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드라마보다 더 충격적인 출생의 비밀

조회수 2019. 7. 13. 21: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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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어느 일란성 세 쌍둥이의 재회'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사람이 있다면? 도플갱어를 만나면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는 이상한 SF적 설정을 말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정말 도플갱어를 만난다면 무서울 것 같다.) 말 그대로 나와 외모도 목소리도 똑같은 누군가가 어느 날 갑자기 내 삶에 들어온다면? 그리고 우리가 태어나자마자 서로의 존재도 모른 채 헤어진 일란성쌍둥이라면? 상상으로만 가능할 것 같은 일이 1980년 미국의 한 지역대학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그리고 그 전말은 아침드라마 속 출생의 비밀은 그저 말초신경 자극용 정도로 보일 만큼 놀랍다.

출처: RAW, 넷플릭스

팀 와들 감독의 [어느 일란성 세 쌍둥이의 비밀(Three Identical Strangers)]는 한 대학 신입생이 된 로버트가 같은 학교 2학년인 앤디와 서로 쌍둥이임을 알면서 시작된다. 두 사람의 사연이 지역 신문에 실린 후, 데이비드라는 다른 청년도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 둘이나 있음을 알게 된다. 세 청년은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각각 다른 가족들에게 입양됐고, 19살이 될 때까지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세 형제는 함께 지내지 않은 시간을 뛰어넘어 가장 친한 친구가 된다.

세 사람은 곧바로 전국 방송의 스타가 된다. 헤어진 세 쌍둥이가 다시 만났다는 사연은 여러 TV 쇼에서 중요하게 다뤘다. 성격, 버릇, 좋아하는 색깔, 학창 시절 한 운동, 이상형까지, 사람들은 19년 간 접촉하지 않았던 세 청년에게 유사한 점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신기해했다. 세 청년은 그렇게 미담의 주인공으로만 기억될 것 같았지만, 이들의 삶은 너무나 많은 비밀을 가지고 있었다. 영화는 전체의 1/3을 훈훈한 사연으로 채운 후, 급격히 핸들을 틀어 사건의 본질로 달려간다. 그 길은 충격의 연속이었다. 잠들기 전 잠깐 보려고 했던 나도 충격의 여파로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출처: RAW, 넷플릭스

여기까지 읽고 이 다큐멘터리를 볼 마음이 생긴다면 이쯤에서 글 읽는 걸 중단하는 것이 좋다. 영화의 묘미는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전환될 때마다 관객에게 완전히 새로운 충격을 준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세 쌍둥이는 몇십 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관찰의 대상이었다. 이들은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한 심리학자의 미친 '실험'의 대상이었다. 생후 몇 개월 만에 쌍둥이와 생이별해 몇몇 변수가 통제된 환경에서 양육되었다. 그리고 피해자가 그들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큐멘터리는 당시 실험에 참여한 몇몇 사람들의 증언을 얻을 수는 있었지만, 실험 기록 전체는 2066년까지 열람 불가능하다. 실험 대상이 모두 죽고 나서야 전말이 밝혀질 것이란 의미다.


당연히 연구 윤리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어떤 관점에서 보든 형제자매가 서로의 존재를 모르게 한 것은 당연히 지탄받아야 한다. '과학'이 인류 진보라는 이유로 같은 인간을 실험 대상으로 삼을 때 어느 선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아직 연구 윤리라는 것이 제대로 성립되지 않은 1950~60년대임을 감안해도 사실을 아는 그 어떤 누구도 제동을 걸지 않았다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출처: RAW, 넷플릭스

하지만 호기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실험의 결론은 무엇일까? 생애를 결정하는 것이 과연 유전일까, 양육일까? 다큐멘터리는 여기서 한번 더 방향을 튼다. 세 쌍둥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시점 이후의 삶은 평범하지만 예상외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역시 감상을 위해선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다. 대신 이들이 친부모에게 물려받았을 정신 질환도 공유했다는 것, 그리고 이 요소가 각각 다른 양육 환경과 결합하면 누군가를 훌륭한 사회의 일원으로 키울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언제나 큰 부담을 지고 살게 한다는 점이다.


[어느 일란성 세 쌍둥이의 재회]의 이야기 자체는 어떤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미쳤다. 영화가 이 정도로 관객의 마음을 뒤흔드는 데는 내러티브 구성 방식이 힘이 크다. 팀 와들 감독는 세 형제의 삶에 얽힌 비밀을 그저 나열하는 대신 미스터리 소설처럼 단서를 뿌리고 거두며 중요한 순간마다 충격 반전을 선사하다. 그래서 일단 시작하면 좀처럼 중단할 수 없을 만큼 흡인력이 강한 데다가, 그 길엔 충격뿐 아니라 분노와 슬픔, 후회 같은 모든 감정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읽으셨다면 꼭 영화를 보시길 바란다. 소재, 이야기 방식과 감정적 반응까지 모두 만점을 받을 만하다.


※영화는 2018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 심사위원상, 전미비평가위원회 올해의 다큐멘터리 Top5에 꼽혔으며 감독조합상 다큐멘터리 작품상을 수상했다. 미국에서는 극장 개봉으로 제작비의 3~4배를 벌어들이는 등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미 극화 프로젝트가 시작됐으며, [보헤미안 랩소디] 앤드류 맥카튼이 각본을 쓸 예정이다.



테일러 콘텐츠 에디터. 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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