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속시원한 팩트 폭격, <82년생 김지영> & <우먼 인 할리우드>

조회수 2019. 11. 13. 11: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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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논쟁적인 영화 <82년생 김지영>과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팩트 폭격 인터뷰가 담긴 영화 <우먼 인 할리우드> 를 보았다.

우리는 항상 누군가의 희생에 기대어 산다. 가족이든 사회든 희생 없이 유지되는 관계는 없다. 이것이 비단 남녀간의 문제일까? 편가르기 식의 프레임을 씌우고, 현실 앞에 눈을 감고 싶은 이들에게 영화 속 여자들은 팩트로 말한다. 부조리 앞에 침묵한다면 당신도 언젠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삶의 풍파는 남녀에게 다르게 오는 것이 아니다. 그 대상이 나는 아닌 것 같지만 어느새 모두를 덮치고 만다. 이제 우리가 고민할 것은 그것을 어떻게 나누고 함께 나아갈 것인가에 대해서다. 

82년생 김지영 (10월 23일 개봉)

“이게 왜?” 영화를 보고 난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이 영화가 별점 테러와 허위 명대사까지 난입하며 왜 그토록 논란이 되었는지. 극단적 비난과는 달리 영화는 남녀관계 분란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이야기며, 긍정적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서로 힘을 모으자고 말한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엄마에게 전화하고 싶어지는 영화다. 영화 속 김지영은 여자 사람이자 딸이자 누나이고 아내이자 며느리이자 우리 모두에게 존재하는 엄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엄마에게서 태어나 가장 작은 사회인 가족에서 시작해 점점 더 큰 사회로 나아간다. 이것은 딸 아들 구별 없이 똑같이 적용된다. 커플, 아주머니, 젊은 여성 등 다양한 관람객들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 것도 이 때문이지 않을까. “요즘 누가 저래.”라고 하기엔 사회적 인식과 변화는 애석하게도 아주 느리고 조금씩 일어난다. 그마저도 이렇게 삐죽 튀어나온 송곳 같은 역할이 없다면 되려 후퇴하기도 한다. 배우들의 연기, 연출, 감독의 시선 모두 넘치지도 모자르지도 않는 영화. 별 네 개를 준 까닭은 동시대를 사는 지영에게 개인적인 바람을 추가하고 싶어서다. “상황이 이러니까” “이 역할은 내가 해야 하니까”라고 무턱대고 참다간 병 난다. 지영이 아프기 전 좀 더 자신감을 갖고 발언할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엄마로써 아내로써 하기 힘든 선택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영화를 본 김지영들은 더이상 혼자 짐을 이고 지고 하려 하지 않았으면. 행복도 짐도 나눌수록 좋은 것. 엄마도 때론 조금 뻔뻔하고 발칙해도 되지 않을까? 더불어 김지영의 모습을 현실감 있으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연기한 정유미는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촬영을 마쳤다. 이 역시 동명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드라마. 그녀에게서 비롯할 여성 캐릭터의 다양한 변주는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우먼 인 할리우드 (10월 31일 개봉)

생판 초면의 얼굴이 아니다. 얼굴만 봐도 명장면이 생각나는 연기파 여배우들, 대형 스튜디오 임원, 아카데미 수상 감독 등 할리우드의 정점에 있는 이들이 고용 불평등과 기회불균등에 대해 말한다. 188편의 블록버스터를 분석한 데이터와 96명의 인터뷰로 숨가쁘게 전개되는 영화는 시종일관 팩트를 앞세운다. 진실을 외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데이터는 특효약이다.

클로이 모레츠, 나탈리 포트만, 지나 데이비스, 메릴 스트립, 케이트 블란쳇, 리즈 위더스푼, 샤론 스톤, 산드라 오, 제시카 차스테인, 조 샐다나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를 포함한 96인의 인터뷰는 우리 안에 오랫동안 자리했던 당연한 상식에 그릇된 부분이 있음을 지적하는 한편,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조명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300: 제국의 부활><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부터 영화 <델마와 루이스><히든 피겨스><원더우먼>, 드라마<그레이 아나토미>, 넷플릭스 화제작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애니메이션 <메리다와 마법의 숲><겨울왕국><니모를 찾아서> 등 역대 아카데미상 수상작을 포함한 188편의 영화를 통해서도 잠재적으로 우리가 어떤 인식을 지니게 되는지 데이터로 이야기하는 것.당신이 무심결에 보는 엔터테인먼트는 우리가 어떤 꿈을 꿀 지를 좌우하기에 이른다. 인식에 대한 개념을 형성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며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DNA에 아로새겨진다. 남성 주인공만 떼로 나오는 액션 영화가 뭐 어때서? 여자가 늘 구조 받는 히어로물이 어때서? 라고 하기엔 스토리텔링이 주는 파급력을 더욱 무시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 비판과 수군거림에, 혹은 고독의 구렁텅이에 빠질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부조리를 부당하다 이야기 할 수 있는 사회. 우리는 여전히 자정이 가능한 건강한 사회를 꿈꾼다. 

에디터 이다영(yida@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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