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축구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필드선수 대부분이 공주변에 우르르 몰려 상대편이 공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밀쳐내며 무조건 직진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패스보다는 드리블이 위주였던 시절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잉글리시 게임'에 보면 150년전이 그렇습니다. 잉글리시 게임은 1879년 귀족들이 다니는 명문 사립학교 출신 클럽이 만든 아마추어 경기였던 초창기 축구를 볼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수터가 뛰어난 점은 공간을 넓게 써야한다는 걸 알았다는 사실입니다. 선수들을 터치라인까지 넓게 퍼뜨린 뒤 빠른 선수는 윙어로 놓고 빈 공간으로 패스를 넣었습니다. 당연히 뭉쳐다니던 당시 팀들은 당해내기 어려웠을 겁니다.
드라마에선 다웬이 방직공장 노동자들로 구성한 팀으로 나옵니다. 수터가 공장사장에게 포메이션 변경을 제안하는 장면도 흥미롭습니다. 수터는 포워드(공격수)를 줄이고 수비를 강화하자고 하며 수비 2명, 미드필더 3명, 공격수 5명을 제안합니다.
수터 제안에 사장은 "우린 항상 6명을 포워드에 세웠다"고 답합니다. 보통 요즘 수비를 4명 세우고 공격수를 2~3명 배치하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죠. 그동안 축구흐름이 많이 변한거죠.
귀족들이 장악한 축구협회는 치고 올라오는 노동자팀을 트집잡아 제재하거나 경기출전을 막으려 했지만 수터를 비롯해 노동자들은 열심히 경기출전을 요구했습니다. 드라마에선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귀족들 사이 갈등도 보여줍니다.
축구를 노동자 계급에게 내주자는 거야?
축구를 노동자 계급과 공유하자는 거지.
결국 축구협회는 1885년 유급선수를 허용합니다. 이후 FA컵에 아마추어 우승팀은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최초의 프로축구선수인 퍼거스 수터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 잉글리시 게임, 초창기 축구의 모습을 잘 재현한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