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자전거 여행의 계절 '무엇이 필요할까?'

조회수 2019. 10. 15. 13: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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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 자전거 여행 어때?”

 

한여름의 폭염과 폭우가 그치고, 늦더위와 가을장마까지 물러간 이때, 가을은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자전거 여행은 아닌 서울 근교의 라이딩이었지만, 필자도 최근 펑크 패치와 미니펌프를 넣어둔 공구통을 챙기지 못한 채 파주 헤이리 왕복 라이딩을 다녀오다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앞바퀴 튜브에 실펑크가 났는지, 라이딩 중 어느샌가 타이어가 흐물흐물하게 변해있었다. 지나가는 몇몇 라이더들에게 미니펌프를 빌리기를 청했지만, 펌프를 휴대한 라이더를 만나지 못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근처 파주출판도시휴게소까지 자전거를 끌고 가봤고, 다행히 그곳에서 휴식 중이던 연세가 지긋하신 라이더분들에게 휴대용 펌프를 빌려 튜브 교체 없이 앞바퀴에 공기압만 채우고, 가장 가까웠던 전철역인 대화역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다. 

이렇게 필자처럼 펑크를 대비한 아무런 대비책 없이 라이딩을 나서거나, 평소 라이딩을 하던 대로의 준비물만 챙기고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면 낭패를 겪을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당일치기 또는 1박 이상의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무엇이 필요할까? 필자는 결정적인 판단을 하거나 단정을 내릴 수 있는 결단력, 자기의 생각을 실제로 행할 수 있는 실행력, 목표를 향하여 밀고 나아가는 추진력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지난 2010년부터 매년 적어도 1회 이상은 꾸준하게 국내 자전거여행을 다녀왔다. 자전거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야 언제나 굴뚝같지만 그보다 먼저 두려움이 앞서는 게 현실이다. ‘혹시 사고는 발생하지 않을까?’, ‘자전거가 고장이 나면 어떻게 하지?’, ‘여행 중에 비가 내리지는 않을까?’, ‘잠은 어디서 자고, 밥은 어디서 뭘 먹지?’ 등 걱정거리는 넘쳐난다.

 

자전거 여행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면 일단 한 번 무작정 떠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사고로 인한 부상, 자전거 고장, 예상하지 못한 기상 상태, 체력의 고갈, 멘탈의 붕괴 등 집으로 빨리 복귀할 이유는 생각 보다 많다. ‘자전거 여행이 아니었다고, 그냥 동네 한 바퀴 돌고 온 거라고’ 몸은 고될지언정 정신만이라도 승리하면 그만이다.

 

 

 

“사전 계획이 중요해!”

성공적인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위해서는 날씨예보를 챙겨 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생각 보다 많은 계획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여행을 하려는 목적지가 초행길이라면 하루에 얼마나 달릴지, 어디서 휴식을 취할지, 여행 코스의 고저도, 즉 오르막길(업힐)과 내리막길(다운힐)이 어느 정도인지 사전 조사를 해야 한다.

필자의 직간접적인 경험상 치명적인 자전거 사고의 대부분은 평지 보다 업힐과 다운힐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다운힐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내려오다가 예상하지 못한 헤어핀(hairpin)과 같은 급격한 코너(Corner)를 만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운동량이 부족한 경우 업힐에서 다리에 쥐(근육경련)가 나면 낙차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자전거 여행 전에 어느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 만약 자전거 여행의 총 거리가 300km 이상이라면, 적어도 1, 2주 전에 100km 이상의 라이딩을 해야 한다.

 

 

 

“준비물 뭐뭐 필요해?”

클릿슈즈, 패니어 가방, 펌프, 헬멧, 장갑, 고글, 휴대폰, 카메라, 의자, 라이트, 매트, 텐트, 지도, 전조등, 프론트패니어, 테블릿PC, 속도계, 버너, 코펠, 캠핑용 가스연료, 수세미, 세제, 수저, 가위, 양념, 전투식량, 물통, 오지용 정수기, 락앤락 용기, 커피믹스, 식용소금, 물컵, 타올, 세면도구, 휴대용 샤워기 물티슈, 구급약, 반바지, 속옷, 티셔츠, 져지셋, 양말, 샌들, 정비공구, 담요, 빗, 휴대폰 및 테블릿PC 케이블, 펑크패치, 예비튜브, 태양광 보조배터리, 보조 배터리, 충전기, 휴대폰충전기, 카메라충전기, 카메라보조배터리, 삼각대, 선크림, 바람막이 재킷, 우의 케이블타이, 라이터, 볼펜, 비닐봉투 등등.

