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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살, 미국 MAC에서 한국인 디자이너로 일해요.

조회수 2019. 9. 23. 11: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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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실력보다 자신만의 결과물을 잘 쌓아두는게 정말 중요해요.

20대 한국 여성들이 가장 애정하는 브랜드 MAC. 그 곳에서는 매일 어떤 일들과 사투를 벌일까? 실제로 미국 본사에서 디자이너로 근무중인 한국인 여성 권현수(28)를 직접 인터뷰 해보았다. 


출처: 미국에서의 졸업식 사진

Q. 어떻게 MAC에 취업하게 되었나.


어렸을때부터 미국에서 살았어요. 대학도 미국에서 나왔고요. 원래는 빅토리아 시크릿에서 패키징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막상 좋은 회사에 들어갔는데 제 디자인 취향이랑 다르기도 하고, 비자 문제도 해결이 안 되고 힘들었죠. 그러다 친구가 MAC에서 디자인 포지션이 떠서 지원해 보라고 했는데 합격한 거예요. 


Q. MAC에 입사해서 어떤 일을 했나? 엄청 근사한 일을 했을 것만 같은데..


처음에 회사 가서 정말 놀랐어요. 이미지 자르는 일만 했거든요. 제가 일러스트를 전공했으니까 디자인 관련 업무를 맡을 거라고는 생각은 했는데 크랍 하는 일만 수천수만번을 반복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게다가 내부적으로 디자인 가이드가 정말 철저한 편이에요. 1mm만 옆으로, 2mm만 위로 이런 피드백이 들어오거든요. 처음에는 내가 이런 일을 하려고 회사에 들어왔나 고민이 많았는데, 이런 작업들이 결국은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디테일의 힘을 배우는 시간이었죠. 


지금은 아시아 마켓을 담당하는 디자이너로 일해요. 중국에 있는 크리에이티브 팀과 소통하면서 서포트 하는 일도 해요. 아시아 마켓에서 더 잘 맞는 콘텐츠를 뽑아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되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중간다리 역할 이랄까요. 아시아에서 대규모 캠페인을 진행할 때 참여하기도 하고요. 

Q. MAC 본사에서 본인을 뽑은 이유는?


한 번은 보스에게 물어봤어요. 왜 나를 뽑았냐고. 그랬더니 제 태도가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미국은 분위기가 자기 PR을 강조 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면 포트폴리오 소개할 때 '내가 다 했어. 내가 중요한 역할을 했어.' 이런 식으로 본인을 과장되게 소개하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저는 제 자랑만 늘어놓지 않았어요. 제가 홀로 작업한 것과 팀에서 했던 것을 분리해서 보여주고, 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어떤 고민들을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함께 일하며 제가 해왔던 역할을 강조했어요. 그런 에티튜드 봤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디자인이라는 게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팀워크의 결과물이거든요. 회사에서도 함께 일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고. MAC이 아시아 마켓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뽑은 것도 있지 않을까요? 대학생 때 휴학하고 한국에 들어와서 광고 회사에서 일한적이 있었거든요. 에이전시에서의 경험도 어느 정도 메리트가 있었던 것 같아요. 


Q. 회사에서도 아시아 마켓을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나?


지금은 아시아를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고 생각해요. 미국 내에서도 MAC이 인지도가 남다른 편이지만 요즘은 화장품 시장 자체가 레드오션이잖아요. 세포라 같은 대형 리테일러도 들어오고, 인플루언서들이 자기 브랜드를 직접 만드니까 종류도 너무 많고. 다들 가격도 비슷비슷하잖아요. 

출처: 그녀가 직접 제작한 디자인 제작물

예전에는 ‘MAC 사야지!’ 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이것도 사볼까, 저것도 사볼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시장심리가. 그런데 아시아는 일단 시장이 크잖아요. 특히 중국은 대륙 자체가 크니까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한국도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마켓으로 보고 있어요. 한국의 경우 브랜드 충성도도 높고 포지셔닝도 잘 했거든요. 


처음부터 백화점에 들어가서 입지 굳힌 것도 한몫했고, MAC을 다른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못지 않게 고급스러운 느낌이지만 구매 가능하고 선물하기 좋은 가격대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립스틱 하면 MAC! 이라는 공식이 잘 만들어졌죠.

Q. 본인은 회사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했나.


최근에 했던 캠페인으로는 중국 게임이랑 콜라보 했던 프로젝트가 정말 반응이 좋았어요. 그 게임이 알고 보니 한국에서 히트 쳤던 메이플스토리 같은 게임이었어요. 백그라운드를 잘 보면 젊은 여자들이 주 유저층이었는데 MAC이랑 소비자층이 맞아떨어지니까 한번 해보자 해서 게임 캐릭터랑 콜라보 한 상품을 출시했어요. 정말 반응이 뜨거워서 몇 분 만에 완판 됐었죠. 

