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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공원을 향해 걷는데 누군가 나를 불렀다.

조회수 2020. 3. 23.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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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이거 가져가."

별을 담은 화분

몇 년 전까지 나는 백수였다.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도 힘들고, 다 큰 딸을 초조하게 바라보는 부모님 시선도 부담스러웠다. 


친구들은 일하러 가 만날 사람이 없고, 돈을 쓰기도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걷다 보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머리도 맑아졌다. 


유난히 마음이 시리던 날, 주머니엔 달랑 400원뿐이었다. 좋아하는 바나나 우유 한 개도 살 수 없는 돈이었다. 그러자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한강 공원을 향해 걷는데 누군가 나를 불렀다. 


“아가씨, 이거 가져가.” 


뒤돌아보니 한 할아버지가 화분을 건넸다.


“어젯밤 하늘에 별이 없다 했는데 여기 떨어졌구먼. 반짝반짝 하얀 별.”


화분에는 별 모양의 새하얀 꽃이 아무 걱정 없다는 듯 방실거리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재미난 표현 덕에 웃음이 났다.


“예쁘지? 이름 모를 꽃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참 예뻐.” 


“이거 왜 주시는 거예요?” 


“그냥, 예뻐서.” 


예상치 못한 말에 피식 웃었다. 감사 인사를 하고 가려는데 다시 할아버지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도 똑같아. 하나같이 예쁘고 빛나. 힘들 땐 하늘도 보고, 꽃도 보고, 별도 봐. 잘 키워!”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 표정 없이 홀로 한강 주변을 맴도는 젊은 여자가 얼마나 불안해 보였을까 싶다.


할아버지는 일부러 농담조로 말을 건네며 나를 배려한 것이다. 진심이 담긴 선물 덕에 난 힘든 시기를 잘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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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서울시 강동구에서 김지민 님이 보내 주신 사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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