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구, 젊은 새댁이 불쌍해서 어쩌누."

조회수 2019. 4. 26.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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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눈에 비친 모습이 나의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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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젊은 새댁이 불쌍해서 어쩌누.”

잠든 남편의 이불을 매만지고 보호자 의자에 앉자 옆자리 할머니가 말을 걸었다. 난 말없이 미소 짓곤 남편을 바라봤다. 그랬다. 할머니 눈에 비친 모습이 나의 현실이었다. 눈먼 남편의 어여쁜 아내. 


몇 달 전, 요즘 들어 눈이 침침하다던 남편을 데리고 병원에 간 날. 단순한 노안이겠거니 생각했던 우리 부부는 의사의 말에 가슴이 얼어붙었다.


“지금 바로 큰 병원으로 가십시오. 두 눈 다 실명 위기입니다.”

남편의 상태는 손쓸 수 없을 만큼 심각했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수차례 수술했다. 밤마다 고통 속에 잠든 남편을 보노라면 가슴이 아렸다. 


병원 생활이 한 달가량 지속되자 우리 부부는 조금씩 적응했다. 팔짱 낀 채 종일 붙어 다니니 연애하던 때처럼 애틋해졌다. 남편에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설명해 주는 버릇도 생겼다. 


“여보, 구름이 솜사탕 뜯어 놓은 것처럼 길게 연결됐어. 해가 지려나 봐. 조금 빨갛기도 하고 노랗기도 한 빛깔이 참 예쁘게 섞였어.”


예전처럼 같이 바라볼 순 없어도 마음으로 느끼면 더 많은 걸 함께 보는 거라 생각했다. 


이젠 남편의 한쪽 눈은 완전히 실명했다. 하지만 서로를 향한 눈과 세상을 대하는 눈은 전보다 밝고 깊어졌다. 나는 오늘도 그의 한쪽 눈 속에서 세상을 살아간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최미선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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