출처: 중국 게임과 콜라보 한 MAC 제품

또 상해에 명동 같은 쇼핑 거리가 있는데 거기서 MAC이 브랜드 스토어를 론칭했어요. 위챗이랑 연동해서 스토어만 들어오면 스캔해서 바로 살 수도 있고, 스크린도 설치하고. 막판에 중국 크리에이티브 팀이 브랜드와 동떨어진 디자인을 해서 조율하느라 힘들긴 했지만 결국은 그것도 잘 해결 했고요. 


곧 론칭 할 포니XMAC 콜렉션의 전반적 비쥬얼 디렉션과 디자인도 맡고 있어요. 웹페이지에 올라가는 배너부터 대부분을 제가 다 담당했어요. 그래서인지 자식처럼 느껴져요.

출처: 그녀가 직접 제작한 포니XMAC 콜렉션

Q. 미국 회사에서 일하며 겪은 애로사항은 없었는지. 인종차별이라던가..


인종차별 문제는 딱히 없었어요. 다행히 지금 저희 회사는 글로벌 기업이고 브랜드 자체가 여러 성 정체성을 존중하는 편이에요. 노 에이즈, 노 젠더 등 문화적 포용력을 중시하는 회사예요.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도 많아요. 


오히려 일하면서 힘든 점이 많죠. 중국 마켓 같은 경우 정서가 미국이랑 다르니까 그쪽 정서에 맞춰서 바꿔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거든요. 왜 모델 옷은 바꿔서 입혔는지, 왜 단어를 바꿨는지. 마켓마다 트렌드는 다르지만 굳이 왜 써야만 했는가 이유가 없는 것들과 매일 싸워야 하죠.

가장 힘든 점은 제가 거기있는 것도 아니고 바로 옆에 앉아서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고 할 수가 없잖아요. 온라인이나 이메일로 소통 할 때 한계를 느껴요. 보통 그럴 때는 메신저로 디자이너랑 매니저랑 밤새 이야기 하기도 해요. 모델에게 옷은 뭘 입혔고, 화장은 어떻게 했는지, 배경색은 뭐로 정했는지 이상한데서 미스테이크 하지 않게 마이크로 매니징 할 때도 있죠. 


'어떻게 하면 피드백을 더 잘 줘서 디자인에 반영할 수 있을까?'가 항상 고민이 되더라고요. 결국은 내 작업이고 내 포트폴리오에 들어가서 내 얼굴이 되는 건데. 그래서 아예 포기해 버릴 수가 없는 거죠. 어차피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으니까 항상 백업 플랜도 만들게 되더라고요. 

Q. 미국취업 관련해서 조언을 한다면?


저는 유학생이었지만 토종 한국사람도 해외 취업이 어렵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한국인 특유의 장점이 있거든요. 빠릿빠릿하게 일을 잘 하잖아요. 디자인도 결국은 툴 다루는건데 그런면에서 한국 사람들이 우수하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디자인 업종의 경우 영어능력이 엄청나게 필요한 것도 아니니까요. 오히려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잘 쌓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남들한테서 흔히 보여지지 않는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가지는거죠. 기술적인 강점을 보여주기보다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는지 잘 설명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가지를 꼽자면 미국 사람들은 겸손한 걸 잘 이해를 못해요. 자신이 잘한거는 강조하고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부분만 좀 고쳐보자고 생각하죠. 내가 잘 한거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어차피 과대포장하면 담당자들도 딱 알거든요. 그런면에서 PR도 중요하지만 에티튜드도 중요한 것 같고요.


Q. 앞으로도 계속 미국에서 일할 생각인가?


평생 여기 살아야겠다 그런 생각은 없어요. 기회가 있다면 어디서든 일 할 수 있죠. 미국에 오래 살았던 사람들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런 트러블만 없다면 굳이 미국이 아니어도 좋고요.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려는 브랜드도 있을거고, 미국에서 아시아나 한국으로 가려는 브랜드도 있을거잖아요? 브랜드를 현지화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어요.


추후에는 제 디자인 전문성을 살려서 회사 밖에서도 먹고 살 수 있는 개인 에이전시로 일하고 싶어요. 저만의 디자인 브랜드를 만들고 싶기도 하고요. 제가 직접 사업을 벌릴 생각은 없지만 누군가 다가와 흥미로운 일을 제안한다면 뛰어들어 보고 싶어요. 인생은 어차피 계획대로 되는게 없으니 순간순간 주어지는 기회를 따라가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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