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어디까지 가봤니? 나만 아는 부산의 모던플레이스

조회수 2019. 8. 21. 10: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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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제너레이션 부산의 모던 플레이스
역사민속학자 유승훈은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부산>에서 부산을 ‘문화 용광로 같은 바다 도시’라고 표현했다. 조선 시대에는 초량 왜관을 통해 일본 문화가 들어왔고 해방 이후에는 귀환 동포들이, 한국전쟁 시절에는 피란민들이 정착하며 토종 문화와 외부 문화가 끊임없이 충돌하며 새로운 문화를 창출했다는 것이다. 21세기의 부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감각의 디자인으로 무장한 뉴 제너레이션의 공간들은 도시의 색깔을 다채롭게 만든다.

드라이버의 눈길을 사로잡는 건축물,
웨이브온커피

기장에 위치한 웨이브온커피. 기장은 과거 경상도의 대표적 귀양지였지만 지금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부산의 보고가 됐다.

부산이라는 도시는 횡으로 확장된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그 최전선에 기장군이 있다. 최근 사람들이 이곳으로 발길을 옮기는 데에는 웨이브온커피도 크게 한몫한다. 특히 2018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을 수상한 건축물이 유명한데, 기다란 비정형 콘크리트 블록을 엇갈려 쌓은 듯한 모습에서 강렬한 아우라가 느껴진다. 자칫 운전자들이 스쳐 지나가는 지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허범규 대표는 3초 안에 드라이버의 시선을 끄는 건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가 이뎀도시건축에 요청한 사항은 한 가지. 어떠한 각도에서도 바다가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루프톱과 2층 그리고 1층 평상에서 보이는 바다의 느낌이 모두 다른 것이 웨이브온커피의 가장 큰 매력이다. 건축이 불러온 반향은 상당했다. 하루 평균 3000명, 연평균 약 90만 명이 몰리고 있는데 기장군 인구가 16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숫자다.

운영 시간 매일 11:00~24:00

주소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해맞이로 286

웹사이트https://waveoncoffee.com/

동화 속으로 체크인
바게트호텔

출처: ⓒ정승룡
출처: ⓒ정승룡
출처: ⓒ정승룡

일러스트레이터 듀오 키미앤일이의 동화책 <바게트호텔>을 그대로 옮긴 이곳은 그림과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호텔이다. 웰컴 카펫, 녹색 의자, 선인장 화분, 호텔 리셉션 등 책 속에 등장하는 요소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호텔의 시그너처 바게트를 맛볼 수 있는 베이커리와 카페, 해운대의 스트롱 에일을 판매하는 프렌치 레스토랑이 있으며 객실은 4층에 1개만 마련되어 있다. 만약 이곳에 오래 머물기 어렵다면 1층의 크림슨 바버샵을 살펴보기를 권한다. 실제 바버숍으로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에 등장하는 요소를 모티프로 제작한 굿즈를 판매해 이곳에서의 특별한 시간을 기념할 수 있다.

주소 부산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09번길 13
인스타그램 @baguettes_hotel_busan

크리에이터가 집결한 스페셜티 커피브랜드, 마틴커피로스터스: 에크뤼ecru

출처: ⓒ송인준
마틴커피 3호점. 한옥에 주로 쓰는 포천석, 진주석을 인테리어에 적용했다. 비스트럭처가 디자인한 가구의 경우 조형적으로는 모던하지만 제작 방식에서는 전통 기법인 낙동법(나무를 불에 태워 만드는 기법)을 활용했다.
출처: ⓒ송인준

부산 서면 지역에 1, 2호점을 오픈한 마틴커피로스터스(이하 마틴커피)는 커피 맛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한다. 그리고 센텀에 오픈한 세 번째 매장은 각 분야 크리에이터 연합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카페에서는 커피 외에 다른 음료는 일체 판매하지 않는다. 매장명에 ‘원자재의’, ‘가공되지 않은’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에크뤼’를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틴커피의 공동 창업자이자 디렉터인 박홍철이 공간 전체를 기획했는데 2호점에서 코퍼copper와 화이트 도장으로 구현했던 한국적 감성을 한층 심화시킨 점이 두드러진다. 한 폭의 수수한 수묵화 같은 분위기로 채도와 물성이 각기 다른 그레이 컬러의 소재들을 켜켜이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협업한 점도 눈길을 끈다. 1, 2호점에서 호흡을 맞췄던 금속공예 작가 김동규가 이번에도 금속 파트를 맡아 스피커와 조명, 커피 및 제조 공간을 디자인했고, 이승윤 작가는 매장 손잡이, 조명, 실내외 사인물 등을 맡았다. 매장 한편에는 한옥의 사랑채를 연상시키는 나무 소재의 단 구조가 돋보이는데, 임정주 작가와 협업한 것으로 동양의 고즈넉함와 우아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사실 이 공간에는 카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페이스 단단’이라는 이름으로 베이커리 ‘베이크 바이 베이크’, 티 브랜드 ‘앗차ATCHA’, 플라워 & 플랜트 숍 ‘라일스튜디오’ 등을 모았는데 라일스튜디오를 제외한 나머지는 마틴커피의 브랜치 브랜드다. 즉 이곳은 마틴커피의 브랜드 확장을 위한 전초기지인 셈이다.

