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비어 있는 여행 가방만큼이나 엄마에겐 여행의 설렘이 없었다

조회수 2020. 10. 14. 13: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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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 저도 알겠습니다. 하지만 싫다는 여행을 우겨 보내 드린 큰딸의 마음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엄마의 여행

새벽에 일어나 엄마의 여행가방을 다시 들여다보았습니다. 세면도구와 수건 한 장, 양말과 속옷 그리고 얇은 스웨터 하나가 전부입니다. 


현관을 나서면서도 할머니 진지, 동생 숙제며 문단속 등 마음은 집에 두고 몸만 떠날 양이셨습니다.  


엄마가 제주도로 떠나시고 나는 밥을 지었습니다. 그리고는 6학년짜리 막내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학교 가야지” 하고 깨웁니다. 꼭 엄마처럼요. 


출근하려고 현관을 나서다 아침마다 “한 모금이라도 마시고 가라” 하며 우유 한 컵 들고 동동거리던 엄마 생각에 웃음이 났습니다. 


어제까지는 내 일에만 박혀 사는 나이만 꽉 찬 철부지였는데, 오늘 아침엔 그럴싸하게 엄마 흉내를 냈으니까요.  


문득 엄마의 비어 있는 여행 가방만큼이나 엄마에겐 여행의 설렘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마음 저도 알겠습니다. 하지만 싫다는 여행을 우겨 보내 드린 큰딸의 마음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사랑이 무언지 조금씩 아는 나이이기에 아빠를 잃은 엄마의 슬픔을 나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보고 싶어도 더 이상 볼 수 없고 울음도 우릴 위해 참아야 하는 데다 집안일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엄마에게 엄마만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드리고 싶었습니다. 


제주도 어느 바닷가에서라도 아빠 생각하며 펑펑 우십시오. 유채꽃밭 한가운데 서서 아빠에게 바가지를 긁던 신혼 시절을 생각하며 많이많이 웃어도 보시고요. 

‘엄마가 추억에 웃고 그리움에 울고 그렇게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엄마, 짧은 여행이지만 온전한 추억과 그리움에 빠져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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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충북 충주시에서 김수정님이 보내 주신 사연이었습니다.

목소리서포터즈 녹음
본 콘텐츠는
좋은생각 목소리 서포터즈 1기
'미요'님의 목소리로 녹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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