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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도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조회수 2021. 2. 26. 09: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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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시땅 본느 메르 솝

19세기 독일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는 “한 국가가 소비하는 비누의 양은 그 문명의 척도”라고 말했다. 비누가 대중화된 오늘날에는 이렇게 바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한 사람이 소비하는 비누의 종류가 그 사람의 취향의 척도라고. 록시땅이 지난 2월 선보인 아트 오브 솝 컬렉션 ‘본느 메르 솝 ’을 보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수긍하게 될 것이다. 브랜드 최초의 네이키드 비누로 야심 차게 출시한 이번 컬렉션은 작은 스퀘어 안에 윤리적 생산, 장인 정신, 디자인 미학이 응축되어 있다.

본느 메르 솝. 록시땅의 클린 차터 제품으로 자연 유래 성분 함유, 화학 성분 최소화, 공정 무역 거래 등 엄선된 기준으로 선별해 제조했다.

친환경 원료로 만든 착한 비누

최근 윤리적 소비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뷰티 시장에서도 ‘클린 뷰티 ’, ‘비건 뷰티 ’ 같은 키워드가 주목받게 됐다 . 개인 위생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감, 더 나아가 전 지구적 문제까지 고려한 제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본느 메르 솝은 그런 면에서 개인의 가치와 신념을 따르는 미닝 아웃 meaning out 소비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일찍이 클린 뷰티의 중요성를 인지한 록시땅은 자사 브랜드만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클린 차터 Clean Charter를 개발하고 이 기준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동물성 원료나 동물실험 원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화학 성분과 방부제 함유량을 최소화하며 자연 유래 성분을 91% 이상 높인 것이다. 또 생분해성 원료와 식물성 오일로 제품을 만들고 용기와 포장재에 친환경 소재 사용은 물론, 나아가 별도 포장재가 제공되지 않는 브랜드 최초 네이키드 솝을 출시했다. 제품을 담고 보호하는 1차적 기능을 제외하면 욕망을 자극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덕목이었던 패키지 트렌드가 본질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게다가 록시땅은 본느 메르 솝의 원료를 공정 무역을 통해 수급한다. 환경뿐 아니라 커뮤니티의 지속 가능성도 고민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록시땅의 첫 번째 네이키드 솝인 본느 메르 솝.

비누에 각인한 장인 정신

프랑스 제 2의 도시 마르세유는 비누 장인들의 본고장이다. 17세기 무렵 해초와 올리브 오일을 섞어 만든 비누로 명성을 얻었다. 사실 마르세유 비누가 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그 명성을 이어오기까지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마르세유 비누가 인기를 끌던 초창기에 일부 악덕 제조업자들이 값싼 동물 기름을 사용해 만든 싸구려 제품을 판매했고, 이 사실을 알고 분노한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는 콜베르 칙령을 공포했다. 생산지와 원료, 제작 방식 등을 엄격히 제한한 것이 주요 골자다. 국왕은 모든 원칙을 지킨 제품에 한해 ‘사봉 드 마르세유 ’라는 타이틀의 사용을 허용했다. 즉 마르세유 비누는 검증과 신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록시땅은 이 지역의 검증된 헤리티지를 계승한 브랜드다.


올리비에 보송 Olivier Baussan은 마르세유의 다 쓰러져가는 비누 공장을 인수해 1976년 천연 식물성 유지를 바탕으로 비누를 제조하는 공장을 열었는데 이것이 록시땅의 시초다. 당시 마르세유 비누는 값싼 대량생산품에 밀려 쇠퇴기를 걷고 있었지만, 프로방스 지역의 문화를 알리고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이 각별했던 이 젊은 사업가의 결단은 전통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었다. 본느 메르 솝 역시 전통 마르세유 비누의 계보를 충실히 따랐다. 지역에서 추출한 식물성 오일을 주원료 (72%)로 프로방스 비누 장인이 직접 개발한 독창적인 레시피는 세정력과 보습력 등 기능성과 유서 깊은 헤리티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출처: 사진제공 록시땅코리아

단단하게 여문 디자인 미학

오랫동안 비누는 대표적인 저관여 제품으로 분류되었지만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비누가 그 어떤 것보다 우리 일상에 가까운 오브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와 제품 간의 거리가 좁혀지면서 비누는 개인의 취향을 드러내는 도구가 되고 있다.


이때 디자인은 매우 효과적인 장치다. 본느 메르 솝 제품 5종(엑스트라 퓨어, 라임 & 탠저린 , 루바브 & 바질 , 로즈마리 & 클라리 세이지 , 린덴 & 스위트 오렌지 )은 각기 특징과 개성이 확실한데 록시땅은 각각에 직관적이면서 명확한 컬러 아이덴티티를 부여했다 . 여기에 모던하면서 고급스러운 세리프 서체를 음각으로 새겨 넣어 제품의 격을 높였다. 본 제품은 오직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본느 메르 솝.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루바브 & 바질 솝, 엑스트라 퓨어 솝, 린덴 & 스위트 오렌지 솝, 로즈마리 & 클라리 세이지 솝.

록시땅 본느 메르 솝
https://c11.kr/mrvx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loccitane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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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명환 기자

온라인 업로드 김진형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1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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