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쿵 뛰던 위층 아기 엄마가 시끄럽다며 내려왔다

조회수 2017. 8. 3. 09: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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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층에서 쿵쿵대는 아이들 발소리가 멈출 줄 몰랐다. 그리고 잠시 뒤 초인종이 울렸다.

혼자 지내는 친정어머니 집에 갔더니, 위층에서 쿵쿵대는 아이들 발소리가 멈출 줄 몰랐다.

보청기를 낀 어머니는 보고 있던 텔레비전 소리만 키웠다. 그리고 잠시 뒤 초인종이 울렸다.

"할머니 계세요?"
앳된 얼굴의 위층 아이들 엄마였다. 잔뜩 짜증난 표정이었다.

"텔레비전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요. 머리가 다 울릴 지경이에요. 자꾸 이러시네."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었다.
그때 어머니가 나를 막으며 말했다.
"아이고 미안해요. 내 조심할게요."

몇 번이고 사과하는 어머니를 보니 피가 거꾸로 솟았다. 어머니가 날 보며 말했다.

"그럴 것 없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내가 소리 좀 줄이면 되는 거야."
얼마 뒤, 겨울이었다.

라디오에서 속보가 나왔다. 어머니 집 주위에서 난 화재 소식이었다. 너무 놀라 전화하니 어머니는 받지 않았다.

다행히 잠시 뒤 경로당에 대피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머니가 텔레비전을 튼 채 잠이 들어, 화재 대피 방송이 나왔는데도 듣지 못했단다.
그런데 초인종을 몇 번이나 누르며 어머니를 깨운 건 위층 아이들 엄마였다. 나는 고마움에 위층으로 찾아가 인사했다.
그러자 그녀는 수줍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집을 나오려는데 애들이 할머니 텔레비전 소리 난다고 하더라고요. 방송 못 들으신 것 같아 초인종 누른 것뿐이에요."

상황에 따라 사람이 이렇게 달라 보인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라던 어머니의 말도 문득 떠올랐다.

내가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세상살이도 달라질 수 있다니. 그 뒤로 사는 게 한결 쉬워졌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원순진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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