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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사람의 기분을 코로 맡을 수 있다

조회수 2019. 12. 16. 09: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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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otolia(이하)

미국의 대표적인 범죄소설 작가 중에 레이먼드 챈들러가 있습니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만큼 세계적인 유명세를 누리진 않았지만, 그는 필립 말로라는 사설탐정 캐릭터를 만들어 후대의 작품들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죠.

그가 쓴 책 가운데, <공포의 냄새>라는 단편선이 있습니다.


범죄 소설책의 제목으로 잘 어울리긴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이걸 과학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하시진 않을 겁니다.


공포의 냄새. 상식선에서 보면 문학적이고 공감각적인 표현의 일종인데요. 

그런데 놀랍게도 강아지들은 사람이 느끼는 공포의 냄새를, 문자 그대로 '코로 맡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동물의 후각과 뇌 진화에 관해 연구해온 비아지오 다니엘로(Biagio D'Aniello)를 비롯한 연구진이 올해 초 동물인지(Animal cognition)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렇게 밝혔는데요.

연구의 내용을 간추려보면 이렇습니다. 


연구진은 남성 실험 참가자들을 모집해 공포와 행복감을 유발하는 영화를 보여주고, 동시에 그들의 겨드랑이에서 나는 땀을 수집합니다.

그러고 나서 무작위로 모집된 40마리 강아지들과 그들의 보호자, 처음 보는 사람이 같이 있는 공간을 설정하고 공포를 느끼는 사람의 냄새 /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의 냄새 / 냄새가 없는 상황 각각에서 강아지들의 스트레스 반응과 심박을 관찰합니다.

(네, 과학계 전통의'‘남자 겨드랑이 냄새' 연구입니다.)

그 결과 ‘공포의 냄새’에 노출된 강아지들은 다른 냄새에 노출된 경우보다 스트레스 사인을 더 많이 보이며, 심박수가 올라가고, 모르는 사람보다는 원래 주인과 더 많은 상호작용을 하려는 경향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보이는 시각적인 행동이나 소리를 통한 위협 등이 없는 상태에서, 단지 공포를 느끼는 사람의 체취만 맡아도 강아지 역시 그 감정을 후각적으로 받아들여 반응할 수 있다, 즉 ‘사람이 느끼는 공포의 냄새를 맡고, 같이 겁먹는다’는 놀라운 결론이 나타난 겁니다.

물론 정확히 후각기관의 어떤 부분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이것이 가능한지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이 학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정설이 되려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강아지들이 마약이나 암을 넘어 사람 감정의 냄새까지도 맡을 수 있다는 사실은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기쁜 마음으로 반려동물을 불러 밥을 주거나 함께 산책해 보는 건 어떨까요?


어쩌면 반려동물들도 이미 보호자의 기분을 다 '맡아서 아는' 상태일지도 모르니까요.


※ 본 콘텐츠는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가 노트펫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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