운영시간 매일 8:00~17:00

주소 부산시 해운대구 센텀중앙로 79 센텀사이언스파크 별관 1층
웹사이트http://www.matincoffeeroasters.com/

책과 함께 누리는 호사
이터널저니

기장에 위치한 리조트 단지 아난티 코브에는 투숙객이 아니라도 이용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 아난티 타운이 있다. 그중 이터널저니는 1855m² 규모에 2만여 권의 서적이 여유 있게 들어차 있어 산책 하듯 서가 사이를 거닐 수 있도록 한 서점이다. 장르보다는 인물, 바다, 예술 등 50여 개의 테마를 중심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 표지가 잘 보이도록 책을 비치해 관심사에 따라 책을 발견하고 편히 집어 들 수 있도록 신경 썼다. 또한 심야 책방, 책모임 등 책을 기반한 프로그램도 여느 서점 못지않게 풍성하다. 잔디 광장과 산책로, 해변을 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행하는 기분을 주는 이터널저니는 이야기의 세계로 진입하는 또 하나의 여행지다.

운영시간 월-금 10:00~21:00 / 토-일 9:00~21:00
주소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268-31
인스타그램 @eternaljourney_life

완전한 공간의 무결한 커피
수안커피

수안커피는 먼저 곡선의 경사로와 성컨 형태의 건축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이는 건물을 보는 각도와 위치에 따라 다른 인상을 만들고자 한 와이즈건축의 의도다. 야트막한 정원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에는 ‘진정한 커피의 세계’로 입장하는 기분을 선사한다. 공간은 로스팅을 주로 하는 제조실, 커피를 추출하는 바, 커피를 마시는 공간 등 세 영역이 동심원 구조로 이뤄져 있다. 커피의 생산, 제조, 추출 과정을 다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

‘커피를 대하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한다’는 수안커피의 모토는 공간뿐 아니라 패키지 디자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여기에는 커피의 여덟 가지 요소가 기록되어 있는데 커피의 맛과 향은 한 가지 요소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관련 정보를 제공해 맛을 구성하는 요소를 세세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사용자 경험의 여정을 곳곳에 설계하며 커피의 본질을 강조한 점이 인상적이다.

운영 시간 평일 10:00~17:00, 토요일 12:00~17:00
(일요일, 공휴일 휴무)

주소 부산시 동래구 충렬대로 256번길 32

웹사이트 http://suancoffee.com/


뉴욕과 암스테르담 사이 어딘가
딥슬립커피

일단 이름에 ‘커피’가 붙긴 했지만 사실 이곳은 카페와 호스텔을 겸하고 있다. 부산이 고향인 배성호 대표는 20대 시절을 미국에서 보냈다. 그는 뉴욕 브루클린 부시윅Bushwhick 지역의 공장형 아파트에 살면서 얻은 감성을 고스란히 1층 카페에 녹여냈다. 2층은 4인실 방 3개로 꾸며 호스텔로 운영한다. 외국 호스텔 대부분이 2층은 침실로, 1층은 펍이나 카페로 운영하는 것에서 착안했다. 이곳으로 통하는 붉은 계단과 단출한 객실은 모두 암스테르담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지역의 젊은 친구들이 함께 즐기고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대표의 바람에 따라 카페에서는 부산 작가들의 전시를 비롯해 영화제, 밴드 공연, 연극 등을 진행한다.

운영 시간 월~토요일 12:00~21:00(일요일 휴무),
호스텔은 예약제

주소 부산시 수영구 수영로 663

인스타그램 @deepsleepcoffee_

불편한 매력
베르크로스터리

현재 부산 도심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을 꼽으라면 역시 베르크로스터스다. 모모스커피 출신의 송찬희와 박현동,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했던 이상용 그리고 김석봉이 의기투합해 만든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특유의 ‘불편함’. 이곳은 지하 1층, 지상 1층, 2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보통 1층에 자리하는 주문 공간을 과감히 지하로 내리고 그 자리에 로스팅 과정을 보여주는 쇼윈도를 뒀다. 이는 베르크의 정체성이 단순한 카페가 아닌 로스터리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다. 베르크로스터스는 예전에 창고로 쓰던 지하 공간의 음습함을 살려 그로테스크한 감성을 연출했다. 음료를 마시는 2층은 지하와 사뭇 대조적이다.

길게 뻗은 기둥 사이로 들어오는 빛과 교회 장의자가 묘한 조화를 이루며 ‘커피의 성전’에 온 듯한 인상을 준다. 착해빠지기만 한 공간은 매력이 없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뾰족한 구석이 있는 공간이 더 매력적이다. 베르크로스터스가 바로 그런 공간이다.

운영 시간 평일 14:00~21:00, 토요일 11:00~21:00
(일요일 휴무)

주소 부산시 부산진구 서전로58번길 115

인스타그램 @werk.roaster

글 최명환, 유다미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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