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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도 괴롭고, 손님도 괴롭다

조회수 2018. 1. 3. 18: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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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도 괴롭고, 손님도 불편한 '배꼽 인사' '강요 인사' 관행, 이제는 바꾸자

손님을 맞이하는 자세는 마음에서 나온다. 옆집 사람을 자기 집에 데려오든 외국 원수를 국빈으로 모셔오든, 영접하는 방법은 어떤 마음으로 맞이할까가 결정하게 된다. 이것은 여우와 두루미 우화에서도 알 수 있고, 한국인에게는 낮은 의자를 주는 일본 총리의 협량(狹量: 좁은 도량)에서도 알 수 있다.

돈을 받고 물건이나 음식을 건네는 거래가 이루어지는 소매점이나 식당에서 친한 이웃 같은 정겨운 인사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 것이다. 인사가 적절히 오가기만 해도 다행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는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인사를 듣게 된다. 인사가 반가운 게 아니라 오히려 불편한 상황이다.

출처: 채널A
손님 의자는 낮추고, 제 의자는 높이고. 속좁은 모습을 보인 아베 총리.

생활용품을 파는 소매점 올리브영에 들어서면 직원들이 크게 소리친다.

“안녕하세요, 올리브영입니다!”

이… 이봐. 나 귀 먹지 않았다고. 그리고 치매도 아니거든.

자기가 들어가는 가게가 어딘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남사스럽게 커다란 소리로 그걸 일깨워준다.

손님이 줄줄이 들어오면 외침도 줄줄이 나온다. 이쯤 되면 누구에게 하는 인사인지도 불분명해진다. 매장 여기저기 있는 직원들이 함께 그렇게 하기 때문에 때로는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출입구에 전자 장치가 되어 있어 문만 열리면 직원들이 전자 신호를 받아 인사 고함을 내지르는 것이 아닌가 느껴지기도 한다.

가게를 떠날 때도 마찬가지다. 잘 가라고 인사하는 것은 고마운데, 크게 소리쳐서 나 나가는 사실을 매장 전체에 고지한다.

종종 들르는 대학로의 한 일본풍 식당. 들어서면 서빙을 하는 직원들이 일제히 소리친다.

“이럇샤이마세~!!”

이… 이봐. 나 귀 먹지 않았다고. 그리고 난 한국 사람이라고.

비록 일본풍 식당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한국인 직원이 한국인을 손님으로 맞으며 낯선 외국어를 고래고래 내지르는 것은 매우 어색하고 귀에 거슬린다. 나만 그렇게 열광적으로 맞아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밥을 먹는 도중에 계속 이 이럇샤이마세를 듣고 있어야 한다.

역시 생활용품을 파는 다이소에서는 종종 희한한 경험을 한다. 널찍한 매장 여기저기에서 직원들이 부지런히 물건을 나르고 매대를 정리한다. 그런데 음악이 흐르던 매장 내 방송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온다.

“지금부터 다이소 직원들이 고객님들을 환영하는 인사를 하겠습니다. 모든 직원은 따라서 하십시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대충 이런 식)

물건을 정리하던 직원들은 앉은 자세 그대로 일손을 놀리며 이 말들을 따라 한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이게 뭡니까.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란 말은 있어도 영혼이 없는 매장 인사라는 말이 있는지는 몰랐다. 하나도 반갑지 않고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직원 잘못이 아니다. 이렇게 어색하고 무용한 인사를 직원에게 강요하는 회사나 고용주의 방침이 문제다. 과장되고 가식적인 인사를 억지로 해야 하는 직원들도 피해자인 것이다. 백화점 같은 데서 손을 배꼽에 대고 90도로 절하는 형식적인 인사 관행과 꼭같다. 노동을 한다는 것이 자존감을 희생당해도 좋을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출처: 롯데백화점 제공
백화점 폐점시 흔히 볼 수 있는 환송 인사 모습

직원들에게 절대 복종하겠다는 각서를 쓰게 해 논란을 빚었던 다이소가 앞으로 직원의 복리를 좀 더 살펴보고 개선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개선할 사항에는 저 어이없는 인사 복창도 들어가길 바란다. 소매점에서 일하든 식당에서 일하든, 직원도 사람이다. 품위를 갖고 손님을 맞을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손님도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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