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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내려도 집이 안나가요" 역전세난 경고등 켜진 1기신도시 평촌·산본

조회수 2019. 9. 17. 11: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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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평촌과 산본에 역전세난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평촌과 산본은 정부가 무주택자의 주택보급률 확대를 위해 1990년대 건설한 1기 신도시인데요. 쇼핑 시설, 공공기관 등 생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입니다. 때문에 한때는 모여드는 전세수요자들을 감당하기 어려워 대기 리스트가 있을 정도로 매물 선점 경쟁이 치열했던 적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현재는 값이 수천만원씩 떨어져도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전세가 하락 지속, 역전세난 한파 닥친 평촌·산본신도시

대표 1기 신도시이자 자족도시로 꼽히는 산본·평촌의 전세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번 시작된 전세가 하향세가 도무지 멈출 줄 모르는 상황인데요.


KB부동산 리브온(Liiv ON)에 따르면 올해 초 1월만 해도 3.3㎡당 939만원에 달하던 군포시 산본동 전세가격은 8월 현재 909만원으로 올 들어서 3.19% 하락했습니다. 안양 평촌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1월에 3.3㎡당 1,312만원에 이르던 전세가격은 8월 현재 1,240만원으로 평당 72만원이나 내려간 상태입니다. 변동률로 치면 산본보다 더 큰 하락폭으로 1월 대비 5.49%나 떨어졌습니다. 


이는 경기 전체나 군포, 얀양시 3.3㎡당 아파트 평균 전셋값 하락보다 큰 수치입니다. KB부동산 리브온(Liiv ON) 단위면적당 시세 자료에 따르면 경기 전체 3.3㎡당 전세가격은 올해 1월 807만원에서 8월 797만원으로 1.23% 하락했고, 군포나 안양시 평당 전세가격 평균은 각각 -2.18%(1월 919만원 → 8월 899만원), -3.33%(1월 1,081만원 → 8월 1,045만원) 내려갔습니다.

전세거래 회전률 1%채 안돼, 거래 건수 예년에 비해 반토막

시세만이 아닙니다. 통상 한 지역의 거래가 활발한지 살펴보기 위해선 거래량과 거래회전율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하는데요. 국토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평촌과 산본신도시 전세거래량과 거래회전율을 살펴보면 올해 1월만해도 각각 0.77%, 0.76%에 이르던 평촌과 산본 전세거래회전율은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며 7월 기준 각각 0.21%, 0.22%의 낮은 거래회전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두 도시 모두 6개월 새 0.5%p 이상 떨어진 것으로 100건의 전세거래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세거래량을 보면 올해 초 200건대 후반에서 7월 약 80건으로 약 200건 가까이 대폭 감소했습니다. 2018년 전체 거래건수를 살펴보면 산본은 3,368건, 평촌은 3,054건을 기록했는데요. 올해는 7월을 기준으로 두 곳 다 현재 1,420건에 불과합니다. 지금 같은 하향세가 계속된다면 연말까지 있을 잠재적 거래건수를 감안하더라도 올해는 2,000건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전세거래량의 감소는 산본과 평촌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1기 신도시 전체 거래수가 1월 1,676건에서 7월 453건으로 약 1200건 가까이 줄었습니다. 분당 일산 중동 모두 1월 대비 최소 2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거래량이 대폭 감소했습니다. 

산본·평촌 전셋값, 군포 송정택지지구 대거 입주에 올 초 대비 수천만원 하락

산본과 평촌신도시가 전세가 하향세를 보이며 극심한 역전세난을 겪게 된 것은 준공 30여년이 지나 주택 노후화가 심화되고 인근 재건축을 통한 새 아파트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평촌·산본은 지하철 4호선이 연결돼 서울 출퇴근이 1시간 이내이며 강남과 용산 등의 서울 도심과도 가까워 출퇴근 수요가 많았지만 최근 몇 년 새 재건축아파트가 증가하고 특히 대규모 택지지구인 군포송정지구가 들어서 공급과잉이 발생한 것입니다.


군포 송정지구는 2018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금강펜테리움센트럴파크 1차 658세대, 2차 447세대와 송정마을 5단지 726세대, 송정숲속반디채 542세대 등 최근 2년 동안 2천 세대 이상의 입주 물량이 있었는데요. 9월 말에도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 3차 750세대의 입주가 예정돼 있는 만큼 그야말로 입주 물량 홍수인 상황입니다. 


신축 아파트 물량 폭탄에 제대로 직격타를 맞은 만큼 아파트 전셋값 하향세가 상당합니다. 산본 주공 11단지의 경우 전용 58㎡ 기준으로 올해 1월엔 2억2,250만원에 전세 시세가 형성됐지만 7개월 후인 8월엔 평균 2억1,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전세 시세는 평균 1,250만원 정도 떨어졌다지만 KB부동산 리브온(Liiv ON) 매물로 올라온 것을 보면 현재 동일 면적 기준으로 전세가격 1억8,000만원까지 내려간 매물도 상당수 확인되고 있습니다. 


평촌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세 변동 추이에서도 나타났듯이 하락폭이 더 큽니다. 평촌신도시의 대장주로 꼽히던 초원대원아파트가 그 예인데요. 이 단지 전용 84㎡형의 전세 시세는 올해 1월 4억3,500만원에서 8월 3억9,000만원으로 7개월 사이 4,500만원이나 하락했습니다. 


평촌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브랜드 가전으로 올 수리 된 깨끗한 매물부터 바로 입주 가능한 매물까지 A급 매물이 상당한데도 전세 수요가 없다. 전세고 매매고 거래를 위해 집주인들이 수천만원씩 가격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겨울 비수기까지 이어지면 가격 하락 폭이 얼마나 클지 걱정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산본신도시 S공인 관계자도 “보통 전세계약이 만료되기 한달 전쯤 매물을 내놓는데 요즘은 서너달 전에 물건을 내놓아도 안나가는 경우가 많고 경매로 넘겨진 사례도 많아 집주인, 세입자 모두 불안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늙은 신도시의 역전세난 가속화… 주거불안으로 확산

산본과 평촌의 역전세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인근 지역에 재건축을 통한 새 아파트가 공급됐기 때문입니다. 앞서도 언급했듯 산본과 평촌은 199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1기 신도시인 만큼 다수의 아파트가 준공한 지 30년이 지나 노후화된 상황입니다. 기존 거주자들이 시흥 배곧, 남양주 다산, 동탄 2신도시 등 공공택지에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이주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수도권 집값의 급격한 상승을 목격한 후 높은 청약 자격을 활용해 아파트에 당첨, 새 아파트 입주 시기에 맞춰 기존 집을 전세로 내놓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투자자들의 이탈 때문입니다. 산본과 평촌을 비롯한 1기 신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갭투자자들이 끌어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나 평촌은 한때 갭투자자들의 성지로 불리기도 했는데요. 아파트 수십 채를 보유해 집값 상승을 이끌던 갭투자자들이 보유세 부담을 피하고자 시장에 매물을 대거 내놓으면서 공급과잉으로 전셋값이 하락했다는 해석입니다.


지나치게 뛰었던 전셋값도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산본의 경우 2014년 3분기 3.3㎡당 751만원에서 2017년 말 961만원으로 210만원 상승했고, 평촌도 비슷한 시기 987만원에서 1,315만원으로 328만원 가량 올랐습니다. 두 곳 다 3년 만에 30%가량 상승한 상황입니다. 전셋값이 지나치게 오르자 주택을 매수하거나 기존 전셋집 계약을 연장하는 수요가 늘며 자연스레 전세 매물이 증가해 역전세난이 나타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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