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정히 말해도 계속 깎아 달라며 따라다녔다

조회수 2019. 5. 29. 09: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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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집 앞에 있습니다. 깎아주세요."

가게 한 층을 세놓은 어느 날, 중국에서 온 학생이 전화했다. 서툰 발음으로 “이모, 방 있습니까?” 하더니 대뜸 깎아 달란다. 안 된다며 끊었는데 또 전화벨이 울렸다. 


“이모, 집 앞에 있습니다. 깎아주세요.” 매정히 말해도 계속 깎아 달라며 따라다녔다. 결국 보증금과 임대료를 낮춰 줬고, 이사 갈 때는 한 달 전에 말할 것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그렇게 세 명의 유학생이 들어왔다. 미국 유학 중인 딸이 생각나 맛있는 음식을 해 줬더니, 하루는 학생이 만두를 만들어 와선 내 입에 넣어 줬다.


“참 맛있네요.” 하니 배시시 웃었다. 그때부터 채소 볶음, 탕수육 등 중국 음식을 맛보게 해 줬고, 우리 가게에서 배달도 도왔다.


1년이 흐른 어느 날, 이삿짐이 내려왔다. 유학생들 것이었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기숙사에 들어간단다. 계약 기간이 남았고 보증금도 줘야 해 난처한 표정을 지었더니 짐을 챙겨 그냥 가 버렸다. 말없이 떠난 학생들이 괘씸하기까지 했다.


해가 저물자 가게 앞이 시끌벅적했다. 내다보니 이삿짐이 또 있었다. 다시 오느냐고 물으니 다른 학생 것이라고 했다. “청소 필요 없어요. 도배 필요 없어요.” 


알고 보니 전기, 수도, 보증금까지 자기들끼리 해결한 상태였다. 밤참으로 먹으라며 내민 비닐봉지에는 내가 좋아하는 김밥이 있었다. 가슴이 먹먹해 눈물이 핑 돌았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정지우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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