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편지를 받을 수 있을까?"

조회수 2020. 10. 14. 13: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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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편지가 왔다. 마치 친구가 하늘나라에서 보낸 것 같아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뜯어 읽기 시작했다.

마지막 편지

암으로 수년간 투병하던 친구가 모처럼 평온한 얼굴로 찾아와 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겉옷을 챙겨 입히고서 주상 절리가 펼쳐진 해파랑 길을 함께 걸었죠. 


처음 암이란 걸 알았을 때만 해도 울며불며 온 세상을 원망하더니 그날은 아픈 사람 같지 않게 해맑았습니다. 우리의 철없던 시절을 떠올리며 길섶에 핀 들꽃을 보고 아이처럼 좋아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걷다, 느린 우체통이 덩그러니 있어 안내문을 보니, 편지를 넣으면 여행의 감흥이 추억으로 남을 무렵에 배달된다고 써 있습니다.


“우리 서로에게 편지 쓰자.” 라고 친구에게 제안했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습니다.  


“내가 그 편지를 받을 수 있을까?”


우리는 봄볕이 곱게 내리쬐는 의자에 앉아 편지를 썼습니다. 나는 친구가 아닌 친구의 딸에게 썼습니다. 


엄마가 먼 길 떠날 준비하면서 딸 걱정을 아주 많이 했다는 걸 말해 주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느린 우체통에 편지를 넣고선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그 여행 이후 두 달 뒤 친구는 먼 곳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오늘 편지가 왔습니다. 마치 친구가 하늘나라에서 보낸 것 같아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뜯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네 딸 키우다 겪을 고비마다 내 딸도 한 번씩 챙겨 봐 줄래?”


이 구절을 읽다 그만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그날 내가 쓴 편지도 지금쯤 친구의 딸이 받았으리라 생각하니 감정이 더욱 북받쳤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조금씩 잊겠지만 친구의 부탁만은 꼭 지키리라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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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경북 경주시에서 조정임님이 보내 주신 사연이었습니다.

목소리서포터즈 녹음
본 콘텐츠는
좋은생각 목소리 서포터즈 1기
'미요'님의 목소리로 녹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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