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과 금기된 관계가 불러온 파국

조회수 2019. 5. 7. 22: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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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퀸 오브 하츠', '신의 은총으로' 리뷰

올해로 20회를 맞이한 전주국제영화제 인기가 뜨겁다. 5월의 따스한 날씨와 연휴가 겹쳐 영화의 거리는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로 넘치며 매진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총 53개국 275편(장편 201편, 단편 74편)의 상영작 중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고 국내 관객에게 선보인 [퀸 오브 하츠]와 [신의 은총으로]를 소개한다. 



*스포일러를 포함한 글입니다


퀸 오브 하츠(Queen of Hearts)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이 의붓아들과 금기된 관계에 빠진다. 시놉시스만 보면 불편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가 그려지지만, [퀸 오브 하츠]는 관객의 예상대로 흘러가는 영화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금기된 관계를 매혹적으로 포장했던 기존 영화와 거리를 두고 냉철하고 현실적인 시선으로 관계의 부도덕한 민낯을 파헤친다.


[퀸 오브 하츠]는 풍요롭고 안락한 삶을 영유하는 안네가 남편 페테르가 첫 번째 결혼생활에서 얻은 10대 아들 구스타우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인 후 은밀한 욕망에 휩싸이는 이야기를 다룬다. 어느 하나 부족할 게 없는 완벽한 일상에서 권태로움을 느끼던 안네는 남편의 문제아 아들 구스타우에게 위험한 호기심이 발동한다. 안팎으로 자신만의 권력을 가진 여성이 순진하면서도 무모한 10대를 유혹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일찍 이혼한 부모에게 애정결핍을 느꼈던 구스타우는 친밀하게 다가오는 안네에게 불가항력적으로 빠져든다. 


영화의 진짜 이야기는 두 사람의 불같은 관계가 일상에 균열을 초래하면서 시작한다.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던 만남은 구스타우의 영역에 불쑥 침범했던 안네가 차갑게 돌변하면서 순식간에 파국을 맞이한다. 안네는 근래 들어 가장 논쟁을 야기하는 인물이다. 금기된 욕망이 완벽한 삶을 파탄낼 조짐을 보였을 때, 안네는 극도의 이기심으로 가차 없이 행동한다. 이 위험한 권력자는 사회적 지위와 직업적 이점을 이용해 연약하고 위태로운 구스타우의 삶을 무너뜨리면서까지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메이 엘-투키 감독은 여성의 시선에서 위태로운 관계가 몰고 온 파국을 대담하고 강렬한 드라마로 직조해간다. 노골적이지만 결코 선정적이지 않으며, 조용하게 흘러가면서도 단단한 몰입감을 형성한다. 덴마크의 국민 배우 트리네 뒤르홀름의 사실적인 연기는 소름 끼칠 정도다. 위험한 욕망과 비열한 이기심이 충돌하는 안네의 이중성을 과감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로 압도한다. 


한편,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변호사 안네의 두 얼굴은 북유럽 부르주아의 위선을 빗대는 은유로 읽히기도 한다. 뒤틀린 욕망과 위선, 이기심, 지배욕, 죄의식이 복잡하게 얽혀 마지막 순간까지 묵직하게 내려친다.

신의 은총으로(By the Grace of God)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신의 은총으로]는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작품 중 독특한 선상에 위치한다. 특유의 도발적인 관능성을 배제하고, 철저히 현실을 반영해 고발적인 성격이 뚜렷한 영화로 완성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도 진행 중인 프랑스 가톨릭 내 아동 성폭력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신의 은총으로]는 성인이 된 생존자들이 어린 시절 그들에게 성폭력을 행했던 프레나 신부를 세상에 알리고 고발하는 과정을 다룬다. 


[스포트라이트]의 프랑스 버전으로 알려진 영화는 외부인이 아닌 생존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각 생존자들은 릴레이를 하듯이 그들이 무엇 때문에 분노하고 열정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는지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알렉상드르, 프랑수아, 질,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적인 세 인물은 저마다 체감하는 고통과 살아가는 모습은 달라도 '분노'라는 공통된 감정을 나눈다. 30여 년 전 자신들을 성적으로 유린했던 프레나 신부가 여전히 아이들을 담당한다는 사실에 마침내 세상에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한다. 


소재는 무겁지만, 전반적인 호흡은 간결하고 담담하다. 경쾌한 속도감을 내는 게 아닌데도 각각의 이야기가 유려하게 맞물린다. 그러면서도 필요할 때는 분명하게 분노를 드러내고, 당시의 고통이 생존자뿐 아니라 가족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알렉상드르가 포문을 터뜨린 이후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타나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가톨릭 교구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종 감독은 에두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가톨릭 교구를 비판한다. [신의 은총으로]라는 영화의 제목이 바르바랭 추기경이 발언한 "신의 은총으로 프레나 신부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났다"에서 착안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신의 은총으로]를 볼 기회를 갖지 못했다면, 넷플릭스에서 [성역의 범죄]를 보는 것도 좋다. 3부작 다큐멘터리로, 스페인 가톨릭 교구에서 발생한 아동 성폭력을 다룬다. 어른이 된 생존자를 중심으로 한 구성 방식이 오종 감독의 영화와 비슷하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Jacin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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