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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그런 음식을 좋아했나?"

조회수 2019. 5. 24.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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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이랑 이런 데서 수다 떨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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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모녀끼리 외식하러 집을 나섰다. 어머니는 스파게티가 먹고 싶다 했다. “엄마도 그런 음식을 좋아했나?” 하니 당신도 맛있게 먹을 줄 안다며 수줍게 웃었다. 나는 싼값에 스파게티를 파는 가게로 갔다.


“뭐가 맛있을까?” 어머니의 들뜬 얼굴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한입 먹은 어머니가 “이걸 무슨 맛으로 먹나.” 하는 게 아닌가. 그 말이 왜 그리 서운하던지 나도 모르게 투정을 부렸다.


“그러니까 왜 여길 와. 가까운 고깃집이나 가지.” “딸들이랑 이런 데서 수다 떨고 싶었지.” 순간 머리가 띵했다. 어머니는 고기 구워 주는 ‘엄마’가 아닌 ‘여자’로서 딸들과 얘기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자식 키우느라 어머니는 친구들과 점점 멀어졌고, 나는 어머니의 가장 친한 친구나 다름없었다. 좋은 데 있으면 같이 가자고 어머니가 말했을 때, “친구랑 가!” 하며 철없이 굴곤 했던 나였다.


우리는 한동안 수다를 떨었다. 내 얘기에 웃기만 하던 어머니도 어느새 입을 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머니는 팔짱을 끼며 다음에 또 여기에 오자고 했다. 그 짧은 시간만으로도 설레어 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괜스레 죄송했다. 어째서 그동안 이 흔한 음식을 같이 먹으러 오지 않았을까.


그 후 어머니와 스파게티 집을 자주 찾았다. 소녀로 돌아가 함께할 수 있는 공간, 그 하나면 충분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박미진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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