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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호에 살고 계셨네요, 나가주세요" 201호 집주인 날벼락

조회수 2020. 9. 18. 21: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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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한 동(棟)이 적게는 수십개, 많게는 수백개 공간으로 쪼개지는 경우 ‘집합건물’이라고 부른다.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단지 내 상가, 테마상가 등이 모두 집합건물이다.

출처: 조선DB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그런데 집합건물에서 공간별로 구분소유권을 확정할 때 호수가 잘못 기재되는 바람에 종종 분쟁이 벌어진다. 대개는 건물 좌측과 우측을 혼동한 탓이다. 예를 들어 설계 도면상 승강기 왼쪽이 1호 라인, 오른쪽이 2호 라인인 건물이 있는데 막상 현관문에 내거는 호실 표지판은 이와 반대로 왼쪽을 2호 라인, 오른쪽을 1호 라인으로 표시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호수 표기 착오를 일찍 발견해 시정하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오랜 기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경매 등을 계기로 뒤늦게 알게 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경기도 포천시에 지은 다세대주택(16가구)이 대표적 사례다. 1993년 완공한 이 주택은 최근 공매에 나왔는데, 이 과정에서 16가구의 호수가 통째로 뒤바뀐 사실이 18년만에 발견됐다. 공매를 통해 건축물대장상 202호를 취득한 매수인이 그동안 본인이 201호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202호 거주자를 상대로 제기한 인도(명도)청구 사건(2014가단12492 건물명도 및 부당이득금 반환판결)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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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사려던 포천시 다세대주택 202호는 공부상 건물 중앙 계단 중심으로 왼쪽에 있었다. 그런데 정작 출입문에는 201호라고 적혀있었다. 분명히 집합건축물대장에 첨부된 건축물 현황도에 따르면 중앙 계단 중심 오른쪽으로 101호·201호·301호·401호, 왼쪽으로102호·202호·302호·402호로 표기돼 있었다. A씨는 공부상 202호 주택을 2011년에 공매로 매수하고, 같은 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다.

출처: 이지은 기자
경기도 포천시의 한 다세대주택. 집합건축물대장 건축물 현황도에 표기된 호수와 출입문에 표기된 호수가 달랐다.

문제는 202호에 이미 B씨가 살고 있었던 것. B씨 역시 2001년 경매로 주택을 매수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끝낸 상태다. 다만 공부와 달리 출입문에 201호라고 적혀있어 201호로 등기한 후 점유·사용해왔다. 매수 당시 감정가는 8000만원이며, 보증금 없이 월세 계약할 경우 임대료 시세는 시가의 1%인 80만원 수준이었다.

A씨는 B씨에게 주택을 돌려달라는 인도청구 소송을 냈다. 또 해당 주택에 등기를 마친 후 B씨가 점유한 기간만큼의 임대료도 내야 한다며 부당이득금반환 소송도 같이 제기했다. 이에 B씨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B씨는 “당초 다세대주택 건축주였던 C사가 해당 주택 출입문에 ‘201호’라고 지정한 순간, 해당 주택은 구분소유권상 201호로 특정돼 집을 내놓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출처: 이지은 기자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 중 부동산 표시에 관한 사항을 따질 때는 건축물대장을 우선시한다.

우리나라에선 부동산과 관련해 등기부와 건축물대장을 통한 이원적 공시제도를 취하고 있다. 이 중 부동산의 표시에 관한 사항을 따질 때는 건축물대장을 우선시한다. 건축물대장에는 ▲건물의 도면 ▲각 층의 평면도 ▲전유부분의 종류·구조·면적 ▲건축물현황도 등이 모두 첨부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원은 문제가 된 주택의 ‘진짜 호수’는 건축물대장에 적힌 대로 202호인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B씨에게 “건축물대장과 일치하게 등기하지 않았으므로 적법한 구분소유권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A씨에게 202호 주택을 인도하고, 점유하는 기간 동안 취한 부당이득은 임대료 시세에 따라 월 80만원으로 계산해 반환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B씨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점유하던 202호를 비워주는 대신 원래 소유권이 있는 201호로 이사가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B씨에게 소유권이 있던 201호에는 해당 주택이 202호인 줄 알고 전입신고한 전세세입자가 살고 있었다. 이 세입자는 전입신고와 점유가 불일치해 추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나머지 14가구도 분쟁 위험에 처한 건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호수 표시가 잘못된 채 매매·임대차·담보제공 등 각종 법률행위가 이뤄진 탓이다. 근본적인 책임은 건물 신축 과정에서 호수를 잘못 기재한 시공사와 분양회사 있겠지만, 이 업체들은 이미 부도난 상황이다.

결국 호수 표기 착오를 발견하기 어려운 집합건물을 거래할 때는 건물주로부터 반드시 건축물대장에 첨부된 건축물현황도를 받아봐야 한다. 단위세대별 평면도와 현관의 호실 표시, 설계도면이 모두 일치하는지 확인한 뒤 매매·임대차 거래를 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글= 최광석 로티스 부동산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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