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아저씨! 그동안 주워 온 자식 키우느라 얼마나 힘드셨나요.
찾지 못한 편지
초등학교 5학년 때 우리 반 친구가 워크맨이란 걸 삼촌께 선물받았다며 자랑했습니다. 모두들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을 구경하느라 그 친구 옆에만 붙어 있었죠.
시기심과 질투심에 그 친구와 다투고 집에 돌아온 나는 워크맨을 사 달라고 부모님께 졸라 댔습니다.
부모님은 어린이날에 사 주겠다고 약속하셨고, 나는 워크맨을 이미 손에 넣은 양 자랑을 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어린이날이 되자, 부모님은 워크맨은커녕 카세트 테이프 하나조차 사 주지 않으셨습니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보여 달라고 할 텐데….’ 나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방 안에 틀어박혀 눈이 퉁퉁 붓도록 울기만 했습니다.
‘차라리 사 준단 소리나 말지’ 하며 부모님을 원망했습니다.
며칠 뒤 어버이날, 학교 수업 시간에 부모님께 편지를 쓰게 했습니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부모님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들만 골라 썼습니다.
‘아줌마! 아저씨! 그동안 주워 온 자식 키우느라 얼마나 힘드셨나요. 다시는 엄마 아빠라 부르지 않을 테니 나 따위에게는 앞으로도 쭉 신경 쓰지 마세요.’
그 편지가 우체통 속에 들어간 뒤에야 후회가 되기 시작해 몇 날 며칠을 우편함 앞에서 기웃거렸습니다.
하지만 편지가 도착하지 않았는지 부모님은 아무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오히려 아버지는 월급을 탔다며 동네 가전제품 대리점에 가서 꿈에 그리던 워크맨을 사 주셨지요.
세월이 흘러 고3이 되던 해, 나는 몸이 많이 아파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날 밤, 엄마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그 일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니 시집가면 신랑 줄라고 엄마 보물단지에다가 꽁꽁 숨겨 놨데이. 내일 수술 잘해서 니 살아 나오면 신랑 주기로 한 거 취소하고 줄 테니까 없애고 싶으면 내일 수술 잘하고 나온나.”
그날 밤 엄마는 다른 환자들이 깰까 봐 밤새 숨죽여 우셨습니다. 다행히 건강은 되찾았지만 그 편지만은 찾질 못했습니다.
정말 엄마는 그 편지를 미래의 내 신랑에게 주려고 마음을 굳히신 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아직도 내 책상 서랍 속에 있는 워크맨도 함께 주려고 합니다. 그리고 한마디 해야겠죠?
“여보, 나 같은 딸은 낳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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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생각 목소리 서포터즈 1기
'전은희'님의 목소리로 녹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