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살다 이런 폭등은 처음" 대전 집값, 대체 왜 이래?

조회수 2020. 2. 5. 10: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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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년 동안 서울 집값이 폭등하면서 ‘오늘의 호가가 내일의 실거래가 된다’는 농담도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대전 부동산 시장이 딱 이런 상황입니다(대전 유성구 도룡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출처: /한국감정원
[땅집고] 2019~2020년 대전 주요 아파트 실거래가 추이.

대전에서 속칭 대장주라고 불리는 서구 둔산동 ‘크로바아파트’. 지난해 1월만 해도 8억3900만원(13층)에 팔리던 이 단지 114㎡는 12월 12억4000만원(11층)에 거래됐다. 약 1년만에 집값이 48%(4억100만원)이나 뛰었다. 현재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는 13억원짜리 매물도 등장했다. 유성구 도룡동 ‘스마트시티2단지’ 84㎡는 지난해 4월 7억5500만원(11층)에서 올해 1월 9억5000만원(12층)까지 올라 ‘10억 클럽’ 진입을 코 앞에 두게 됐다. 

출처: /한국감정원
[땅집고] 2019년 8월 대전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이 부산을 초월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 집값 상승률은 6.82%로 과천(7.5%)에 이어 전국 2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1.25%)과 비교하면 약 5.5배 높은 수치다. 특히 유성구는 10.03% 올라 전국에서 유일하게 상승률이 두자리수였으며, 중구(8.10%)와 서구(7.77%)도 오름폭이 컸다. 8월에는 중위매매가격이 지방 광역시 중에서도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부산을 초월하기도 했다. 중위가격이란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있는 가격으로, 시세 흐름을 판단하는 지표로 쓰인다.


지난해 상승세는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지역 주민들과 공인중개사들은 “그동안 대전 집값이 이렇게까지 폭등한 적은 없었다”라고 입을 모은다. 대전 부동산 시장이 유독 과열된 이유가 뭘까.



■대전, 집값 폭등하는데 아무런 규제 없네…외지투자자들 대거 유입


대전 집값이 초강세를 보이는 첫 번째 이유는 규제가 없다는 점이다. 대전 집값은 지난해 초부터 강세를 보였고, 6월 이후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유독 대전 주택시장은 규제 예외지역으로 남겨 두고 있다. 정부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나 세종시 위주로만 대책을 적용하면서 대전은 규제를 피하게 된 것. 자연스럽게 투자수요가 쏠리면서 대전에 ‘풍선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출처: /한국감정원
[땅집고] 2019년 대전 아파트 매입한 외지인 수. 일 년 동안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실제로 지난해 대전 아파트 거래량은 총 4만6138건으로 최근 5년(▲2015년 3만1739건 ▲2016년 3만2204건 ▲2017년 3만5624건 ▲2018년 4만561건 등) 동안 가장 많았다. 외부 투자자가 다수 유입되면서 전체 거래량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외지인(서울 및 관할시도외 거주자) 거래는 총 8315건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대전 아파트를 매입한 외지인은 1134명으로, 해당 통계가 처음으로 작성된 2006년 이후 역대 최다를 기록하기도 했다. 통상 지방 도시의 주택 시장에 외부 투자자가 갑자기 늘어나는 것은 수도권, 특히 서울 투자자들이 유입 됐다고 해석한다.



■공급 부족 우려한 실수요까지 따라 붙어…정부가 만들어낸 ‘집값 폭탄 돌리기’


이런 상황에서 실수요가 투자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도 집값 상승폭이 커진 이유다. 대전 아파트 입주량이 평균 주택 수요를 밑돌면서, 실수요자들도 내집 마련을 위해 과열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분석 회사인 ‘부동산지인’에 따르면 대전 아파트 입주물량은 2014년 1만2670가구가 입주한 후로 5년(2015~2019년) 동안 입주량이 평균 주택 수요(8000가구) 이하였다. 앞으로 입주하는 아파트도 ▲올해 6263가구 ▲2021년 5633가구 ▲2022년 6098가구 등에 그쳐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출처: /부동산지인
[땅집고] 연도별 대전 아파트 입주 물량. 2014년 이후로 평균 주택 수요를 밑돌고 있다.

투자수요와 실수요가 한꺼번에 유입된 대전 집값은 새 아파트, 기존 아파트를 가리지 않고 오르는 추세다. 1993년 입주해 20년이 다 돼가는 목련아파트’ 134㎡는 지난해 4월 7억9000만원(11층)에서 12월 11억원(11층)까지 올랐다. 지난해 3월 8억2500만원(5층)에 팔리던 유성구 도룡동 ‘도룡sk뷰(2018년 입주)’ 84㎡는 11월 10억1000만원(7층)에 거래하면서 처음으로 10억원을 돌파했다.


분양·입주권에도 프리미엄 수억원이 붙어서 거래되고 있다. 유성구 복용동 ‘대전 아이파크시티 2단지’ 84.83㎡ (29층) 분양권이 지난해 10월 5억9000만원에서 11월 8억1051만원이 됐다. 한 달만에 웃돈이 2억2000만원 넘게 붙었다.

대전 부동산 커뮤니티 이용자들 사이에선 “솔직히 대전이 광역시긴 하지만 기반산업이 탄탄한 지역도 아닌데, 이런 집값 폭등은 너무 심하다”, “실수요자들이 신축 단지에 입주하지 못하면 대안으로 비교적 연식이 오래된 아파트라도 살 수 있어야 하는데, 오래된 아파트도 집값이 너무 올라 내집 마련이 너무 힘들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주택 시장에선 대전 집값 급등세가 현 정부가 18번이나 규제를 쏟아낸 부작용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각종 규제를 만들어내자 투자자들이 규제가 덜한 지방 대도시로 옮겨가면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풍선효과’라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대전 유성구, 중구, 서구 등은 집값 상승률이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웃돌고 있어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을 갖췄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 한다”라면서도 “하지만 이번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정치 논리에 따라 정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총선을 코 앞에 두고 대전을 규제 지역으로 정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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