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직군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MBC 쪽에서는
“계약서에 7일 전에 예고하고
계약해지한다는 조항이 있고,
4주정도 유예기간을 정해 통보했다”며
출근 당일 해지를 통보한 게 아니라고
반박했는데요.
하지만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A작가는
다음날인 17일까지 근무한 뒤
9월24일부터 서울 상암동 MBC 앞에서
점심시간에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5일
1인 시위를 하는 A작가를 만났습니다.
A작가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일요일(9월15일)
‘내일 회의하자’는 카톡이 왔어요.
아이템을 준비해 가서
월요일(9월16일) 오전 8시40분경
회의를 시작했어요.
뉴스외전 팀장, 앵커, 차장, 기자 둘,
그리고 낯선 분이 한 분 계셨죠.
인사도 없이 진행이 됐는데
‘MBC에 인사발령이 났나’ 생각했어요.
발제한 아이템 중 두 개가 선택돼서
기자한테 하나 배정되고
나머지는 내일하자고 했어요.
그러다 누가 (처음 본 이에게)
‘무슨 작가님’ 하길래
그 분이 작가인 걸 알게 됐어요.
사실 제가 섭외도 하고 인력이 부족해서
작가진이 충원되는 줄 알았죠.”
A작가는 이때까지도
자신이 해고된 줄
몰랐다고 하는데요.
“‘A작가님은 저랑 말씀 나누시죠’
이상한 느낌을 받은 거죠.
옆방에서 (팀장과)
둘이 얘기를 했어요.
오늘 개편인데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죠.
저는 그날 아이템이 없었어요.
(팀장은) 개편을 맞아
인력구성을 바꿨는데
A작가님과는
여기까지 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되게 많이 들어봤던 멘트죠.”
‘계약해지 통보’이후
A작가가 부당하다는 뜻을 표현하자,
MBC는 A작가가 작성한 계약서에 따라
7일, 혹은 KBS나 SBS처럼
4주의 유예시간을
주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A작가는
“이미 대체작가를 뽑아
회의에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둘이 함께 일할 순 없었다”고 말했는데요.
발제한 아이템이
다음날(17일 화요일) 잡혀있어
A작가는 통보 다음날까지 일했습니다.
A작가는 “일할 때는 동료작가,
자를 때는 부품취급”이란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는데요.
이번 일에 항의하는 뜻으로
뉴스외전에서
경제코너를 담당하던 동료작가가
집필을 보이콧하고 있고,
고정 출연진인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은
지난달 23일
출연중단 의사를 밝혔습니다.
최근 MBC 쪽과 A작가 쪽은
몇 번 더 대화를 진행했는데요.
A작가 쪽은
책임자 사과·재발방지책 마련,
즉각 업무복귀, 기존계약서 폐기와
새 계약서 협의 등을 요구했습니다.
MBC 쪽에선 사과의 뜻을 밝혔는데요.
A작가가 보도국으로는 돌아갈 수 없지만
대신 시사교양국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게
MBC 입장이라고 전했습니다.
MBC 뉴스외전 관계자는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회사(MBC)에서 작가들과
협상을 하고 있다”며
“일일이 옳고 그름을 얘기하는 건
옳지 않는 것 같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1인 시위를
언제까지 하느냐’는 물음에
A작가는
“언제쯤 부품이 아닌
사람으로 볼까요”라고
답하며 이렇게 덧붙였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왜 이렇게 열심히 했나 싶어요.
(20여년 작가생활 중)
이번에 휴가를 처음 써봤어요.
미리 일 끝내놓고.
이런 노동조건이라면
방송작가라는 직군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