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로 주위를 밝히는 배우 김동준의 이야기

조회수 2021. 4. 8. 1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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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준은 '얼굴값'을 한다. 그것도 아주 좋은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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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준은 얼굴 생김새가 선해 보인다. 살면서 돌뿌리 한 번 차보지 않았을 것 같은 ‘착함’이 묻어난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 지천으로 나오는 곳이 TV라지만, 그처럼 근원적 선함이 느껴지는 마스크는 보지 못했다. 김동준이 아이돌일 때 그는 얼굴에 걸맞은 노래를 불렀다. 긍정적이고 희망적 메시지가 가득 담긴 노랫말을 높은 톤의 미성으로 생글거리며 불렀다. 주말 오전 TV에서 방영한 운동회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그는 땀에 젖은 얼굴로 미소 지으며 2m가량의 뜀틀을 훌쩍 넘었다. 아, 저런 사람도 있구나. 밝은 기운만 전하는 만화 같은 캐릭터가(!) 세상에 존재하는구나 싶었다. 미키 마우스나 스누피처럼 현실감이 없었다. 인터뷰를 할 때도 비슷한 걸 느꼈다. 김동준은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현장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인사를 나눈 뒤 대기실로 안내하려 했지만, 그는 발길을 돌려 스튜디오 곳곳을 다니며 스태프에게 인사했다(심지어 다른 촬영 스태프에게도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김동준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신인이 대기실을 돌며 선배에게 하듯 정중하면서도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했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이 아닌, 이처럼 작은 화보 촬영 현장에선 쉽게 볼 수 없는 행동이었다. ‘얼굴값 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경외심을 갖고 시작한 인터뷰에선 의외의 답을 여러 번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예상대로 선하고 겸손했지만, 내면엔 꽤 단단한 반석이 있었다. 가수를 준비하며, 또 무대와 카메라 앞에 서며, 그는 자신을 여러 번 담금질해 현재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생긴 생채기가 아물고 굳은살이 박이며 10년 차 연예인 김동준이 된 것이다. 밝게 웃고 좋은 에너지를 전하기 위해 무대 뒤와 내면에서 무수한 것을 겪어냈겠구나 싶었다. 그 모든 시간과 과정을 김동준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제야 몇 가지 궁금증이 풀렸다. 이제 배우로서 막 빛을 발하는 루키가 왜 작은 영화를 택했을까? 왜 시청률이 높은 예능이 아닌, 농어촌이라는 키워드의 프로그램에 출연할까? 같은 질문. 얼굴값 제대로 하지만 의외의 면이 많아 놀라운 배우 김동준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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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홍보하느라 정신없겠다. 연기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꺼이 해야지.(웃음) 곧 관객과 만날 생각을 하니 힘들진 않다.


<간이역>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이전 작품과는 무게가 다르다. 사실 아직 최종 편집본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도 궁금하다.(웃음) 어떻게 나왔을지, 연기는 어땠을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스튜디오로 오는 차 안에서 감독님과 오래 통화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이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한 가지 바라는 건,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온전히 전해지면 좋겠다.(영화는 2월 18일 개봉했다, 편집자 주)


시한부 여자와 기억을 잃어가는 남자의 사랑, 어두운 코드가 있는 영화다. 의외의 선택이라 생각했다. 대체적으로 그런 반응이다. 김동준이라는 사람을 떠올릴 때 대부분 건강하고 밝게 기억한다. 사실 진짜 내 모습에 가깝기도 하고. 그런데 배우는 한 가지 느낌으로만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지 않나? 어느 순간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면을 보여주고 싶다는 갈증을 느낄 때 작품을 만났다. 내겐 도전이었다.


특히 전작인 JTBC 드라마 <경우의 수>에 나온 온준수 역과는 거리감이 있다. 모든 걸 가진 남자를 연기하다 벼랑 끝에 선 캐릭터로 살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온준수는 과분한 역이었다. 이미지 좋고 선한 모습만 보여줄 수 있었다. 그런데 너무 정형화된 느낌이라 연기를 하면서도 그 부분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사실 난 그렇게 완벽하지 않다. 허점도 많고. 오히려 <간이역>의 승현처럼 싱겁고 평범한 모습에 더 가깝다.


