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밀라노 대신 온라인

조회수 2020. 6. 12. 09: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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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디자인 페스티벌

매년 4월이면 도시 전체가 북적이던 밀라노가 올해는 조용했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비롯해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시상식 등은 행사를 중단했고, 베니스 국제 건축 비엔날레는 8월로 행사 일정을 연기했다. 세계 주요 디자인 페스티벌이 차례로 중단 혹은 연기되자 디자인계는 고민에 빠졌다. 새로운 제품과 아이디어를 이제 어디서 공유하고 어떻게 시너지를 낼 것인가? 그동안 준비해온 작품을 어디에 선보일까? 이에 건축 · 디자인 웹 매거진 〈디진〉은 빠르고 과감한 대안을 준비했다. 지난 4월 15일부터 세계 최초의 온라인 디자인 페스티벌인 ‘버추얼 디자인 페스티벌Virtual Design Festival’을 시작한 것. 그리고 오는 6월 30일까지 온라인 토크와 강의, 영화, 신제품 론칭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출처: ©Theo Watson
온라인 퍼포먼스를 펼친 싱어송라이터 비티 울프Beatie Wolfe.


톰 딕슨은 새로운 조명 프로젝트를 선보였고 건축 사진가 에드문드 섬너Edmund Sumner는 인도 건축을 주제로 한 영화를 상영했다. 론 아라드는 로스앤젤레스 OTI 갤러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전시 〈D.F.W.T.M〉의 디지털 버전을 공개하며 영상으로 전시를 소개했다. 또한 카펫 브랜드 CC타피스는 영국 디자이너 필립 말루인Philippe Malouin과 협업한 러그 컬렉션을 선보였고, 캐나다 조명 회사 보치Bocci는 아마추어Armature, 스템 시리즈Stem Series의 새로운 버전을 소개했다. 학생들과 소규모 스튜디오 역시 자신의 작품을 업로드했다. 지금 거의 유일무이한 디자인 플랫폼이자 전시장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누구나 특별한 가입 과정 없이, 그것도 무료로 버추얼 디자인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는 길을 잃을 우려도 없고, 소지품을 잃어버리거나 택시를 찾아 헤맬 일도 없다. 유명 건축가와 디자이너의 실시간 인터뷰도 집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물론 실제로 공간을 방문하고 제품을 체험하며 직접 디자이너를 만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버추얼 디자인 페스티벌은 온라인을 통해서도 새로운 디자인 비즈니스와 네트워크의 기회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출처: ©Andy Stagg
런던의 가구 디자이너 잉카 이오리yinka ilori는 전 세계 디자이너를 위한 비디오 메시지에 참여했다.

여기에 더해 전 세계 디자이너들은 행사(VDF 비디오 메시지 섹션)를 통해 팬데믹 상황에서 디자이너의 달라진 일상과 고민부터 여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건축가 데이비드 록웰 David Rockwell이 비디오 영상에서 말하듯 ‘지금은 자기 자신, 그리고 미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기도 하다. 다가올 언컨택트 시대는 모든 디자이너가 직면한 기회이자 새로운 과제가 될것이기 때문이다.

작업실의 론 아라드
온라인으로 전시를 선보인 론 아라드의 작품 ‘Remember Brexit’
출처: ©Ross Harris
퍼포먼스와 다큐멘터리 필름을 선보인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비티 울프Beatie Wolfe.

마커스 페어스 Marcus Fairs 〈디진〉 편집장

버추얼 디자인 페스티벌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비롯한 여러 디자인 페스티벌이 취소되자 많은 디자이너가 우리에게 제품 프로모션을 도울 수 있는지 물었다. 〈디진〉 역시 많은 행사와 사업 진행이 어려워졌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 결과다.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아이디어부터 실행까지 2주 정도 걸렸다. 온라인이기에 좀 더 유용한 경험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오프라인상에서는 구현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더 실험적인 콘텐츠 구현은 물론 음악가와 협업해 전시에 사용할 음악을 효율적으로 구현하는 방법도 고민했다.


전시 프로그램 중 특히 추천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버추얼 디자인 페스티벌 큐레이터 중 한명인 알리체 슈토리 리히텐슈타인Alice Stori Liechtenstein이 5월 8일 오스트리아의 궁전 슐로스 홀레네그Schloss Hollenegg를 공개했다. 궁 구석구석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뿐 아니라 그곳에서 그녀가 개최하는 디자인 전시회도 볼 수 있었다.


직접 가보거나 만지지 않고도 디자인을 경험하거나 느낄 수 있을까?

현실 세계의 경험을 대체할 만한 실질적인 기술적 대안은 아직 없다. 하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스트리밍이나 화상회의, 가상현실등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더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곧어디를 가지 않고도 마치 그곳에 있는 것과 같은 경험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번 행사는 세계 최초의 온라인 디자인 페스티벌이기도 하다. 

이번 개최가 앞으로 디자인 관련 행사에 미칠 영향이 있을까? 많은 디자인 행사가 디지털의 역할에 대해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사실 그동안 여러 행사와 이벤트가 웹사이트조차 형편없는 경우도 꽤나 있었다. 더구나 아무리 코로나19 사태가 나아진다 해도 이제 사람들은 당분간 여행을 조심할 것이고 정상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물론 오프라인에서 벌어졌던 행사가 완전히 사라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콘텐츠를 제공하는 형식부터 관람 방법, 전시를 경험하는 과정에서의 번거로움과 비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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