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잡

우리 아빠는 내가 어릴 적 에니어그램과 MBTI에 대한 교육을 꽤 오랜 기간 들으신 적이 있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관련 책들이 많았는데, 그 덕에 나도 그런 것들에 대해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그리고 1년 반 전 즈음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MBTI 테스트를 처음으로 해보게 되었다. MBTI를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나에 대해 잘 알고 싶어서’였다.

그당시 나는 몸이 아파서 한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던 시기였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날이 딱 좋은 계절이었다. 매일 병실에 있는 나와 달리 주위 사람들은 열심히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할 수 있었고, 한강으로 나들이를 가거나 해외 여행을 떠났다. 세상 사람들에 비해 뒤처지는 것 같다는 이유로 꽤 많이 우울했다. 병문안을 오는 친구에게 감사한 마음보다, 예쁘게 화장하고 환하게 웃고 있는 친구가 속으로 질투가 나고 미워졌다. 우울감이 심해지자 불안장애와 공황 증상이 찾아오기도 했다. 내가 너무 못나 보여 스스로를 계속 자책했기 때문이다.

그때 결심한 건 나에 대해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언제 행복을 느끼며, 어떤 것들을 잘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야 나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러 번 테스트해 본 결과 나의 MBTI는 INFJ였다. 비록 정확한 기관을 통해 진행한 테스트가 아니었지만, 테스트 결과는 소름 돋을 정도로 나를 말하고 있었다. 나는 심리학을 전공한 가까운 지인과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며 MBTI와 나에 대해 더 자세히 이해하기 시작했다.

내가 유난히 집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이유도, 작은 일에도 크게 마음이 상하거나 또 들뜨거나 눈물과 웃음이 많은 것도, 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밤에 잠을 못 잔다거나, 글을 쓰면 마음이 정리되는 이유까지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제일 좋았던 건 내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던, 미웠던 내 모습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된 것이었다. 나는 그때부터 나를 더 사랑하게 됐다.

그 후로 몇 달 뒤 커뮤니티와 단톡방에 이슈가 되며 MBTI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도 호구성향테스트나 꽃테스트등이 실시간 검색어를 오르내리며 사람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나의 경험에 빗대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점점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더 관심을 많이 가지고, 스스로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는 뜻이니 말이다.

한 기사에서 본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심리테스트가 꾸준히 인기를 얻는 이유에는 코로나의 영향도 있다고 했다.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는 것들에 불안한 마음을 위로받기 위해 심리 테스트를 하는 것이다. 그 이야기에도 공감이 갔다. 나 또한 불안하고 우울한 마음을 위로받기 위해 정확하지 않은 테스트로 공감을 얻고 스스로를 위로했으니 말이다. 

또한 자칫 잘못하면 이러한 테스트는 우리에게 스스로와 타인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타고난 성향은 분명 있겠지만, 살아오며 경험한 일과 만나온 사람이 다르니 각자의 사람들은 모두 다른 성향을 지니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주의하고, 테스트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이러한 유행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진다.

분명한 건 테스트를 통해서든 어떤 방법으로든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에 대해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때에 에너지를 얻는지, 나는 왜 이렇게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지, 언제 내 마음이 제일 편안한지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해 많이 공부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를 더욱 존중하고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그게 내가 심리테스트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