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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감독 외면한 골든 글로브, 아카데미도 마찬가지일까?

조회수 2019. 12. 13. 17: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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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olden Globe 2018

"남성뿐인 후보들을 소개합니다". 작년 1월 골든 글로브 감독상 발표자로 나섰던 나탈리 포트만의 한마디는 골든 글로브를 주최하는 할리우드 외신 기자협회(HFPA)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전체를 꼬집었다. 당시 수상 후보로 거론되었던 [레이디 버드] 그레타 거윅과 [원더 우먼] 패티 젠킨슨이 명단에 오르지 못했고,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이 의문과 불만을 제기했다.


나탈리 포트만의 일침 이후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올초 제7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이 진행됐고, 며칠 전에는 내년 후보 명단이 발표됐다. 그 사이 변화가 있었을까? 애석하게도 그렇지 못하다. 린 램지, 데브라 그래닉, 그레타 거윅 등 여러 여성 감독들이 인상적인 작품을 선보였지만, 누구도 단상에 설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허니 보이]를 연출한 알마 하르엘은 내년 수상 후보들이 발표된 직후 "HFPA는 유명인 뒤꽁무니나 쫓는다. 여성이나 새로운 목소리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다"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할리우드 성차별 개선에 힘쓰고 있는 스테이시 스미스(USC Annenberg Inclusion Initiative 대표)는 각종 영화 협회의 잘못된 선입견이 여성 연출가들의 기회를 박탈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룰루 왕은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 [더 페어웰]을 연출했음에도 감독상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출처: A24

할리우드 외신 기자 협회는 87명의 회원 중 48명이 여성이고, 사장 메허 타트나도 여성인 단체다. 그럼에도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에 스미스는 '남성 중심적인 리더십'이 존재하는 한, 단체 내에서 여성이 목소리를 낼 수 없으며, 미국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나 그래미 레코딩 아카데미처럼 할리우드 외신 기자 협회도 내부의 편견을 깨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과연 내년 1월 13일 공개될 아카데미 감독상 명단에서 여성 감독의 이름을 볼 수 있을까? 


아카데미 시상식이 시작된 이후로 지금까지 다섯 명의 여성 감독이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지난 10년 사이에는 [허트 로커] 캐서린 비글로우와 [레이디 버드] 그레타 거윅만이 선정되었는데, 이는 같은 기간 골든 글로브보다 적은 횟수다. 골든 글로브에서는 캐서린 비글로우가 [허트 로커]와 [제로 다크 서티]로 2회, 아바 두버네이가 [셀마]로 한 차례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당연하게도 수상 횟수는 더 적다. 지난 1984년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옌틀]로 골든 글로브에서, 캐서린 비글로우가 [허트 로커]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거머쥔 것이 각 시상식의 처음이자 마지막 여성 감독상 수상 사례다.

출처: The 82nd Annual Academy Awards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통계를 토대로 내년 골든 글로브와 마찬가지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성이 감독상 후보에 오르지 못할 확률이 높을 것이라 예측했다.


첫째, 투표권을 가진 이들의 성비가 불균형하다. 아무리 미국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가 성비 문제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지만, 감독상 후보를 지명하는 일은 전적으로 527명의 감독 회원들에게 달린 일이다. 이들 중 여성 회원은 고작 20%에 불과하다.


둘째, 골든 글로브 감독상 후보가 곧 아카데미 후보였던 경우가 많다. 지난 10년 간 두 시상식의 후보가 66%의 확률로 일치했다. 비록 올해와 작년에는 각각 세 명과 두 명만이 같았고, 골든 글로브에서 고배를 마신 그레타 거윅이 [레이디 버드]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오른 예도 있지만, 7할에 가까운 확률은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셋째, 전미비평가위원회(NRB), 뉴욕비평가협회(NYFCC), 미국배우조합(SAG) 등에서 이미 남성 감독의 영화에 표를 던지고 있다. 현재 다수의 시상식에서 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아이리시맨], [1917], [조커]를 비롯한 여러 작품이 '남성이 연출한 남성중심적인 영화'다.

출처: Warner Bros.
이러한 영화계의 분위기가 바뀔 날이 올까? 놀랍게도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수도 있다. 

우선 '차기 여성 감독'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최근 미국 영화 연구소와 USC 영화 예술학과와 같은 교육기관 졸업생 성비가 거의 균등하거나, 여성의 비율이 더 높은 경우도 있다. 또한 2018-19 시즌에 방영된 드라마 에피소드를 여성이 연출한 비율이 과거보다 높은 31%라는 점도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형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영화를 여성이 맡는 빈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과거 북미 박스오피스 흥행 100위권 작품 중 4%만이 여성 감독의 작품이었다면, 올해는 약 14%에 달한다. 그리고 내년이면 더 많은 여성 감독들의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공개된다. 기대작으로 불리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이터널스]와 [블랙 위도우], DC의 [버즈 오브 프레이]가 대표적인 예다.

앞으로 개선한다고 해서 지금까지 있었던 문제들을 전부 덮지는 못한다. 고칠 부분도 많다. 그러나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점은 지금이라도 할리우드에 변화가 찾아오고 있고, 이러한 변화를 이끌 인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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