 

위에 나열된 것들은 필자의 지인이 4년 전에 서울을 떠나 서해안, 남해안, 동해안을 거쳐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21일간의 국내 해안선 자전거 여행을 떠났을 때의 준비물 목록이다. 

지인은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식의 여행이라고 말했지만, 준비물만 해도 어마어마할 정도로 여행에 대한 준비는 충분해 보였다. 이 정도면 완벽한 자전거 여행이 될 것이라고 믿으며 지인의 자전거 여행을 부러워하며 떠나보냈지만, 지인은 예상하지 못한 가을 태풍으로 인한 큰비를 만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전해왔다.

 

다행히 지인의 자전거 여행은 무사완주로 마무리됐지만, 기상 상태로 인한 예기치 못한 숙박을 할 수도 있고, 도심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편의점은 점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또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로 결제가 되지 않는 상점도 꽤 있기 때문에 자전거 여행의 준비물 중 가장 먼저 현금을 챙겨야 한다.

만약 전기자전거(E바이크)를 타고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여분의 배터리를 챙길 필요가 있다. 전기자전거는 식당이나 숙소에서 충전하면 되지만, 충전할 곳이 전혀 없는 곳을 달릴 때 스페어(Spare) 배터리는 든든한 보험이 될 것이다.

 

일교차가 큰 가을철에는 바람막이, 레인재킷, 워머(레그워머, 니워머, 암워머) 등으로 체온관리에 신경을 써야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패니어나 배낭에 여행 짐을 꾸릴 때 공간 활용을 위해 옷은 돌돌 말아 넣는 게 좋고, 선크림이나 수첩 등의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은 넣고 꺼내기에 쉬운 별도의 공간에 넣는 게 편리하다. 비닐봉투나 지퍼백은 비가 올 때 젖으면 안되는 물건들을 넣을 때 사용하면 좋다.

 

클릿슈즈 사용자라면 여분의 클릿(Cleat)을 챙겨야 한다. 클릿의 체결 부위가 부서진다면 평페달 보다 못한 클릿페달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또한, 행어와 체인링크 등 피치 못할 고장에 대한 예비 부품들도 준비해야 한다.

 

 

 

“여행용 자전거 꼭 있어야 하나?”

부피와 무게가 상당할 정도로 준비물이 많고, 숙소 대신 텐트를 치고 야영을 선택한다면 자전거의 좌우에 2쌍의 패니어 등 여러가지 가방을 거치할 수 있는 여행용(투어링) 자전거를 추천한다. 산악자전거(MTB) 또는 요즘 유럽과 북미에서 한참 유행이라는 그래블 바이크에 짐받이 달고, 패니어를 장착하여 투어링 바이크로 탈바꿈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기 전에 집에서 가까운 캠핑장에서 미리 하룻밤을 지내보는 것을 권한다.

사람마다 성격상의 차이가 있겠지만 자전거 여행에 필요한 준비물을 하나 둘 챙기다 보면 끝도 없다. 사실 필자는 자전거 여행을 1~2박으로 짧게, 준비물은 최소한으로 심플하게 준비하는 편이다. 최소한의 준비물은 안장가방과 같이 자전거에 부착할 수 있는 가방에 넣고, 져지나 재킷의 뒷주머니를 최대한 활용한다. 그리고 캠핑 보다는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등의 숙소를 선호한다. 숙소를 베이스캠프로 하고, 준비하지 못한 물품들은 현지에서 조달하는 편이다.

