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악녀, 아니면 조신한 가정주부? 시대를 뛰어넘는 그녀들의 반격!

조회수 2020. 9. 16. 13: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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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신화의 틀을 깨부순 그녀들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린 시절, 우리에게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었던 고대 신화 속 인물들을 기억하시나요?

벼락을 손에 든 신들의 왕 제우스, 투구와 갑옷을 입고 창과 방패를 든 전쟁의 여신 아테나, 날개달린 모자와 신방을 쓴 전령의 신 헤르메스,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 준 댓가로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먹히는 프로메테우스. 신화 속 인물들은 여전히 우리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출처: 르네 앙투안 우아스 <Minerva and the Triumph of Jupiter>


요즘은 신화보다 더 짜릿하고 흥미로운 ‘신화 소설’이 인기!

그 중에서도 ‘신화’라는 틀에 갇혀 마녀 또는 악녀로 그려진 여성 인물들을 재조명한 ‘여성 신화 소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조롱과 멸시로 짓밟힌 여신의 운명을 뒤집고 신들의 왕인 제우스조차 두려움에 떨게 만든 마녀의 이야기부터 희대의 악녀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마법사의 숨겨진 진실까지! 여성 작가들의 손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더욱 강력하고 새롭게 탄생합니다.

출처: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오디세우스에게 술잔을 주는 키르케>


시대와 장르를 뛰어넘어 여성 작가의 목소리로 다시 쓰여진 고전, 그 속에 살아숨쉬는 여성 캐릭터들. 시대의 틀에서 벗어난 그녀들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네올까요?

지금부터 여성작가의 연대기와도 같은 여성 신화 소설 3편을 소개해볼게요!


크리스타 볼프
『메데이아, 또는 악녀를 위한 변명』
최초발행 1996년


"그녀에게는 우리의 의구심도

그녀를 제대로 평가하려는 우리의 수고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신화 속 콜키스의 공주, 메데이아는 고전적인 악녀로 등장합니다. 사랑하는 이아손을 위해 아버지의 황금 양피까지 훔쳐다주며 모든 것을 걸었으나 끝내 배신당하고, 그에 대한 분노와 복수에 눈이 멀어 이아손이 사랑한 코린토스의 공주 클라우케는 물론 자신의 아들들까지 죽이고 말죠.

출처: 프레데릭 샌디스 <메데이아>


하지만 크리스타 볼프가 써내려간 메데이아의 이야기는 다릅니다.

메데이아는 이아손을 향한 맹목적인 사랑으로 콜키스를 떠난 것이 아니라 콜키스의 몰락을 피해 자발적인 망명을 선택하죠. 이후 정착한 코린토스에서 나라 전체를 초토화시킨 페스트(흑사병)에 맞서 환자들을 헌신적으로 돌보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온갖 재앙을 불러온 원흉, 재앙의 마녀라는 낙인 뿐. 결국 흉흉해진 민심을 달래야했던 지배층은 글라우케 공주의 자살과 코린토스인들의 돌에 맞아 죽은 메데이아 아들들의 죽음을 메데이아가 벌인 악행으로 뒤집어씌웁니다. 시대와 사상을 지배하던 그들에게 그녀는 한낱 마녀사냥의 먹잇감, 희생양이었던 거죠.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신화 속에 묻혀있던 희대의 악녀, 마데이아의 진실이 궁금하다면, 그녀를 독립적이고 현명한 여성으로 재조명한 크리스타 볼프의 『메데이아, 또는 악녀를 위한 변명』을 만나보세요!


출처: <메데이아, 또는 악녀를 위한 변명>의 크리스타 볼프 c. Barbara Köppe

마거릿 애트우드 『페넬로피아드』
최초발행 2005년


"이제야 비로소 다른 사람들이 다들 지쳤으니

이번엔 내가 간략하게나마 이야기를 할 차례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꼭 해야 할 이야기다."

신화 속 페넬로페는 헌신적이고 정숙한 오디세우스의 아내로 그려집니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나간 뒤 이십 년 동안, 수많은 구혼자들을 거절하기 위해 베틀의 실을 짜고 풀기를 반복하며 전쟁 영웅인 남편만을 정조있게 기다린 여성.

출처: 조셉 라이트 <수의를 풀고 있는 페넬로페>


하지만 저승으로 떠난 페넬로페는 우리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건네옵니다.

그녀에게 오디세우스는 모두가 칭송하는 전쟁 영웅이라기 보다 꾀바르고 영악한 남자일 뿐이었죠. 그가 전장으로 떠난 후, 그녀는 아버지의 빈공간을 대체하고자 전전긍긍하는 철부지 아들 텔레마코스를 혼자의 힘으로 키우며, 이케아 왕국을 다스려 나갑니다. 자신이 직접 선택하고 가르친 12명의 시녀들을 이용해 주변 상황을 염탐하고 조절하며 전략적인 통치를 펼치는 페넬로페.

