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회사에서 이제 물도 만들어요

조회수 2019. 11. 29. 11: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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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는 현대카드 아워 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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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물인데 그냥 단순한 물이 아니다. 현대카드가 선보인 물 ‘아워 워터Our Water’ 얘기다. 공간, 공연, 영화, 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덴티티를 전달해온 현대카드가 식음 시장에 뛰어드는 건가 싶은 순간, 물병을 보니 이것은 누가 보아도 그냥 ‘현대카드의 물’이다. 사각 형태의 보틀에는 가로 54mm, 세로 85.5mm의 실제 카드 크기가 그대로 디자인되어 있다. 보틀의 라벨 안쪽에 현대카드의 M, X, 그린, 레드, 퍼플이 마치 실제 카드가 붙어 있는 듯 삽입되어 있는 것이다. 컬러가 카드의 이름이자 주요한 아이덴티티인 만큼 보틀만 보고도 직관적으로 그것이 현대카드의 물임을 알 수 있다. 현대카드의 크고 작은 행사에서 제공하는 물이나 혹은 사옥 내에서 제공하는 물이 타사 제품인 것과 현대카드에서 만든 물이라는 것은 확실히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물에도 현대카드의 정체성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아워 워터는 바로 이렇게 시작됐다.

현대카드 디자인에서 모티프를 얻은 아워 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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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7년 전 ‘잇 워터It Water’를 출시한 바 있는 현대카드는 지난 9월 출시한 아워 워터를 통해 더욱 ‘현대카드다운’ 정체성을 담아냈다. 카드가 주요한 모티프였기에 보틀 디자인은 전면이 평면인 사각 기둥 모양으로, 카드가 가장 잘 보이는 형태다. 여기에 안쪽의 카드가 잘 보이도록 투명한 보틀을 선택하고 한 손에 쏙 잡히는 사이즈로 최적화된 그립감을 가졌다. 그러기에 우리는 아워 워터를 손에 잡았을 때 라벨 안쪽에 삽입된 카드 이미지를 통해 보틀을 드는 동시에 카드를 쥐고 있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보틀은 보는 순간 손에 들고 싶을 만큼 예쁘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현대카드 디자인랩은 이에 대해 “지금의 형태는 우리의 물이고 우리를 가장 잘 나타내는 카드를 제일 잘 보여주기 위한 디자인”이라고 말한다. 카드 비례와 사이즈 등 보틀의 형태는 카드 디자인을 가장 잘 표현하기 위한 최적의 결과라는 얘기다. ‘아워 워터’라는 네이밍 역시 이러한 맥락으로 연결된다. 여기서 아워our의 의미는 현대카드 사원 입장에서의 우리인 동시에 현대카드 회원 입장에서의 우리이기도 하다.

라벨 안쪽으로 각 컬러별 카드 이미지가 삽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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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Water is our water(아워 워터는 우리의 물이다)’라는 슬로건처럼 이름만으로도 현대카드를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포괄적인 의미가 담기는 것이다. 한 컵 정도의 용량으로, 한 잔따라 남기지 않고 마실 수 있고 가볍게 들고 다닐수 있다는 점도 아워 워터를 더 자주, 부담 없이 집어 들 수 있도록 만든다. 아워 워터는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온라인 M포인트 몰 등에서 판매된다. 이렇게 보면 현대카드는 보틀 디자인뿐만 아니라 생수 생산에 이르기까지, 기존에 하지 않았던 산업 영역에 또 한 번 도전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현대카드 디자인랩은 “아워 워터는 현대카드가 다른 산업의 영역에 뛰어들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판매가 이뤄지기는 하지만 그것이 주요 목적은 아니라는 얘기다. 기능성이나 심미적 측면으로 최고의 보틀 디자인을 선보이겠다는 의도도 아니었다. 보틀을 보는 순간 현대카드에서 만든 물임을 인지하고, ‘현대카드가 만든 물은 이렇게 다르구나’라고 느낄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워 워터는 오브젝트를 통해 브랜드가 보여줄 수 있는또 하나의 디테일이자 일관된 디자인 언어다.

아워 워터 디자인을 도출하기 위한 아이디어 이미지 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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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시장이 성숙기를 넘어선 지금, 이제 카드의 용도나 기능보다 이를 사용하는 주체가 더욱 중요해졌다. 현대카드가 정립한 각 카드의 페르소나가 대표적으로, 현대카드 역시 이들 각자의 주체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카드는 앞으로 각 페르소나가 관심을 가질 만한 활동, 물건, 일상생활 등으로 디자인 영역을 넓혀나갈 것으로 보인다. 모든 사물과 일상이 현대카드의 크리에이티브로 구현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무엇이 되건 그 결과물에는 디자이너의 감각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엇을 디자인하든 현대카드다움을 찾아야 하는 것이 늘 과제’라는 현대카드 디자인랩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와닿는다. 디자인에 앞서 브랜드 가치를 공감하기 위한 고민이 이루어지면 그것이 특별하지 않아도 깊은 인상을 받는다.