아이돌로 활동을 시작했다. 예능이나 미니시리즈를 포함해 대부분의 활동이 대중성 강한 매체에 맞춰졌다. <간이역>은 작은 규모의 영화다. 리스크가 많았을 것 같은데. 만류까진 아니고, 좀 더 신중히 결정하라는 조언이 있었다. 그때마다 같은 이야기를 했다. 내가 배우로 계속 살아간다면 평생 밝은 역만 할 수는 없다. 김동준이라는 배우가 이런 모습, 저런 감성도 가지고 있구나 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언젠가 한 번은 부딪힐 수밖에 없는 벽이었다. 결국 사람들이 가진 의문에 대해 영상으로 답을 주고 싶었다. 다행히 회사에서도 내게 모든 결정을 맡기고 믿어줬다.


기억상실과 시한부. 건강한 30대 초반의 남자가 떠올리기엔 거리감이 있는 상황이다. 살면서 한 번쯤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나? 작품을 만나고 조금 더 깊게 생각하게 됐다. 신체 기능이나 감정의 변화, 그리고 막다른 길을 염두에 두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 같은 것. 기억을 잃어가는 것 역시 죽음의 한 종류니까. 하루하루 더 절박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싶지 않았을까? 순간을 소중히 하되 덤덤하고 온전히 보내는 모습을 상상했다.


남녀 모두 절박한 상황이라 진한 멜로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너무 무겁게 그려지지 않아서 좋았다. 상대역인 김재경과도 호흡이 괜찮았다. 재경 누나와는 워낙 오래된 사이라 편했다. 연습생 시절부터 함께 고생하고 아이돌 활동도 같이 했으니까. 한동안 서로 바빠 보지 못했는데 리딩 연습을 하며 그때 감정이 툭 튀어나오더라. 서로 위로하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대화도 나누던 시절. 그래서 더 즐겁게 했다. 동갑내기 친구 사이라는 설정이 어색하지 않았다.


후반엔 감정이 꽤 고조되더라. 평가가 곧 나오겠지만, 분명 이전의 김동준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후반엔 체력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촬영 환경이 꽤 열악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각한 데다 촬영도 총 17회로 매우 타이트하게 움직였다. 배우는 물론 감독님, 스태프 모두 극한의 상황에 처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감정 이입하는 데 도움이 됐다. 다행히 현장 분위기가 좋아 촬영을 마치고 배역에서 금세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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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고 예쁜 배우는 많지만, 김동준은 정말 선하게 생겼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감독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이 얼굴에서 어떻게 슬픔을 본 건지. 사람은 모두 이면이 있으니까. 오히려 밝은 사람일수록 그 깊이가 더하다고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받은 뒤 미팅할 때 감독님에게 왜 역을 제안했는지 물어봤다. “넌 멀끔하고 초롱초롱해 보이는데, 네 속에 승현이라는 캐릭터가 있다”고 하더라. 나는 아이돌 준비를 짧게 한 편이지만 그 시기가 순탄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대중과 만날 준비가 항상 돼 있어야 했다. 그 시기가 많이 떠올랐다. 그리고 감독님이 진실되고 성실히 촬영하는 게 화면으로 보여 캐스팅했다고 했다. 그 말씀이 고마워 더 열심히 했다.


아이돌에서 배우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다. 그런데 모두가 그러는 건 아니다. 거기엔 어떤 재능이나 의지 같은 게 동반되어야 한다. 김동준의 경우는 무엇인가? 아주 운 좋게 뮤지컬에 참여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노래를 더 잘하려면 연기를 익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무작정 열심히 했다. 모르는 건 선배들에게 물어보고 될 때까지 연습했다. 그러다 배우가 얼마나 대단한 직업인지 알게 됐다. 거기서 매력을 느꼈다. 타인을 표현한다는 게 참 어렵더라. 그래서 연기를 더 진지하고 성실하게 대하려고 노력 중이다. 내가 이 직업을 앞으로 계속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결국 해봐야 아는 거니까.