하지만 전쟁에서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그녀의 구혼자들 뿐만 아니라 그녀와 오디세우스에게 충성스럽기 그지 없던 12명의 시녀 모두를 목 매달아 처형하고 맙니다. 페넬로페의 시녀들은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지만, 모든 과오에 대한 비난과 책임을 떠안고 하나의 밧줄에 줄지어 목이 달려 죽는 신세가 되었죠.

출처: 연극 페넬로피아드 포스터


마거릿 애트우드의 『페넬로피아드』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와 열두 시녀의 목소리로 다시 쓴 작품입니다. 오디세우스와 그 주변 인물들을 비꼬고 놀림거리로 삼고 비밀을 폭로하죠. 저승의 페넬로페와 12명의 시녀들은 이승을 살고 있는 우리를 향해 이렇게 노래합니다. 세상의 눈과 입이 두려워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인내로 살았던 자신처럼 살지 말라고.

오디세우스의 지칠 줄 모르는 역마살과 여성편력, 영웅 콤플렉스를 견디며 평생 그의 정숙한 아내로 살아야 했던 페넬로페의 숨겨진 속마음. 그리고 얼굴도, 이름도 없이 사라진 시녀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마거릿 애트우드의 『페넬로피아드』를 만나보세요!

출처: <페넬로피아드>의 마거릿 애트우드 c. ISOLDE OHLBAUM

매들린 밀러 『키르케』
최초발행 2018년


"나는 마녀다.

무한한 능력을 소유한, 자기 자신 말고는

어느 누구에게도 답을 할 필요가 없는."

신화 속 키르케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스치듯 등장하는 서양 최초의 마녀에요. 남자들을 돼지로 변신시킨 포악하고 잔인한 마녀라는 소문만 무성할 뿐, 그녀의 실체를 자세히 찾아보긴 매우 어렵죠. 존재했지만 존재하지 않은 듯 신화 속에 갇혀버린 그녀가 드디어! 매들린 밀러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정말 흉측하고 무자비한 마녀였을까요?

출처: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키르케 인비디오사>


태양의 신 헬리오스와 대양의 신 오케아노스 딸인 페르세의 사이에서 태어난 하급여신 님프, 키르케.

여신이라고는 하지만 아버지와 같은 신적인 능력도, 님프에게 있어야만 한다고 믿어지는 치명적인 매력도 없는 그녀는 부모와 형제들에게조차 멸시와 조롱을 받으며 ‘아무것도 아닌’ 돌맹이 같은 존재로 살아갑니다. 그렇게 비참한 운명을 이어가던 중 인간 글라우코스를 사랑하고, 끝내 배신당하는 과정에서 그녀 내면에 숨죽였던 마녀의 능력이 깨어나죠. 상대가 누구든 흉측한 괴물로 변신시키는 엄청난 주술의 능력! 결국 그녀는 신들의 왕인 제우스조차 위협을 느낄만한 힘을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외딴 섬에 강제 추방됩니다.

출처: 프레데릭 스튜어트 처치 <키르케>


아무것도 아닌 존재에서 아무도 없는 존재로 외딴 섬에 버려진 키르케! 이후 그녀는 그 어떤 위대한 신도 감히 자신의 삶을 함부로 뒤흔들 수 없도록 자신만의 마법을 연마해요. 그리고 조롱과 멸시로 짓밞혔던 운명을 하나씩 뒤집어 나갑니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비천한 하급여신에서 강인한 마녀로 성장한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요?  

출처: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키르케>


매들린 밀러의 『키르케』는 남성중심적인 신화 속에서 철저하게 외면 당한 마녀 키르케에게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사는 여성의 목소리’를 부여한 페미니즘 걸작입니다. 시대가 허락한 능력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여성에게 주어지는 단어, ‘마녀’. 매들린 밀러는 키르케가 정확히 그런 마녀였다는데 주목했고, 세상이 정해놓은 틀과 주어진 운명을 뒤집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재조명했습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여성으로서 내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면, 매들린 밀러의 『키르케』를 만나보세요. 나에게 주어진 삶을 온전히 ‘나’로서 살아가는 자신만의 마법을 찾게될 거예요!

출처: <키르케>의 매들린 밀러 c. AN RONG XU

서양문학사 최초의 마녀, 키르케.
그녀는 왜 남자들을 돼지로 만들었을까!

"매들린 밀러는 천재다!"
북튜버들이 극찬한 화제의 책, 키르케!


더 많은 여성 작가들의
글 쓰는 삶과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글을 쓰지 않고는 살 수 없었던 여성작가 35인.

그들을 글쓰기로 몰아붙인 창작의 무대와 명문장이 담긴

타니아 슐리의 『글 쓰는 여자의 공간』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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