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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을 떠올리면 징글징글하지 않느냐고 언니에게 물었다

조회수 2019. 12. 2. 16: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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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동화 같다고 했잖아."

동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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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월급 받았어. 용돈 보내 줄게.” 


장학금을 타 가며 석사 공부를 마친 언니는 병원에 취직했다. 이제 고생은 다 끝났다 싶었다. 


“나 놀러 갈게. 하루만 재워 줘.” 


나는 언니의 사는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고, 취직 턱도 얻어먹자는 심산으로 언니에게 놀러갔다. 


언니의 보금자리는 고시원이었다. 다닥다닥 늘어선 방들 사이에 언니의 방이 있었다. 문을 여니 작은 방 안이 한눈에 들어왔다. 


“좀 좁지?” 


“있을 건 다 있네, 뭐.” 


나는 언니의 말에 애써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저녁을 먹으러 나간 우리는 옥신각신했다. 언니는 한사코 소고기를 사 주겠다고 했고 나는 삼겹살이나 먹자고 고집을 부렸다. 우리는 결국 삼겹살을 먹고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불이 꺼진 좁은 방에서 우리는 나란히 누워 한참 얘기를 나눴다. 어느새 자정이 됐고 고시원의 복도 불이 꺼지자 천장에 붙어 있던 야광 별 스티커가 또렷이 빛났다. 


“전에 살던 사람이 붙였나봐. 예쁘지?” 


“동화 같다, 여기.” 


나는 작게 속삭였다. 


그 후로도 언니는 한동안 그곳에 살았다.


시간이 흘러 나는 어느덧 8년 차 사회인이 된 언니의 오피스텔에 놀러 갔다. 언니와 수다를 떨다 문득 언니가 살았던 고시원이 생각났다. 그곳을 떠올리면 징글징글하지 않느냐고 언니에게 물었다. 


언니는 그때를 떠올리면 마치 동화책을 꺼내 보는 듯하다고 했다. 


“네가 동화 같다고 했잖아.” 


언니는 동화는 언제나 해피 엔딩이었기에 고단한 시절도 곧 끝날 거라 믿었다고 한다. 


나는 코끝이 찡해졌다. 서럽고 힘들었을 시절이었을 텐데 언니는 그때를 동화 나라로 만들었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인생은 모두가 함께하는 여행이다. 매일매일 사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다.” 


고단했던 오늘 하루도 언젠가 추억으로 기억될 날이 오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경기도 용인시에서 이소은 님이 보내 주신 사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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