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축구하던 때가 있었다

조회수 2021. 2. 8. 17: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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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축구를 땅따먹기에 비유합니다. 볼 점유율을 높여야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선 선수들이 넓게 퍼져 빈 공간으로 패스하며 득점 기회를 노려야 합니다.

그런데 필드선수 대부분이 공주변에 우르르 몰려 상대편이 공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밀쳐내며 무조건 직진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패스보다는 드리블이 위주였던 시절입니다.


넷플릭스 '잉글리시 게임' 1화 중
19세기 후반, 초창기 귀족들은 선수들이 공을 주변으로 다 몰려가서 플레이를 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잉글리시 게임'에 보면 150년전이 그렇습니다. 잉글리시 게임은 1879년 귀족들이 다니는 명문 사립학교 출신 클럽이 만든 아마추어 경기였던 초창기 축구를 볼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주6일, 새벽 5시부터 밤 9시까지 일해도 겨우 배고픔이나 면하는 노동자계급은 쉴 시간도 연습할 시간도 없이 귀족팀들과 경기에 나섰습니다. 1879년까지 FA컵 준준결승에 올라간 팀이 전무한 이유였죠. 

그러던 중 드라마 주인공이기도 한 실존인물 퍼거스 수터가 스코틀랜드에서 돈을 받고 축구하는 프로선수로 공장 노동자들의 팀인 다웬FC에 영입됩니다. 당시 귀족들이 주도하던 축구협회에서는 돈을 받고 축구선수로 뛰는 걸 금지했습니다. 
넷플릭스 '잉글리시 게임'
퍼거스 수터

수터가 뛰어난 점은 공간을 넓게 써야한다는 걸 알았다는 사실입니다. 선수들을 터치라인까지 넓게 퍼뜨린 뒤 빠른 선수는 윙어로 놓고 빈 공간으로 패스를 넣었습니다. 당연히 뭉쳐다니던 당시 팀들은 당해내기 어려웠을 겁니다. 

넷플릭스 '잉글리시 게임'
귀족팀 '올드 이트니언스'(왼쪽)와 노동자팀 '블랙번'(오른쪽)의 축구경기 모습

지금으로선 당연한 일들이 당시엔 상상조차 못해 본 일이거나 축구협회에서 금지했던 일이었습니다. 블랙번에서 수터에게 더 높은 주급을 제시했고 수터는 다웬을 떠납니다. 블랙번은 다웬에게 이적료를 지급합니다. 프로축구에서 선수이적 시장의 초창기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드라마죠.

드라마에선 다웬이 방직공장 노동자들로 구성한 팀으로 나옵니다. 수터가 공장사장에게 포메이션 변경을 제안하는 장면도 흥미롭습니다. 수터는 포워드(공격수)를 줄이고 수비를 강화하자고 하며 수비 2명, 미드필더 3명, 공격수 5명을 제안합니다.

넷플릭스 '잉글리시 게임'
수터가 공장사장에게 공격수 5명, 미드필더 3명, 수비 2명으로 공격 숫자를 줄이자고 제안하는 모습.

수터 제안에 사장은 "우린 항상 6명을 포워드에 세웠다"고 답합니다. 보통 요즘 수비를 4명 세우고 공격수를 2~3명 배치하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죠. 그동안 축구흐름이 많이 변한거죠.   

넷플릭스 '잉글리시 게임'
다웬FC 선수들이 일하는 방직공장의 사장

귀족들이 장악한 축구협회는 치고 올라오는 노동자팀을 트집잡아 제재하거나 경기출전을 막으려 했지만 수터를 비롯해 노동자들은 열심히 경기출전을 요구했습니다. 드라마에선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귀족들 사이 갈등도 보여줍니다. 

축구를 노동자 계급에게 내주자는 거야?
축구를 노동자 계급과 공유하자는 거지.

결국 축구협회는 1885년 유급선수를 허용합니다. 이후 FA컵에 아마추어 우승팀은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최초의 프로축구선수인 퍼거스 수터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 잉글리시 게임, 초창기 축구의 모습을 잘 재현한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넷플릭스 '잉글리시 게임' 포스터
잉글리시 게임은 퍼거스수터란 실존 인물을 기반으로 19세기 후반 영국의 풍경을 잘 담아낸 6회짜리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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