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했더니 한 달만에 60억원 넘게 팔리더라구요"
전설의 작고 초라한 시작
"대표이사 직함은
제가 원하는 게 아닙니다"
1년 동안 일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마켓오도 살리고, 같은 소속인 베니건스도 살리고 이런 일을 많이 했죠. 어느 날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밥 같이 먹자고.
저를 처음에 안 믿었다고 하시더라구요. 일하는 스타일이나 성격이 조직에 어울리지도 않고, 직원들을 괴롭힌다고 안좋은 이야기도 많은 사람이니, 시간이 좀 지나면 바로 이직을 하지 않을까 생각하셨던 거죠.
그런데 1년이 지나도 열심히 일을 하고 있으니, 그 분 입장에서는 의아하신 거예요. 그래서 밥을 먹자고 하신 거죠. 저는 이러이러한 과정을 거쳐 여기서 일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부회장님이 저를 계열사 대표 자리에 앉히려고 하시는 거예요. 극구 반대했죠.
"부회장님, 저는 대표이사 일과 맞는 사람이 아닙니다. 너무 감사한데 그 일은 못합니다." 부회장님도 황당해하셨어요. "조직에서 샐러리맨이 가장 원하는 건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는 건데, 그게 싫으면 뭘 하려고 그러는 거냐?"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곳에서
개발해낸 신제품
대표를 마다하고 과자를 만들겠다는 샐러리맨이 몇이나 있을까요? 그게 퍽 인상깊으셨는지 부회장님이 오리온제과 사장님한테 전화를 하시더라구요. "여기 라이존 계열사 이사가 내일 찾아갈 거니까, 기회를 주세요" 딱 한 마디 하고 끊으셨어요.
다음날 제가 거기 갔더니 또 난리가 났어요. 임원들이 모여서 저한테 모르는 질문을 20개쯤 하더라구요. 하나도 모른다고 했어요. 임원들이 황당해하더라구요. "야, 아무 것도 모르는데 왜 과자를 만든다고 했냐" "저는 새로운 과자를 만들고 싶습니다" "어떻게?" "모르죠. 내일부터 해보겠습니다."
감사했던 게, 그 안에서 제약 조건이 있었다는 거예요. 아무렇게나 하라고 했으면 망했을 거예요. 그 제약조건이 뭐였냐면, 고래밥 라인이었어요. 고래밥은 일주일에 이틀 정도 생산하면 공장이 쉬어요. 이 라인에서 생산할 수 있는 걸로 신제품을 개발하라는 미션이 떨어진 거죠.
이 라인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제품으로 국내 톱 10을 뽑아 보니 1위부터 4위까지가 모두 초코칩 쿠키였어요. 사람들이 초코 과자를 좋아하는구나, 그럼 초코칩 쿠키는 이미 많으니까 브라우니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지금은 모두가 다 아시는 '마켓오 리얼브라우니'가 그렇게 탄생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