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선 스피커 케이블에 대한 올닉의 준비된 답변

조회수 2020. 1. 30. 11: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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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nic ZL Technology ZL-8000S

며칠 전 올닉(Allnic)의 관계자 한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올닉에서 새 스피커 케이블이 나왔는데 집에서 들어보라는 것이었다. 다음날 도착한 택배 박스를 열어보니, 익숙한 올닉 스피커 케이블 외관이 아니다. 가볍고 부드럽기까지 하다. 필자는 예전에 올닉의 ZL-5000과 ZL-3000을 리뷰했었고, ZL-3000은 지금 자택에서 몇 년째 쓰고 있다. 더 이상 업그레이드나 교체 생각이 안 들 만큼 만족도가 높은 스피커 케이블이다.


새 스피커 케이블 이름은 ZL-8000S. 숫자로 보아 새로 등장한 플래그십이 분명하다. 이처럼 모델명 말고는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일단 ZL-3000을 빼고 자택 시스템에 물려 들어봤다. 파워 앰프는 일렉트로콤파니에의 AW250R, 스피커는 탄노이의 D700. 때가 때인 만큼 첫 곡으로 오스카 모텟 합창단의 ‘Christmas Song’을 들어보니, ‘이건 뭐지’ 싶다. 단원들이 이렇게나 많았었나, 이 곡이 이렇게나 투명하고 맑았었나, 의아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입자감이 아주 고와 마치 인절미 가루가 된 듯했다. 

청감상 ZL-8000S는 그냥 플래그십으로 등장한 새 스피커 케이블 수준이 아니었다. 외관을 보니 ‘ㄷ’자 모양의 말발굽 단자와 두랄루민 스플리터, 그 스플리터에 새겨진 ‘ZL Zero Loss Technology’ 등은 기존 ZL-5000이나 ZL-3000과 변함이 없지만, PVC 피복 자체가 쪽빛의 연질로 바뀌어 훨씬 부드러워졌다. ZL-3000과 번갈아 만져보니 ZL-8000S가 훨씬 두텁고 폭신폭신하다. 줄자로 재어보니 ZL-8000S의 길이는 2.5m가 나온다.


올닉의 박강수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지 않고서는 리뷰 자체를 쓸 수 없을 만큼 ZL-8000S가 들려준 소리가 기존과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은선입니다. 다들 은선에 대한 로망이 있잖아요? 그래서 올닉에서 처음으로 은선 스피커 케이블을 만든 것입니다.’ 그제야 무릎을 쳤다. 지난 가을에 자택 리뷰를 했던 크리스털 케이블이나 실텍과 그 소릿결이 일맥상통했음을 비로소 깨달았던 것이다. 

ZL-8000S는 박강수 대표 말대로 올닉이 처음 내놓은 은선 스피커 케이블. ZL-5000과 ZL-3000은 무산소 동선을 선재로 썼다. 잘 아시는 대로 전도율에서 동선(구리)이 100, 은선이 106을 보일 정도로 은은 전도율이 높고 이러한 기본 특성 때문에 ‘화사하다, 뻗침이 좋다, 밝은 색감이 나온다’ 같은 수많은 성향들을 보인다. 하지만 구리선만큼 단단하고 묵직하며 양감이 있는 저역은 아쉬웠던 상황. 이 점에 대해서도 올닉은 신경을 썼다.


‘맞습니다. 기존 은선 케이블들이 고음은 잘 나오지만 저음이 잘 안 나왔죠. 이게 다 은선을 너무 과신해 게이지(Gauge, 굵기)가 낮은 선재를 쓴 탓이에요. ZL-8000S는 그래서 순도가 높은 은선 도체를 아주 굵은 것으로 썼습니다. 여기에 더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구리 선재도 들어갔습니다. 도금을 한 것이냐고요? 그건 아닙니다. PVC 피복 안에는 댐핑과 절연을 위한 또 다른 도체가 더 투입됐습니다.’

한편 도체와 피복 디자인이 바뀌고 전체 케이블 직경도 18mm로 늘어났지만(ZL-5000 16mm, ZL-3000 12mm), 올닉 케이블의 핵심 DNA만큼은 바뀌지 않았다. 바로 접촉 저항, 연결 저항, 도체 저항을 극도로 낮춰 ‘손실=0’에 도전한 ZL 테크놀로지(Zero-Loss Technology)다. 극저온 처리된 티타늄 구리에 로듐 도금을 한 단자가 ‘ㄷ’자 클립 타입인 것은 앰프와 스피커 커넥터와의 접촉 저항을 획기적으로 줄인 설계로, 실제로 체결을 해보면 그 단자의 탄성과 접촉률이 장난이 아니다.


선재와 단자를 1000도 이상의 초 고온으로 열 용접(Welding)하는 것도 ZL 테크놀로지의 핵심 중 하나. 한마디로 케이블과 단자를 한 몸체로 만들어 그 어떤 저항과 손실(연결 저항)을 없앤 것이다. 이에 비해 납땜 방식은 300-400도면 충분하지만 저항값이 높기 때문에 순수한 신호 전달에 부적합하고, 클램핑 방식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헐거워지거나 부식이 되는 단점이 있다. 끝으로 최적의 선재 굵기를 찾아 선재 자체의 저항(도체 저항)을 최소화한 점도 올닉 케이블의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ZL-8000S를 투입한 상태에서 좀더 많은 곡을 들어봤다. 모차르트의 레퀴엠 중 ‘Tuba Mirum’에서는 오케스트라 악기들의 작은 음들이 선명하게 들리고,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에서는 마치 DAC을 최상급으로 바꾼 듯한 해상력이 돋보였다. 아예 암실에 들어온 것 같은 정숙한 배경도 특징. 소프라노와 테너의 앞뒤 그 미세한 거리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에서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야신타의 ‘Moon River’는 피아노 고음이 단단하고 분명했으며, 음상은 평소보다 약간 작게 맺혔다. 전형적인 하이엔드 스피커 케이블의 특징이다. ZL-8000S를 반납할 걱정만 남았다(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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