그래서 계속 해도 되겠다는 감이 왔나? 아직.(웃음) 여전히 무작정 열심히 한다.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이돌 활동을 할 때 느낀 게 있다. 스케줄에 쫓겨 여기가 어딘지, 밤인지 낮인지 모르고 무대에 설 때 어떤 팬이 그러더라. “동준 씨 무대 보면서 힘을 얻었어요.” 그 말이 내겐 큰 의미가 있었다. 밝은 노래를 많이 하고 KBS2 프로그램 <출발 드림팀>에 나가 웃으면서 열심히 뛰어다닌 게 보기 좋았나 보다. 열심히 하다 보면 연기도 언젠가 그런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JTBC 드라마 <보좌관>의 한도경 역이 꽤 인상적이었다. 유약하면서도 강인하고, 순수하면서도 현실에 맞서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개인적으론 배우 김동준을 발견한 작품이었다. 내게도 의미 있는 역이었다. 처음에 감독님이 아예 메이크업을 하지 말자고 하더라. 그 말이 너무 반가웠다. 이제 갓 사회에 나온, 아무것도 없는 청년인데 화장하고 머리 세팅하고 명품 입고 다니면 좀 우스울 것 같았다. 이제껏 한 촬영 중 몸은 제일 편했다.(웃음) 헤어랑 메이크업을 받지 않아도 되는 데다 면도를 하지 않고 카메라 앞에 선 날도 있다. 옷도 거의 단벌이었다. 그때 정책 관련 공부한다고 시위 현장에 가서 사람들 이야기도 많이 듣고 평범한 일상을 사는 또래도 많이 만났다. 그 이야기와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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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프로그램 <맛남의 광장> 출연은 좀 의외였지만, 프로그램을 보면서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특히 현장에서 농민을 만날 때 공감하는 모습이 좋았다. <맛남의 광장>은 그저 재미로 임할 수 없는 예능이다. 일종의 책임감 같은 게 생긴다. 특히 현장에서 농어민의 부르튼 손이나 햇볕에 그을린 피부를 보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건방지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 섭외가 들어왔을 땐 단순히 예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난 그리 웃긴 사람이 아니거든. 그래서 왜 나를 섭외했느냐고 물어봤다. 난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감독님이 그러시더라. 그건 알고 있다고.(웃음) 촬영에 나오면 동준 씨 역할이 있을 거라고 하더라.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현장에서 농어민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게 내 몫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덧 10년 차 연예인이다. 다양한 작업을 했고, 변화도 많았다. 지칠 법도 하다. 순간순간 지친다. 그런데 또 그 시기를 벗어나면 괜찮다. 그저 오늘 하루 고단했다 정도. 아직도 항상 감사하다. 좋은 기회를 얻었고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걸 외면하고 나 혼자 힘들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지치기엔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조금 느슨해지려고 하면 내가 받은 것, 그리고 지금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을 떠올린다.


쉴 땐 주로 무얼 하나? 걷는다. 스케줄이 있을 땐 차를 타는 시간이 너무 많으니 답답하다. 사실 난 그렇게 트렌디한 사람이 아니다. 유행을 좇거나 핫한 걸 즐기지 못한다. 인터넷을 보면 가끔 너무 빠른 템포로 세상이 변하는 것 같아서 어지럽다. 그래서 걸으면서 길거리나 사람들을 본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주로 서울숲 주변을 걷는데, 어떨 땐 친구들과 함께한다. 그 시간이 내겐 굉장히 소중하다.


<간이역> 말고도 2021년의 스케줄이 빡빡하다고 들었다.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가 생겼다. 지금은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를 촬영 중인데, 액션 신이 많다. 평소 꼭 해보고 싶던 장르라 열심히 하고 있다. 액션 장르만의 디테일이 있더라. 그런 걸 보고 익히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리고 다른 작품도 고민 중이다.


요새 또래 남자 배우들이 많이 등장한다. 김동준만의 무기는 무엇인가? 참 어렵다. 그런 걸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오늘 인터뷰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공감하는 것. 연기는 결국 타인을 헤아리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

사진 김성용

헤어 원정미(Prance)

메이크업 전달래(Prance)

스타일링 신지혜, 김다은(In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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