투어링 바이크를 타고 자전거 여행을 하는 것이 필자의 로망(Roman)이지만, 초창기 자전거 여행을 떠날 때에는 배낭을 멨다. 사실 자전거를 타면서 배낭을 메면 어깨 뿐 아니라 목과 허리까지 통증이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 부피와 무게가 덜 나가는 최소한의 필요한 준비물을 넣은 배낭이라면 그리 나쁘지 않다.

 

투어링 바이크에 짐을 너무 많이 싫었을 경우 다운힐에서 브레이킹 감속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 전 브레이크 점검은 필수다. 그리고 투어링 바이크든, 투어링 바이크가 아니든 타이어의 수명을 확인하는 것부터 자전거의 전체적인 점검이 꼭 필요하다. ‘아직 괜찮겠지’ 하는 방심은 큰 화를 부른다. 필자는 자전거 여행 중 각도 조절이 가능한 스템의 볼트 체결 부위가 부서지는 바람에 위아래로 덜렁거리는 핸들바를 붙잡고 여행을 마무리한 적이 있다.

 

 

 

“뭐든지 잘 먹어야 해!”

자전거 여행은 많은 칼로리를 소비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음식과 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마라톤처럼 지구력이 필요한 운동 중에 예기치 않은 무기력감과 탈진을 경험할 수 있는데, 이러한 증상을 ‘벽에 부딪쳤다’는 의미의 영어로 ‘히팅 더 월(Hitting the Wall)’이라 한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히팅 더 월’ 보다는 ‘봉크(Bonk)’라는 표현을 더 자주 사용하는데, 봉크는 벽에 부딪칠 때 나는 소리를 표현한 의성어다.

봉크의 원인은 저혈당이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려면 주기적으로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하며, 가급적 배고프기 전에 먹어야 한다. 또한, 자전거 여행을 하다 보면 배고픔도 배고픔이지만 갈증이 더 심하게 느껴질 때가 많기 때문에 목이 마르기 전에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파주 헤이리 왕복 라이딩을 다녀올 때, 편의점 앞에서 음주를 하는 자전거 라이더를 몇몇 목격했다. 지난해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자전거 음주운전은 범칙금 3만원을 내야하는 단속과 처벌의 대상이며, 음주 측정을 거부할 경우에는 10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되니 특히, 자전거 여행을 할 때도 유념하길 바란다.

 

 

 

“100m 달리기가 아니잖아?”

자전거 여행은 마라톤과 비슷하다. 긴 거리를 체력에 맞게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페달링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페이스를 조절해야 하고, 무엇보다 체력 분배가 중요하다.

 

필자는 주로 평지에서 라이딩 실력이 비슷해 보이는 라이더를 보면 실력을 겨루어 보고 싶은 마음에 기어를 무겁게 하고 페달링에 힘이 들어갈 때가 있다. 누가 보면 육상부 단거리 선수 출신 아니랄까봐 100m 달리기처럼 전속력으로 스프린트(Sprint)해서 이름도 모르는 라이더를 추월하다 보면 빨리 지칠 수밖에 없는데, 이런 행동은 자전거 여행 중에 절대로 삼가해야 한다. 여행 중에 힘을 너무 많이 쓰면 생각 보다 빨리 지쳐버릴 수 있기 때문에 균일한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심박계나 파워미터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자전거 여행은 적절한 시점마다 휴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을철 필요 이상의 휴식은 몸을 차갑게 만들어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페달링의 의지를 꺾어버릴 수 있다.

홀로 하는 자전거 여행의 경우 모든 것은 혼자서 결정해야 하고 실행해야 한다. 외로움과 고독은 단점이면서 장점일 수도 있겠지만, 지루하지 않은 자전거 여행을 위해 라이딩 실력이 비슷한 지인들과 함께 하기를 권한다. 함께 자전거 여행을 떠날 사람이 없다면, 여행 중에 행선지가 비슷한 자전거 여행자와 함께 달리며 조금씩 친해지길 바란다. 평생의 인연은 이렇게 우연으로 시작되지 않는가?

 

우리네 인생처럼 계획을 아무리 잘 세우더라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자전거 여행이고, 이 또한 여행의 매력이다. 좋지 못한 기억은 날려버리고, 좋은 추억을 만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올 가을 자전거 여행을 부디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글: 김상교 기자 skkim@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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