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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못 짓겠다" 세계적 건설사들도 포기한 현존 최고 건물

조회수 2020. 3. 15. 07: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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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흔든 랜드마크] '피사의 사탑'보다 10배 기울어진 싱가포르의 상징


마리나베이샌즈(Marina Bay Sands) 복합 리조트는 싱가포르의 새로운 성장 동력의 하나로 추진된 초대형 프로젝트다. 2511객실 규모의 마리나베이샌즈호텔과 5만 4000명을 수용하는 컨벤션센터, 2000석 규모의 극장 2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카지노, 연꽃을 닮은 아트뮤지엄, 싱가포르 대중교통 수단의 핵심인 MRT, 쇼핑센터, 1만명을 수용하는 야외 공연장 등으로 구성된다.


사업 발주처인 샌즈그룹의 CEO 셀던 아델슨은 이 놀라운 설계(jaw-dropping design)를 “싱가포르의 미래 경제를 위한 촉매제”라고 표현했다.

쌍용건설이 2010년 6월 싱가포르에서 준공한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피사의 사탑보다 10배 더 기울어져


2010년 6월 준공한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은 대지면적 2만 3400㎡, 연면적 30만 2171㎡ 에 지상 55층 3개 타워로 구성된다. 지상 약 200m 높이에서 3개 타워의 옥상을 연결하는 스카이파크(Sky Park), 그리고 저층부를 관통하는 아트리움(Atrium)로 있다. 미국의 모세 샤프디(Moshe Safdie)가 설계했고 우리나라의 쌍용건설이 시공했다.


이 건물은 싱가포르에 처음 카지노를 도입했다 점과 함께 독특한 건물 구조 때문에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대 경사가 피사의 사탑보다 10배나 기울어져 있다. 또 3개 동(棟)의 55층 꼭대기에 대형 구조물인 스카이파크를 올린 것은 공학적으로도 매우 믿기 힘든 모습이다. 영국의 세계적 구조설계회사로 유명한 아룹(Arup)사조차 “전 세계에서 가장 짓기 어려운 프로젝트”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2007년 입찰 당시 총 14개의 글로벌 건설사들이 참여했지만 쌍용건설과 일본, 홍콩, 프랑스 등 4개사로 좁혀졌다. 이 중 2개 사는 시공법을 찾지 못해 중도 포기했다. 나머지 1곳도 공기 단축을 위한 공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쌍용건설이 48개월의 공기를 27개월로 단축하는 신공법을 제시해 최저가를 제시하지 않고도 시공업체로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이 호텔은 싱가포르의 관문이라는 상징성을 보여주기 위해 건물 각 동의 측면 ‘들 입(入)’자형 구조로 형상화해 지면에서 최대 52도의 경사로 기울어진 동측 건물이 지상 70m(23층)에서 서측 건물과 만나 55층까지 올라가는 구조로 설계했다. 이런 구조의 건물 3개 동이 나란히 건축되고 옥상의 스카이파크는 거대한 선박 모양으로 그 길이만 340m에 달한다. 면적은 축구장 2배 크기로 무게도 6만t에 달한다. 수영장 3개와 전망대, 레스토랑, 스파를 갖추고 있다.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은 현존하는 건축물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건물로 꼽힌다.


스카이 파크에 설치된 약 9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망대는 보잉 747 여객기 전장과 맞먹는 70m 정도가 지지대 없이 지상 200m에 돌출된 외팔 보(cantilever) 구조를 하고 있다.

출처: /마리나베이샌즈호텔 제공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꼭대기에 있는 스카이 파크의 수영장.

■교량에 쓰던 특수공법 사용


이탈리아에 있는 피사의 사탑보다 10배 정도 더 기울어진 호텔을 짓기 위해 쌍용건설은 교량 건설에 쓰던 특수 공법을 사용했다. 휘어진 건물 지하에 고정점을 만들어 놓고 건물이 안쪽으로 쓰러지지 않게 아래에서 쇠줄로 잡아당기면서 층(層)을 높여간 것이다.


여기에 휘어진 건물 안쪽 세 곳에 가설 구조물을 설치해 버팀목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이 두 가지 공법을 함께 사용한 것은 쌍용건설이 세계 최초다.


공기 단축을 위한 공법도 동원했다. 대표적인 게 지하 흙막이 공사다. 지하 흙막이 구조에는 도넛과 땅콩 모양으로 생긴 가설 벽체(D-Wall)을 적용했다. 또 지하의 토압(土壓)을 스트러트(버팀대) 없이 지지해 지반의 안정성과 공간을 확보하고, 자재와 장비 진입이 원활해져 주요 공정인 타워 골조공사와 동시에 지하층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2008년 12월 골조 공사가 한창인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현장.

지상에서 만든 스카이 파크는 무게 6만t에 길이 347m, 폭 37m, 높이 16.4m에 달한다. 면적도 약 1만 2000㎡이다, 문제는 이렇게 무거운 ‘옥상공원’을 휘어진 건물 위에 올리는 일. 일직선 건물은 무게를 견디는 힘이 강하지만 기울어지고 갈라진 하층부는 힘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은 트랜스퍼 트러스(Transfer Truss) 공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공법은 휜 건물에 적용되는 무게를 곧게 선 옆 건물로 분산하는 기술이다. 트러스에 사용한 부재는 80㎜ 철판 2개로 이루어졌다. 600㎜ 두께의 벽체 내부에 설치되고 콘크리트를 부어 일체화한다. 200t 이상의 무게를 가진 한 개의 트러스는 30개의 유닛으로 분리해 들어올린 후 조립했다.


매우 높은 난이도의 공법을 요구하는 이번 프로젝트에 세계 유수 건설업체들도 기술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사업을 국내 건설사 공기까지 단축해 가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난이도가 높은 공사였던 만큼 완성된 건물이 보여주는 신선한 충격은 이를 건축한 건설업체의 기술력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고급 기술만이 가질 수 있는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은 세계 최고 난이도의 건물로 꼽힐 만큼 시공에 어려움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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