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 10년 전 반성문을 기억합시다
9월9일 문재인 정부가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한
다음 날인 10일,
윤석열 검찰총장 식사 발언이
대대적으로 기사화됐는데요.
윤 검찰총장은
‘중립을 지키면서
본분에 맞는 일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이 발언은
‘검찰발’로 알려졌는데요.
KBS는 9일 밤
법조출입기자의 입을 빌려
“윤석열 검찰총장은
수사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내부적으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는데
사실상 수사 결과를 내라는
주문이었죠.
검찰은 전방위 수사로
조국 법무부 장관을
기소하려 할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언론은
검찰 입장에선 좋은 도구죠.
언론은 ‘고위공직자 검증’이란 이름으로
검찰이 흘리는 피의사실을
검증 없이 받아쓸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써야 할 것보다
쓰지 말아야 할 것을 가리는 게
더 어려운 순간…
이 국면에서 한국언론은
10년 전 ‘뒤늦은’ 반성과 다짐을
떠올려야 하는데요.
2009년 6월8일 경향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족들의 ‘혐의’와 관련한
검찰의 발표나 주장을
검증 없이 그대로
기사화한 경우가 있었다”고 밝히며
“특히 노 전 대통령이 4월7일
‘집사람이 박연차씨 돈을 받았다’며
대국민 사과를 한 이후
언론사 간의 보도 경쟁이 한층 불붙고
검찰 취재원에 비중이 실리면서
검찰의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한
사례가 있었다”고 고백했죠.
2009년 6월5일 한겨레신문도
“많은 전문가들은
한겨레의 가장 큰 실책으로
이번 검찰 수사가
기획·표적 수사의 성격이
강했다는 점을 놓친 사실을 꼽았다”고 밝히며
“검찰 관계자의 입에 의존해
혐의 내용을 중계방송하듯 해온
그간의 수사 보도 관행에서도
벗어나지 못했다”며
자사 보도에 대해 성찰했습니다.
현재 검찰의 모습은
10년 전을 떠올리게 할 만큼
매우 이례적이고
비정상으로 보이는데요.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조국 장관을 지키자는 게 아닙니다.
매일 미디어를 통해
조국 법무장관 소식을 접하는 시민들이
허위정보보다 검찰발 정보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걸
알야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9월9일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경향신문 칼럼에서
“우리 언론은
권력 비판에 취약하다.
권력 비판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권력 비판 임무 수행에 있어
그 방법이 부실하고,
양식은 허접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이 교수는
“맥락과 줄거리가 없는
사실명제 하나가
곧 하나의 완성된 기사가 된다.
‘딸이 몇 등급이다’
‘직인을 찍은 적 없다’
‘논문이 취소됐다’ 등이
곧 기사가 된다.
사건의 배경과 함의를 알고 싶은
뉴스 이용자에게는
결국 설명이 부족하다”고
언론을 비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