보틀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으로 현대카드의 물임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했다

누구나 마시는 평범하디평범한 물에 담긴 현대카드는 그래서 쉽게 다가온다. 이 지점에서 ‘현대카드다움’이라는 명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면, 브랜드가 자기다움을 담아내고자 하는 시도와 과정에서도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이제 우리는 ‘현대카드의 물’을 마시는 조금은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됐다.

보틀의 용량은 320ml로, 한 번에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그립감도 고려했다.
아워 워터는 현대카드의 물을 정의하는 가장 직설적이고 솔직한 이름이다
- 현대카드 디자인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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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 워터에 이어 다시 한 번 물을 출시했다.

현대카드는 일반적인 오브제도 문화와 연관 지어 접근한다. 현대카드 사원 혹은 현대카드 회원이 사용하는 일상용품까지도 이런 방식으로 접근한다. 놓치기 쉬운 작은 물건 하나에도 현대카드의 정체성을 담고자 했다. 또한 잇 워터를 출시할 당시와 비교해 물을 소비하는 방식이나 기호가 분명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지금 현대카드가 추구하는 정체성을 물에 다시 담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디자인은 어떻게 도출해나갔나?

사실 처음부터 카드 플레이트를 디자인 모티프로 삼은 것은 아니었다. 현대카드를 이용하거나 SNS상에서 현대카드를 팔로우하는 이들이 물을 어떻게 마시고 이용하는지를 떠올렸고, 우리가 어떻게 표현할 수있을까 고민했다. 결국 “현대카드가 물을 만든다면 어떤 물이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그 과정에서 도출한 것이 카드를 보틀에 그대로 구현해보자는 생각이었다. 보틀 디자인 측면으로는 사람들이 마트나 편의점에서 생수를 계산할 때 손에 카드와 생수를 함께 들고 있는 모습에서도 영감을 받았다.

아워 워터라는 이름은 여러 의미를 지닌 동시에 상당히 직관적이다.

현대카드 입장에서 ‘우리가 만든 물’이라는 의미이자또 그러기에 ‘우리의 물’이라는 의미다. ‘아워’에 담긴 의미가 포괄적이긴 하지만 보틀과 라벨을 보거나 물을 마시는 단순한 행위로도 ‘우리’라는 키워드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현대카드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제작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특히 생수 제조 기업과 우리가 원하는 재질과 금형을 생산하기 위해 많은 설득과 조율의 과정이 필요했다.

기존의 보틀과 달랐기 때문에 모든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보틀이 쌓였을 때의 하중, 현대카드 규격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세밀한 비례, 일반적인 형태와 달리 보틀 외형에 결이 없다는 점까지도 고려해야 했다. 대량생산 제품의 경우 작은 부분이라도 다른 시도를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았다.(웃음)


그럼에도 현재의 형태를 고집한 이유는 무엇인가?

현대카드의 비례가 디자인의 시작점이었고, 보틀 안으로 보이는 카드를 통해 현대카드의 스토리가 직접적으로 보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일반적인 원기둥 형태는 어울리지 않다고 판단했다. 실제 구현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때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디자인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가?’, ‘브랜드를 표현하는 데 있어 이러한 디자인이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졌다. 그렇다고 판단이 되면 문제가 생겼을 때 기존 방식과 타협하기보다는 어떻게든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현대카드다움이란 무엇인가?

각자가 생각하고 또 공유하는 ‘현대카드답다’는 이미지나 단어는 존재하겠지만 무엇을 디자인하느냐 혹은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정의할 수 있다. 아워 워터에도 현대카드답다고 느껴지는 여러 정체성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보틀에 라벨을 최소화해 어떤 것도 가리는 법 없이물 그 자체를 오롯이 드러낸 것은 불필요한 부분은 걷어내고 중요한 부분을 볼드bold하게 드러낸다는 현대카드의 디자인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다양한 키워드와 이미지를 가장 현대카드답게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이를 한마디로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기에 오히려 ‘현대카드다움’이라는 말 자체가 우리를 설명하는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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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 워터

총괄 기획 현대카드(대표 정태영)

기획·디자인 현대카드 디자인랩(안성민 실장, 김희봉 팀장, 장택근 책임 디자이너, 김미진·김단비 선임 디자이너)

생산 산수음료(대표 김지훈)

프로젝트 기간 1년



글 오상희 기자

사진 현대카드 제공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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