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에서 '이변'을 찾기 힘들어진 이유는?
어느 시점부턴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흔히 '언더독'이라 부르는 신예들의 수상 소감을 듣기 어려워졌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조연상 부문에 엄청난 이변이 있었다. 제니퍼 로렌스와 줄리아 로버츠, 샐리 호킨스, 준 스큅을 제치고 단상에 오른 배우가 갓 대학을 졸업한, 신인이나 다름없던 루피타 뇽오였기 때문이다. [노예 12년]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긴 했으나, 후보들이 워낙 쟁쟁했기에 오스카를 거머쥐리라 예상한 이는 사실상 없었다고 여겨도 무방했다.
그로부터 5년이 흘렀다. 그동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언더독이라 불릴 만한 배우나 감독들이 수상은 둘째치고 후보에 오른 경우도 손에 꼽는다. [문라이트]의 배리 젠킨스 정도만이 있을 뿐인데, 이외의 주요 부문 수상자 목록을 살펴보면 대부분 익숙한 이름만 보인다.
현지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세 달도 채 남지 않은 제92회 아카데미에서 이변이라 불릴 만한 결과가 있을 확률은 0%에 가깝다고 예측했다. 신예 배우와 연출자들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어 히든 라이프] 발레리 파흐너, [웨이브즈] 르네 엘리스 골즈버리, [허니 보이]의 노아 주프 모두 극찬에 가까운 호평을 받았지만 연기상 후보로 거론되지 않고 있다. 올리비아 와일드의 연출 데뷔작 [북스마트]나 로버트 에거스의 [더 라이트하우스]는 한때 필람 작품으로 꼽혔으나 현재 이 작품들을 말하는 이는 거의 없다.
올해 오스카 레이스는 별들의 잔치다. 연출자(마틴 스콜세지, 쿠엔틴 타란티노, 샘 맨데스)나 배우(브래드 피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버트 드니로, 르네 젤위거, 스칼렛 요한슨 등) 모두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이는 유명인사들이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언더독들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할리우드 리포터는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시상식 일정이 촉박하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2월 24일(현지) 진행된 데 반해, 내년 일정은 2월 9일로 2주가량 앞당겨졌다. 수상 캠페인을 벌이는 입장에선 자신의 영화를 선보일 수 있는 기간이 상당히 줄어든 셈인데, 전부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규모가 작은 영화는 스크리닝 룸을 얻을 기회조차 마땅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