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왜 사람 얼굴을 '사탕'으로 그렸을까?

조회수 2020. 2. 3. 15: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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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갤러리 진효선 작가

겨울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2월이 다가왔습니다. 2월은 졸업시즌이기도 한데요. 오늘 소개할 진효선 작가의 '7 years old' 시리즈는 집에 한 장씩 있을 법한 유치원 졸업 사진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출처: 진효선 <7 years old> 캔버스에 유채, 27x22cm, 2016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탕으로 대체된 얼굴. 그 위에 학사모를 씌우고 가운을 입혀 놓은 모습은 재미있어 보이지만 왠지 모를 묘한 감정도 함께 불러일으킵니다.

출처: 진효선 <축 졸업> 캔버스에 유채, 130x162cm, 2017


여러분의 유치원 졸업사진은 어떤가요? 졸업사진을 찍었던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보세요. 왜 우리는 이토록 어색한 모습으로 졸업사진을 찍게 되었을까요?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오롯이 나와 내 주변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를 모두와 나눠보고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일종의 커밍아웃인 셈이죠.

출처: 진효선 <양배추인형은 어디에> 캔버스에 유채, 50x65cm, 2013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사실 대학 입시 때 유일하게 합격한 학교가 순수미술 계열이었어요. 솔직히 가기 싫었어요. 그런데 학기를 거듭하다 보니 그림을 그리는 일이 생각보다 재미있더라고요. '이거 하나만큼은 내가 남들보다 재미있게, 잘,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본 것 같아요. 그래서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고 지금까지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Q. 작품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가요?

길 가다 우연히 쇼윈도에 걸려있는 가족사진을 보고는 '왜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도 제가 편모 가정에서 자랐고, 그 까닭에 가족사진이 없는 제3자의 입장이라 그런 것 같아요. 작품을 통해 개인적으로는 작품을 통해 편모 가정인 제 가족사를 다루며 심리적 위축을 극복하고 싶었고, 더 나아가서는 개개인의 가족사와 그것으로 인해 파생되는 더 많은 이야기들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최근의 개인전에서는 이처럼 사회와 타인이 강요하는 기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출처: 진효선 캔버스에 유채, 73x73cm, 2015


Q. 작품 속 인물들의 얼굴이 사탕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찌 보면 전형적인 모델에 부합하지 못하는 가족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그 핸디캡을 감추기 위해 다른 측면에서 타인의 기준에 맞추려 노력했던 경험이 있어요. 가족뿐만 아니라 학벌이나 결혼, 재산 등 사회가 암묵적으로 정한 기준에 맞추기 위해 다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정작 본인의 진짜 모습은 잊어버리는 사람들이 많죠. 인공적인 향료와 색소로 딸기가 되려 하는 사탕의 모습이 그들과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출처: 진효선 <할 수 있는건 다 했어> 캔버스에 유채, 97x194cm, 2017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매끈하게 사포질 한 캔버스 위에 유화로 얇게 펴 바르듯 칠해서 겹겹이 올려 표현하는데요. 그렇게 하면 깔끔하고 붓 터치가 보이지 않는, 플랫한 평면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단 유화는 제가 가장 자신 있게 사용할 수 있는 재료에요. 그리고 저의 성격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뭔가가 튀어나와있거나 삐져나가있는 꼴을 못보곤 했어요.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굳이 꼽으라면 '7 years old' 시리즈에요. 40점의 3호짜리 소품들로 이루어진 시리즈인데, 제 유치원 졸업사진에서 힌트를 얻어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유치원 졸업사진을 찍던 날, 세상 진지하고 차분한 색은 다 모아둔듯한 배경지 앞에 입꼬리를 바짝 당겨 입을 꼭 다물고 앉아있는 저에게 유치원 어른들은 '고등학생 같다', '의젓하다'라며 칭찬하셨어요.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돌이켜보니, 다른 사람으로부터 어른스러움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받았던 첫 경험이지 않았나 싶어요.

출처: 진효선 <7 years old> 시리즈, 캔버스에 유채, 27x22cm, 2016


포털에 '유치원 졸업사진'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해보면 어른(타인)의 기준에 맞춘 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껍데기만 있는 두꺼운 책, 의미를 모를 앤티크 소품과 지구본 등이 등장하고, 졸업가운과 학사모는 누구에게도 질 수 없다는 듯이 화려하죠. 

출처: 진효선 <7 years old> 시리즈, 캔버스에 유채, 27x22cm, 2016


40점의 작품이 갤러리 벽에 걸려있으면 어떤 느낌일까를 기대하며 다소 버거운 작업량을 버텨냈어요. 디스플레이하던 날, 햇수로 3년간 상상만 하던 모습을 실제로 보니 너무 벅차고 기뻤던 기억 때문인지 저에게는 특별하고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우연히 떠오른 생각을 정리해 여러 번에 걸쳐 계획해 작업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지인들과의 대화나 TV를 듣고 보며 들었던 생각 같은 것들이요. 별거 아닌 것도 거듭해서 머릿속으로 생각해보고 수정하고 있는 때가 많아요.

출처: 진효선 <두줄로 서서 이동하시오> 캔버스에 유채, 91x73cm, 2017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최근에 한 개인전을 끝으로 머리가 사탕 모양인 사람들이 등장하는 작품은 접어두기로 했어요. 스스로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에 범위를 정해두지 않고 당분간은 그리고 싶은 그림을 자유롭게 그려볼 계획입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제 자신이 열심히 작업한다면 대중들도 저를 그에 걸맞게 기억해 줄 거라 생각해요. 그냥 담백하게 차곡차곡 작업하고 싶어요.

출처: 진효선 <한강 고수부지> 캔버스에 유채, 33x46cm, 2013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자전거 타는 걸 좋아했지만 요 몇 년간 개인적인 여러 일들과 개인전 준비로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잘 타지를 못했어요. 주변 일들이 정리가 되면 무에타이나 테니스 같은 운동을 배워보고 싶어요.


Q. 작품 활동 외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혼자 저를 키우느라 고생하신 엄마에게 효도하고 싶어요. 하지만 작업하는 사람들이 거의 다 그렇듯이 그게 제 성에 찰 만큼 늘 충분하지 않아요. 언젠가는 몸과 마음 모두 편하게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우리는 삶의 중요한 마디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한 사진을 남기곤 합니다. 낯선 사진사 앞에서 목을 빼고, 어색한 입꼬리를 올리는 순간은 어찌 보면 꽤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기도 한데요. 진효선 작가는 평소에는 취하지 않는 포즈와 드러내지 않는 표정, 일상과는 거리가 먼 클리셰 가득한 소품들, 즉 실제와는 멀어지는 사회적 고정관념에 대한 일침을 제시합니다. 여기에는 남들과는 다른, 타인에 의해 재단되고 검열된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응원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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