, 올해로 53세야.
부모님이 날 낳으신 건 1967년 1월이지만
당시 관례에 따라 주민등록을 음력 생일인
1966년 12월로 올리셔서 실제론 만 52세지. 몇 년 전부터 남편은 나더러 나이를 자꾸
깎는다고 핀잔을 주는데 팩트인 걸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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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리고 나이란 무엇일까? 주민등록상의 생년월일로부터 살아온 햇수를 더한 그것이 곧 나이인가? 생물학적 발달과 수준, 혹은 심리적 적응 수준에 따른 것은 나이가 될 수는 없나? 아니면 입학, 취직, 은퇴 등 시기를 결정하는 사회적 규범이 나이인 것일까?

앞서 말한 것 모두가 ‘나이’를 설명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다. 살아온 햇수를 따져 법률이나 행정절차에 따른 생활 나이, 신체적 수준에 따른 생물학적 나이와 심리적 성숙에 따른 심리적 나이, 규범이자 지위가 되는 사회적 나이 등등 참으로 ‘나이’는 복잡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취약한 개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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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으로나 실수로 행정상의 나이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고(“빠른 89년생입니다”, “아버지가 호적에 늦게 올려서 실제 나이는…”), 생물학적·심리적 나이는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고(“젊은 애가 벌써 숨이 차니?”, “어린데, 생각은 어른 같군?”), 사회적 나이는 사회 인식이 바뀌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어서 취업해서 결혼해야지?”, “애를 낳아야 진정한 어른이지?”).

이렇게 나이를 결정짓는 방법 중 우리를 가장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바로 ‘주관적 나이’이다. 주관적 나이란, ‘자각 연령’이라고도 하는데, 오로지 자신이 느끼는 나이를 말한다. 이 자각 연령이 혼란스러워지고 있는 것은 급작스러운 수명 연장과 노인 인구 팽창으로 자신이 느끼는 주관적 나이가 사회적 나이, 생물학적 나이와 불일치하는 경험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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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지리스, 나이가 필요 없는 사람들

가끔씩 거울에게 묻는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이쁘니?”, “어딜 가든 나 정도면 20대인 줄 알겠지?” 거울의 선택은 크게 세 가지이다. “네”라고 현실에 굴복하거나, “아니야!”라고 용기를 발휘할 수도 있다. 뭐, 체념하고 ‘미란다 원칙’의 힘을 빌릴 수도 있겠다.

이런 ‘모든 거울들의 고민’을 말끔하게 해결해 줄, 새로운 트렌드가 생기고 있다. ‘불로(不老)’ 또는 ‘영원(永遠)’을 뜻하는 ‘에이지리스(ageless, 나이를 초월해 자신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새로운 소비계층을 일컫는 말)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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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지리스 세대가 증가하는 원인>
➊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문화생활의 질적 추구가 중요한 이슈로 대두된 것
➋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년의 라이프 스타일이 변모한 것
➌ 경제력 있는 노년층을 중심으로 문화생활을 향유하고자 하는 경향 확산
➍ 성형 기술의 발전에 따른 수술 다양성 및 안정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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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현상은 30·40대의 여성들이, 스스로 자기 나이가 몇 살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의미하는 ‘자각 연령’이 실제 연령보다 훨씬 낮아졌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자각 연령’이라는 것은 스스로 자신에 대해서 느끼는 나이이다. ‘feel age(느끼는 나이)+look age(몇 살로 보인다고 생각하는가)+do age(몇 살 정도로 행동하나)+interest age(관심이 있는 나이)÷4=자각 연령’라는 공식에 의해서 구할 수 있다. 미국 여성의 경우 50세가 넘어도 자신이 느끼는 나이는 48세에 머물러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30·40대 여성이 스스로는 이보다 5~10세쯤 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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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나이, 젊게 산다는 게 중요

에이지리스 현상에 대해 이래저래 설명을 했지만, 결론적으로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보여지는 곳에서만 확대되고 있는 에이지리스 현상과 가치관만은 아니라고 본다. 또한 트렌드에 대응하는 마케팅 전략 역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가장 필요한 것은, 보이는 에이지리스가 아닌 진정으로 젊게 사는 것이다. 겉모습의 나이를 잊는 것 못지않게, 내면의 나이를 잊고 늘 젊은 열정으로 삶을 살면서 성숙된 나이가 가져다주는 지혜와 포용의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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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점가에 내년 트렌드를 전망하는 서적이 쏟아지고 있다. 혼밥·혼술·혼영·혼커·혼스시 등 혼자만의 시공간을 뜻하는 ‘혼라이프’, 다양하게 분리되는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가진 ‘멀티 페르소나’, 스트리밍 라이프, 편리미엄, 업글인간, 친밀함보다는 느슨한 연대, 살롱문화, 취향 인플레이션, 환경 문제로 여행을 꺼려하는 플뤼그스캄(비행기 여행의 수치심을 뜻하는 스웨덴어), 새로운 애국주의, 공존 현실, (환경 파괴 없이)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서스테이너블’, 우아한 가난, 그리고 에이지리스 등이 키워드로 제시되고 있다.

만나자마자 나이부터 묻고, 고향 묻고, 출신학교 묻고, 전공 묻고, 어디 사느냐고 묻고…. 어떻게 된 게 만나기만 하면 나이부터 묻는다. 이제, 적어도 2020년 경자년에는, 나이를 묻지 말자! 


이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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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니플러스 2019년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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