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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폰, 아날로그 감성에 첨단 디지털 엔진이 녹아들다

조회수 2020. 2. 18. 11: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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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yphon Ethos

1985년, 아날로그 포노 앰프로 등장한 그리폰은 1998년부터 CD 플레이어 CDP-1으로 디지털 영역까지 발을 넓혔다. 2001년,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 디자인으로 큰 성공을 거둔 미카도로 그 정점을 보여주고, 32비트/192kHz 업샘플링의 새로운 알고리듬이 추가된 미카도 시그너처로 이어졌다. 2013년 단종된 미카도 시그너처 이후 그리폰의 CD 플레이어는 자취를 감추었다. 


그 이유는 그리폰의 결정이 아니라 필립스의 톱 로딩 CD-Pro2 드라이브 메커니즘의 공급 중지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그대로 디지털 하이엔드 소스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대안으로 SACD 재생이 가능한 탑 로딩 메커니즘을 찾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했다. 결국 몇 년에 걸친 메커니즘 공급선 확보와 음질 테스트 뒤에 최적의 대안으로 찾아낸 것이 필립스의 후신인 오스트리아 스트림 언리미티드의 CD-Pro 8 드라이브였다. 이 메커니즘은 CD 재생만 가능한 드라이브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과거 CD 재생의 레퍼런스였던 CD-Pro 계보의 가장 현실적 해법으로 CD 재생 퀄러티만큼은 최고를 자랑한다. 

굳이 CD 재생에 제한된 이 메커니즘을 선택한 이유는 톱 로딩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그리폰은 CD 플레이어가 디지털 기기라기보다는 아날로그 LP처럼, 행위적 예술로 음반 재생을 추구하기 때문에, CD 플레이어가 턴테이블처럼 조작의 즐거움, 그리고 행위에서 얻는 감성, 만족감, 그리고 럭셔리함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탑 로딩의 수동 메커니즘을 고수한 것이다. 실제로 CD를 재생하기 위해 탑 커버를 올리고 내릴 때의 느낌과 ‘딸깍’하고 들리는 부드러운 조작음은 마치 하이엔드 턴테이블에 암을 움직여 바늘을 음반 위에 올려놓는 것과 같은 감흥을 선사한다. 그리폰의 주장처럼, 정말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아름다운 디자인과 아날로그적 감성의 조작 속에는 현대 디지털 사운드 재생에 가장 앞선 기술의 회로가 담겨 있다. 32비트/768kHz 재생의 ES9038PRO Sabre DAC 칩이 각 채널별로 1개씩, 총 2개가 들어 있는데, 이 칩 1개에는 8개의 DAC 회로가 들어 있고, PCM 24비트/384kHz 또는 DSD128 업샘플링 재생이 가능하다. DSP의 경우 자체 개발한 다양한 디지털 필터들로 고음질 재생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데, PCM으로는 7개의 필터가, DSD로는 3개의 필터가 준비되어 있다. 

CD 플레이어지만, 외부 입력으로 BNC, AES/EBU와 USB 입력을 제공하고, USB는 PCM 32비트/384kHz, DSD512까지 재생을 지원한다. 단, BNC, AES/EBU는 24비트/192kHz까지 지원한다(DSD는 재생 불가). MQA 디코딩이나 네트워크 스트리밍 기능은 없다.


회로적으로도 DAC 출력이 전류/전압 변환을 거쳐 필터와 출력 버퍼로 구성되는 일반 구성 방식과 달리, DAC 출력이 곧바로 전압으로 출력되도록 회로를 줄이고, 이를 곧바로 그리폰 특유의 클래스A의 증폭 회로로 버퍼를 구성하는 식으로 설계하여 고음질 재생을 구현했다.


CD 재생과 맥북을 이용한 USB의 파일 재생으로 테스트를 했고, 앰프는 그리폰의 제나 프리앰프와 안틸레온 모노블록 파워 앰프, 그리고 스피커는 락포트 테크놀로지스의 제품을 사용했다. 케이블은 모두 노도스트의 발할라 2. 특히 USB 케이블의 경우 그리폰의 레퍼런스이자 권장 케이블이 발할라 USB 케이블이었다. 

CD든 파일이든, 둘 다 사운드는 입이 벌어질 정도로 훌륭했다. 그리폰 특유의 노블한 중후함과 안정감, 그리고 유려한 색채미가 더해진 사운드는 공간의 에어리한 분위기 속에 자연스러운 중역의 꽉 찬 밀도감으로 듣는 이를 무장해제를 시키고, 또렷하고 진한 음색은 테스트보다는 음악 자체에 빠지게 만들어 버렸다. 무엇보다도 에토스가 훌륭한 점은 어둡고 둔중한 무게감 대신 개방적이며 훨씬 세련된 디테일의 유려함을 보여주는 점이다. 


관현악 녹음의 무대 공간은 크고 입체적이며, 악기들 주변에 여유로운 공기 냄새가 흐른다. 여기에 내장된 업샘플링 기능을 동작시키면 악기의 디테일들에 매끄러움이 더해지고, 공간 연출도 더 긴 리버브의 잔향 시간을 들려주는 듯하다. 특히 저음은 더 탄력적이며 임팩트하며 깊고 여유로운 에너지를 선사한다. 보컬은 색조와 콘트라스트가 강한 4K 영상처럼 강렬하고 선명한 사운드로 나타나는데, CD를 들어도 마치 고해상도 녹음을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USB 재생인데, 맥북에 Audirvana로 재생하는 FLAC 및 DSD 파일들의 재생음은 별도의 하이엔드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고해상도 음원 소스로서 훌륭한 역할을 소화했다. 

오랜만에 등장한 그리폰의 새로운 레퍼런스 디스크 플레이어는 ‘하필 이 시기에 웬 CD 플레이어일까?’ 하는 의문을 사운드 자체로 충분히 감동적인 느낌표로 만들어주었다. 여기에 아날로그적 조작감과 그리폰 특유의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은 단순히 하이엔드 오디오가 아니라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 음악 소스로서 커다란 음악적 즐거움과 감동을 안겨준다(성연진).

수입원 (주)다미노 (02)719-5757

가격 4,800만원

디지털 입력 AES/EBU×1, S/PDIF(BNC)×1, USB B×1 USB 지원 PCM 32비트/384kHz, DSD 64/128/256/512 디지털 출력 AES/EBU×1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DAC ES9038PRO×2 32비트/768kHz 출력 레벨 2.15V(RCA), 4.3V(XLR) 출력 임피던스 30Ω 디스토션 0.0070% 이하(0dB), 0.0025% 이하(-6dB) 파워 서플라이 커패시터 20000㎌×2 크기(WHD) 48×17.6×45.3cm 무게 13.7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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