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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명인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 전통적인 한정식을 선보이는 오너셰프

조회수 2023. 1. 11. 11: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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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차밭골 권기남 셰프 인터뷰
먼저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대구 팔공산에서 한정식 식당 고향차밭골을 운영하는 오너셰프 권기남입니다.

원래 전공은 요리가 아니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셰프의 길로 들어서게 된 건가요?

2012년 여름, 어머니와 안동 여행을 갔습니다. 평소 어머니와 골동품 수집 및 문화적인 취미가 비슷해 자주 여행을 가는 편이었는데 그날은 어머니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어느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도중에 병원 응급실까지 가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런 심각한 상황을 처음 겪었던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에 앞이 깜깜했습니다. 그 날 어머니의 자리가 너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레 일본에 유학 가 있던 동생과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저희 식당이 걱정되더라구요.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려면 제가 가업을 잇는 길이 가장 빠르다고 판단했고 그때부터 외식업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한식 분야에서는 대단한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네. 어머니는 2019년에 한국식문화세계화포럼지정 ‘한식대가’로, 대한민국명인회 지정 ‘경상도한상차림’ 부문 명인으로 선정되신 그야 말로 한식 요리에 대해서는 장인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어머니께 요리를 배우신지는 얼마나 됐나요?

군대에서 취사병을 하며 기본적인 요리는 어느 정도 할 줄은 알고 있었지만 어머니께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운 지는 올해로 8년째 접어들었습니다.

어려운 질문일 수 있지만, 100으로 치면 어머니의 손맛에 어느 정도 따라왔다고 생각하시나요?

누가 요리는 끝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어머니 역시 끊임없이 요리를 연구하고 계시기 때문에 100이라는 숫자로 한정 짓는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늘 옆에서 지켜보고 있지만 어머니의 요리는 계속 진화하고 있어요. 어머니께서 매년 제철 식재료로 요리를 가르쳐 주실 때마다 새로운 레시피로 음식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저 역시 어머니의 레시피를 기반으로 연구하다 보면 새로운 요리가 탄생하기도 하구요.또 한식의 특성상 요리가 매우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밥 한끼만 생각해도 국종류와 김치류 또는 찌개류, 조림류, 반찬에도 볶음과 조림, 구이, 튀김, 찌는 음식 등등 수도 없지요. 그렇다 보니 현재 차밭골 정식에 나오는 반찬들은 모두 제가 요리하고 있지만, 어머님의 요리실력을 따라가기에는 아직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보니 점수로 매기기는 쉽지 않네요.

한식의 명인인 어머니를 스승으로, 또 파트너로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쉽지만은 않을 거 같아요. 어떠세요?

저희 어머니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는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분이세요. 스승으로서의 어머니는 늘 존경스럽고 제가 자부심을 가질 만큼 요리에 대한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갖고 계세요. 식재료에 대한 지식부터 요리의 과정, 고객에게 요리를 제공하는 것과 식사 한끼를 하는 것 이상으로 한국적인 경험을 충족시켜드릴 수 있는 문화적인 면까지 고루 갖추셨어요. 배울 점이 아주 많아서 부담스러운 것 보다는 늘 저에게 자극제가 되어주세요.하지만 어머니와 저는 요리 스승과 제자인 동시에 엄마와 아들의 관계이다 보니, 요리와 경영 외적인 부분까지도 맞추어 나가야합니다. 예를 들면 입는 옷부터 작은 습관까지도 엄마의 눈으로 아들에게 잔소리를 하시니 그게 힘이 들기도 하고,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할 수 있는 일은 적다 보니 어머니와 경영문제로 많이 다투기도 했어요.하지만 그럴 때마다 부모님도 저도 서로를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각자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며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갈등이 거듭 되다 보니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지혜도 함께 생긴 것 같습니다. 제가 볼 때 가업을 잇는다는 건 수행자적인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금은 ‘어머니의 정신을 이어 가야겠다’는 마인드로 하고 있습니다.

요리를 하고 가게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본인만의 철학이란 게 있을까요?

어머니의 가업을 이어감으로써 사라져가는 전통적인 한식의 명맥을 유지한다는 것에 가장 큰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한식을 하고 있는 셰프들이 많이 있지만, 오래도록 먹어온 우리의 음식을 그대로 하고 있는 곳은 많이 없거든요.2018년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하는 우수문화상품 한식부문에 고향차밭골이 이름을 올리게 되었는데요. 한국의 문화를 대표할 만한 상품을 지정하는 제도로, 당시 전국에서 딱 두 곳이 지정되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저희 식당의 ‘차밭골정식’이었어요. 심사위원들께서 방문하셔서 식사를 하시고는 ‘바로 이런 곳이 많이 알려져야 한다. 정말 한식을 올바르게 하는 곳’ 이라고 평가 하셨을 때 정말 뿌듯했습니다.세월이 지나 토속적인 한국음식을 먹고 싶을 때, 그때 고향차밭골이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싶습니다.

코로나19로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많이 힘든데, 어려운 부분은 없으신가요?

사실 저희가 있는 팔공산은 한적한 곳이라서 시내에 비해서는 타격이 적었습니다.그래도 처음 대구에 코로나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때 2주 동안 휴업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쉬는 동안 반찬 택배 문의가 많이 오기 시작해 엄청 바빴어요. 지금껏 경영하면서 택배 때문에 그렇게 바쁘긴 처음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걸 그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식당을 이전하면서 일이 많아 반찬 택배는 잠시 쉬고 있는데요. 앞으로 또 여러 가지 변수로 식당 운영이 어려우면 바로 반찬 배달 서비스를 해야겠다 생각하고 대책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한식이 세계에서 인정받을 때 가장 보람된 것 같아요. 요리를 시작하고 선재스님과의 인연으로 몇 년째 해외를 다니며 한식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프랑스 한불 문화의 밤 행사, 프랑스대사관 갈라 디너에 참여했고, 이태리에서는 슬로우푸드 박람회의 한국관과 미식과학대학에서 한국의 사찰요리를 선보인 적도 있었습니다. 또 작년에는 미국 LA 한인축제에서 한식 코스요리를 하였는데, 한국의 음식이 세계에서 인정받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한식 셰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뿌듯하게 다가옵니다.

바쁜 와중에 이번에 책도 내신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어떤 내용인가요?

2019년 10월경 12명의 외식업 종사자들과 함께 스페인에서 미식투어를 진행했습니다. 미슐랭가이드에 수록된 식당들만 집중적으로 투어를 하는 코스였죠.외식업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대표 12명이 각자의 시선에서 분석한 미슐랭 레스토랑에 대한 평가와 현재 우리나라의 외식업시장에 접목할 수 있는 포인트들, 그리고 차별화 비법들을 수록한 책으로 올 가을쯤 출간 예정에 있습니다. 저와 어머니와 함께 가업을 진행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나 인터뷰에 담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풍부하게 실려 있어 2대로 가업 잇기를 시작하는 청년들이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 또는 비젼이 어떻게 되시나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자부심을 늘 갖고 있습니다.요즘처럼 변화가 빠른 시기에는 그것에 발맞추어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라져가는 문화를 지켜가는 것 또한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렵고 힘든 한식이지만,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 바로 한식이라고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은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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